어느덧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스며드는 바람을 막으려 옷깃을 여미며 도착한 곳은 서면 소민아트홀입니다. 소민아트홀에서 진행하는 제 59회 문학톡톡은 제21회 요산문학축전을 맞이하여 올해 4월 별세하신 故 이규정 소설가작품과 정신을 기리는 추모 콘서트로 열렸습니다. 그 뜻깊은 자리에 산지니 출판사도 함께 했습니다.

 


 흰샘 이규정 선생님은...

故 이규정 소설가 

경남 함안 출생. 1977년 단편 <부처님의 멀미>를 월간『시문학』에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소설집 『치우』등 9권과 장편소설, 동화집, 이론서, 산문집, 칼럼집, 등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지냈고, 부산 원로 민주인사 단체인 민족광장 공동의장으로 활동, 종교 활동으로 천주교 부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일붕문학상, 부산시문화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요산문학상, PSB(현 KNN)부산방송 문화대상, 가톨릭대상, 이주홍문학상, 홍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신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2002년에 정년퇴임했다.
2018년 4월 별세.


 

 

 

 

   소민아트홀로 들어서자 이규정 선생님의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이 저희를 반겨줍니다. 추모 콘서트를 통해 다시금 되새길 선생님의 삶과 작품을 기대하며 아트홀로 들어갔습니다.

 

 

 

 

 

 

 

 

   많은 분이 故이규정 선생님을 기억하며 추모콘서트에 자리해주셨습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규정 선생님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우리말을 사랑하시던 작가입니다.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도 늘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여 작품을 쓸 것을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또한 선생님은 자신이 알고, 글로 쓰는 것을 실제적 삶으로 살아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신 분이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을 기억하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니 선생님이 남기고 가신 작품들이 더욱 진실하고 무게감 있게 와 닿았습니다.

 

▲ (왼쪽부터) 김남영 문학평론가, 정기문 문학평론가, 정인 소설가

 

 

   故 이규정 선생님의 작품 중 <사할린 1, 2, 3>, <번개와 천둥>, <치우>로 진행된 대담은 김남영 문학평론가, 정기문 문학평론가, 정인 소설가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정인 소설가께서 대학생 시절 이규정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목이 메어 할 때는 저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모두가 선생님이 남기신 작품을 이야기하며 그분의 삶을 추억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故 이규정 선생님은 산지니 출판사와도 인연이 깊은데요. 선생님의 최근 작품들이 산지니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선생님은 <번개와 천둥>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몽골을 위해 의술로 헌신한 대암 이태준 선생을, <사할린>에서는 러시아 사할린동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사건에 관해 쓰시면서 잊혀 가는 것들을 끊임없이 글로 알렸습니다.

 


 

 

  

  선생님께서 가장 최근에 작업하셨던 <사할린 1, 2, 3>은 동천사에서 1996년 출간된 <먼 땅 가까운 하늘>의 개정판이기도 합니다. 우리 소설사에서 러시아 사할린 동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유일한 장편소설로 그 가치가 빛나는 책입니다.

 

   추모콘서트 말미에는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故 이규정 선생님의 사모님, 조갑상 소설가, 배정남 소설가, 정혜경 소설가 등 많은 분이 선생님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 故 이규정 선생님의 사모님

 

 

 

 

▲ 조갑상 소설가

 

 

   저는 인터뷰 영상 중 배정남 소설가께서 인용한 이규정 선생님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 문장을 쓰더라도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작가는 글을 써야 합니다.

글로 말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추모 콘서트는 '독립군 노래 감상 및 해설', 박정윤 무용가의 <번개와 천둥> 프롤로그를 배경으로 한 퍼포먼스, '사할린 무연고 강제징용노동자 추모관' 벽화 작업을 하고 오신 박경효 화가의 이야기를 듣는 등 다양한 순서로 꾸며졌습니다.  

 

 

 

 

   故 이규정 선생님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 존경과 추억이 가득했던 추모콘서트였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계시지 않지만, 선생님이 남기신 작품들로 그 분이 추구하셨던 정신과 가치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사할린 1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동글동글봄 2018.10.23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못 가서 너무 아쉽네요. 늘 헤어지실 때는 악수를 건내셨는데요.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2. 권디자이너 2018.10.25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신라대89학번 국문과 제자 2019.02.06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 89학번 그땐 부산여자대학교였죠 국문과 제자로 교수님 수업 많이 들었어요 항상 웃으시고 소심한 저같은 학생들에게 격려와 자신감을 키워주셨던 인품 훌륭한 교수님이셨습니다 학점도 잘 주셔서 항상 감사했는데 교수님의 비보를 이제야 인터넷으로 접하네요 순간 눈물이 그렁했습니다 교수님 천국에서 행복한 영혼으로 편안히 계시길 바랍니다 대학강단에서의 가르침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산 문단의 큰어른, 흰샘 이규정 선생님을 보내며

 

 

 

2016년 겨울,  묵직한 원고와 함께 메일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 ... ) 최근 내가 2번의 입원으로 지금 건강상태가 매우 안 좋지만 회복되면 출판사로 한 번 나가겠습니다. 그 안에 자주 문자나 이메일로 연락하십시다. ( ... ) 안녕히 계세요. 받으시면 간단한 회신 주세요. 내가 컴퓨터에 하도 서툴어서 그럽니다.  

 

 2016년 11월 14일 오후

                                                                                             이 규 정 드림

                                                                                     

 

 

 

 

  그리고 2017년 5월 <사할린>(전 3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진행하며 이규정 선생님의 소설을 향한 집념과 역사의 파수꾼이라는 작가의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지요. 『사할린』은 일제강점기, 강제로 탄광으로 끌려간 사할린 동포들의 눈물과 회한의 삶을 그린 소설로, 96년도에 출간된  『먼 땅 가까운 하늘』을 재출간한 것입니다. 1991년 러시아 현장 취재를 감행했고 이후 6여 년간의 자료 정리와 퇴고를 거듭한 끝에 장편소설 『먼 땅 가까운 하늘』(동천사)가 출간됐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의 사정으로 이 작품은 너무 빨리 사라졌고 이후 21여 년만에 다시 독자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출처 : <국제신문>

 

  이 작품을 진행할 때, 선생님께서는 몇 번이고 감사의 말을 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단순히 사라질 뻔한 작품이 재출간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사람들의 애달픈 삶과 꿈을 다시금 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의 재출간과 함께 선생님께 간단한 인터뷰도 진행했었는데요, 당시 몸이 안 좋으셨던지라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셨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간 조선인의 삶과 소설의 메시지를 전하는 부분에서는 몇 번이고 힘주어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 『사할린』 저자 인터뷰(북트레일러) 

https://youtu.be/vbzdtnyrWmY

 

 

*  『사할린』 언론스크랩

_<국제신문> "젊은 세대, 일제의 만행 막연한 증오보다 제대로 알았으면"

https://bit.ly/2qz2Ccv

 

_<부산일보> "역사 속 아픔까지 어루만지는 게 작가의 몫"

https://bit.ly/2GY1OE0

 

 

 

산지니DB

 

  2016년 봄, 이규정 선생님께 놀라운 일이 일어난 때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장편소설 『번개와 천둥』이 몽골에 수출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죠. 『번개와 천둥』은 신의(神醫)로 추앙받던 박애주의자 의사이자 몽골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38년 짧은 생을 마감한 이태준(1883~1921)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실화 소설입니다. 2001년 몽골 울란바토르 '이태준 기념공원'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집필 구상에 들어갔고 이후 3여 년만에 출간됐습니다.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 72주년 경축사에 '이태준' 선생의 이름이 거론돼 또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시대의 풍랑에 휩쓸린 사람들.

이규정 선생님의 수많은 작품들은 언제나 그 시대의 사람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의 자리가 어디고, 어떤가를 돌아보게 하며, 그 행로를 재성찰하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특히 소설이 그렇다. 소설의 이런 특성을 전제하는 것은 이규정의 아홉 번째 소설집 『치우』에 수록되는 일곱 편의 작품을 읽고 느낀 다음과 같은 인간문제 때문이다. (하략) "_ 오양호(문학평론가)

 

 

  『치우』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 조총련간첩사건, 보도연맹, 연좌제 등 한국현대사의 굴곡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이데올로기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서민들의 삶의 서사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인간주의적 삶을 지향하는 이규정 선생님의 세계관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작품집이기도 하죠. 수록된 작품들은 작중인물들이 직면하는 삶 앞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진정한 평화와 안식이 어디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산지니DB      

 

 

  흰샘 이규정 선생님은 매듭 많은 한국 근현대의 현실과 구원의 서사를 보여주었던 소설가입니다. 1977년 단편 '부처님의 멀미'로 작품활동을 시작하며 『첫째와 꼴찌』 『들러리 만세』 『아버지의 적삼』 『치우』 등 11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 『돌아눕는 자의 행복』 『번개와 천둥』 『사할린』 등 외 다수의 동화, 소설 이론서, 칼럼집을 출간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 곳곳에는 한국의 아픈 시간들이 배여 있었고, 또 그 시간 속에 놓인 가녀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규정 선생님은 작품에서 나와 현실에서도 실천하는 시대의 어른으로 기억됩니다. 작가로서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한국작가회의 전신)에 몸담고, 교수로서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시국 문제의 희생자가 된 해직 교수와 옥살이 하던 문인들을 도왔습니다.(출처: 국제신문) 그 밖에도 부산참여자치연대 초대 공동대표와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맡아 시민사회단체 활동에도 앞장섰습니다.

 

 

 산지니DB  

 

 

"정부가 무능하면 그것은 국가의 위상 추락은 물론, 국가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대한제국 정부의 무능이 결국 나라를 망친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_『사할린』 「개정판을 내면서」 중에서

 

 

 너무도 추웠던 2017년 1월 겨울, 『사할린』에 실을 작가의 말('개정판을 내면서')을 받으며 문단 문단에 서려 있는 선생님의 정신과 삶의 가치를 생각해봅니다.

삶과 앎이 공존했던 흰샘 이규정 선생님,

많은 작품 속에 남아 있는 당신의 숨결을 기억하겠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_<부산일보> "'부산 문단·지역사회 참된 어른' 흰샘 이규정 소설가 별세"

https://bit.ly/2vfBnZg

 

_<국제신문> "부산문단 거목, 행동하는 지식인 이규정 작가 별세"

https://bit.ly/2v9UrrD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사할린 1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사할린 2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사할린 3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권경옥 2018.04.18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할린>을 재출간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위하여 등장인물들의 간략한 소개글을 부탁드렸는데, "응당 작가가 해야 하는 것이지만 건강이 허락지 않아 편집부의 수고를 바란다"고 미안해하시던 일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작가로서의 사명과 의식을 잊지 않으셨던 분으로 기억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윤은미 2018.04.20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부고 소식을 조금 늦게 알았습니다. 믿기 어려워 몇 번 확인했습니다. 치열하게 쓰시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쓰셨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부르던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많이 그립습니다. 하늘 나라에서는 건강 걱정 없이 편안하게 소설 쓰시길 바랍니다. 오랫동안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보면

컬러별로 책을 모아두고 찍는 게 많더라고요.

 

우리 산지니 책들도 한 미모하는데 

이런 유행에 빠질 수 없죠!

 

그래서 색이 고운 책들로 선정(?)하여

산지니 무지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 D

 

 

1. 선명선명. ver

 

2. 아련아련. ver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온수 2016.02.29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럴 듯하네요^^ 패션과 혁명이 선두에 섰군요.

 

 

25년 만에 재출간된 조갑상 작가의 『다시 시작하는 끝』

 

소설의 지나온 세월의 시간만큼 혹은 재출간을 기다린 시간만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자리가 간절했을텐데요.

 

지난 27일(월) 조갑상 선생님과 독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제27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톡! - 조갑상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

( 행사를 알리는 포스팅도 했었지요 : D ) 

 

 

퇴근 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자유바다 소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입구부터 오늘의 행사를 알리고 있더라고요.

이 행사의 주인공 『다시 시작하는 끝』과 조갑상 선생님의 얼굴도 보이네요.

 

 

입구의 포스터가 너무 작다고요?

짜잔! 소극장 한 켠에 이렇게 큰 POP물이 걸려 있네요 : )

 

오늘의 행사는

1부- 저자와의 만남

2부 -「살아 있는 사람들」을 각색한 연극 관람으로

진행됐습니다.

 

 

행사는

장편소설『번개와 천둥』, 소설집『치우』의 저자이신 

이규정 선생님의 축사로 시작됐습니다.

 

 

▶ 이규정 작가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이어 김만석 평론가와 배길남 소설가의 진행으로 

문학 톡!톡! 행사가 진행됐는데요,

 

이번 진행을 맡은 김만석 평론가와 배길남 소설가는

조갑상 선생님과 사제지간이여서 더 의미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만석 평론가(이하 김)

25년 만에『다시 시작하는 끝』을 재출간 하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조갑상 작가(이하 조)

80년대 등단을 해서 90년대 첫 소설집을 냈습니다. 많이 늦은 편이죠. 그렇게 심사숙고하여 낸 책이었는데, 절판이 되고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산지니 출판사의 재출간 권유를 받게 됐고, 소설의 제목처럼 25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끝』을 내게 됐습니다. 다시 책을 내기 위해 제 예전 작품들을 찬찬히 읽어보며 지난 시간들을 다시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뭐, 책이 나온 기분이야 뭐... (웃음)

 

배길남 작가(이하 배)

두 번째 소설집『길에서 형님을 잃다』는 강의 교재였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읽었는데 (웃음) 농담이고요,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 한 권에 17편의 소설을 담는, 그 모습에 경외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소설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대부분의 소설들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표제작인 「다시 시작하는 끝」에는 어머니가 등장하고, 소설의 주요한 인물로 나옵니다. 

 

계기가 있거나 의식을 하고 쓴 것은 아닙니다. 「다시 시작하는 끝」의 주인공은 '고아'이고, 자신을 양딸로 데려다 키운 것이 엄마일 뿐이지 이 소설이 '어머니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계속해서 소설집 속의 작품 이야기를 해볼까요? 선생님의 첫 소설집에는 부부 관계(혹은 유사 관계)의 불안이, 두 번째 소설집에서는 부부 관계의 안정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그 이유가 있는지요?

 

제 소설에 부부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보였나요? 「사육」에서 보이는 남녀의 관계는 대단히 불안해 보이겠군요. 이 소설은 70년대 국내 작품부터 외국의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며 그 시절 제가 느낀 감정들이 응축되어 나온 소설입니다. 소설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재가 다가오는 느낌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제 작품들 속에서 불안을 느꼈다면 그것은 의도가 아니라 제가 가진 감정들이 자연스레 녹아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소설들 속에 신문, 라디오와 같은 매체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요, 이와 동시에 운송수단은 버스를 주로 이용하더라고요. 

 

저는 운전을 늦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요, 그래서 '버스'라는 공간은 일상적이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매체들을 많이 다루는 것은 제 생활의 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매체들에 매여 있는 것도 있고요. 「살아 있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신문을 보다가 소재를 얻은 경우 입니다. 그 당시는 신문에서 사람을 찾는 광고가 많았는데요, 그런 부분들을 착안해서 제가 알고 있었던 소재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병들의 공화국」, 「동생의 3년」등의 작품을 보면 고립의 끝은 '군인'으로 설정되어 있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군대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30개월 복무하고 상병 제대 했으니까 그 고생을 정말... (웃음) 전투도 많이 하고, 전출·전입이 많았기 때문에 군대에서 느낀 고립감이 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때 당시의 느낌들이 작품 속에 녹아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군대를 다녀온 남자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군대는 소재로 써볼 만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누구나 다 겪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어윤중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단편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장편 소설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이 역사적 스펙트럼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요. 분량이 아니라 소설 자체가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장편으로서의 욕심은 없으신지요? 혹은 「혼자 웃기」를 「은경동 86번지」로 확장시킨 것과 같은 작업을 생각하진 않으셨나요? 

 

「어윤중 이야기」의 소재를 만났을 때 장편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작품을 투고할 때는 단편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고, 그것에 충실 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 웃기」,「은경동 86번지」와 같은 작품은 처음부터 기획한 것이 아니라 제가 살아온 동네,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넓혀 보고 싶은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고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라진 사흘」, 「폭염」과 같은 작품을 보면 근현대사의 결함이 엿보입니다.

 

「사라진 사흘」의 이산가족을 통해 시대적 상처와, 사회적 상실이라는 부분을 제가 가진 여러가지 생각들을 녹여 환기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폭염」과 같은 경우는 80년대의 모습과 그 전의 이야기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80년대 대학생으로서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은 죄책감 같은 것이 남아 작품에 녹아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쯤에서 관객석에서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Q1. 선생님께서 소설가가 된 이유와 선생님께 소설은 무엇입니까?

 

국민학교 다닐 때 그런 걸 해서… 그렇게… 이렇게… (소설가가) 된 거죠. (웃음) 그리고 제게 소설은 여전히 '힘듬'입니다.  

 

 

Q2. 『다시 시작하는 끝』의 첫 출간과 현재 재출간이 작품에 있어 다른 점이 있습니까?

 

등단 후 두 번째로 발표한 소설 「방화」가 수록 되었습니다. (「방화」가 수록되어 「혼자 웃기」,「은경동 86번지」와 함께 은경동 3부작을 이룸) 이외에 작품의 문장들을 부분적으로 다듬은 것 말고는 첫 출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Q3. 작품을 읽으면서 필요없는 문장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소설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한다는 느낌이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 성격 탓인지, 소설에 대한 저의 생각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그렇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제가 다작을 하지 못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Q4. 재출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단순합니다.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 책이 절판 됐었고,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이었는데 이제 다시 독자들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되겠지요.

 

 

 

그녀는 걷어찬 막내의 이불을 다시 다독거리며 희미해져 가는 발짝소리를 지우며, 창을 울리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렸다. 어차피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들이 저 바람 속 어딘가에 잠겨 있을 것만 같아 그녀의 가슴은 천천히 두근거렸다. _ 「다시 시작하는 끝」p.193

 

 

 

 

 

 

다시 시작하는 끝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잠홍 2015.08.04 0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요없는 문장이 없는 소설'이라는 관객 분의 평이 와닿네요. 조갑상 선생님은 퇴고를 정말 최선을 다해 하시는 것으로 (저희 출판사 내에서도) 유명하시죠! 더운 날 취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2. BlogIcon 찜디 2015.08.04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시작하는 끝 표지를 구상하는 과정속에서 원고를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행사에 참여했었다면 더욱 와닿았을 것 같아요 ㅎㅎ 날이 많이 더웠었는데 포스팅 짱!ㅋㅋ 잘읽었습니당 ^_^

이규정 소설집 『치우』 이주홍문학상 수상!


안녕하세요! 연이은 수상 소식 전해드립니다.


올해 제34회 이주홍문학상 수상자로 아동문학 부문에는 정두리 시인의 동시 『초파리의 용기』가 , 일반문학 부분에는 이규정 작가의 소설집 『치우』가 선정되었습니다.


이규정 소설가의 소상 소식에 담당 편집자인 저 역시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점심 먹고 그날 오후, 꽃을 사러 갔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그날 오후라고 하면 지지난 주 금요일입니다. 선거, 현충일, 휴가로 조금 오래 쉬었기 때문에….


여하튼 저는 전복 편집자와 함께 꽃집으로 달려 갔습니다. 이날 엘뤼 편집자는 휴가였기 때문이죠. 꽃 사는 일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살면서 잘 몰랐어요. 그렇게 헐레벌떡 찾아간 꽃집에서 저희 마음도 환해지는 분홍 꽃을 샀습니다. 

역시 살아 있는 생명은 그 자체로 아름답네요(부끄)



이름은 레이디(꽃집 언니의 말)

  

우리도 레이디ㅠㅠ



그러나 문학관은 대표K와 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문학관은 여전히 청명했습니다.

이주홍문학관은 아동문학의 선구자, 향파 이주홍 선생의 문학과 삶을 기리기 위해 유족들과 제자들이 문학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주홍 선생의 시화 시집과 동화 메아리가 실린 책자입니다. 동시 한 편 뱅-뱅-.






아동문학상 심사평과 일반문학상 심사평에 이어 이주홍문학재단 이형택 이사장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두 분을 축하해주셨습니다. 드디어 이규정 소설가의 수상소감, 취재 열기가 뜨겁군요.





미리 밝힌 수상 소감에 작가는 역사를 숨 쉬고, 시대를 입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날 수상 소감으로는 이러한 맥락으로 세월호 침몰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하며, 수상식에서는 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평소 생각해왔던 생각을 소신 있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시대 정신을 잊지 않은 작품으로 또 뵙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심사평


치우는 7편의 단편모음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해방이후 한국전쟁, 조총련간첩사건, 보도연맹, 연좌제 등 한국현대사의 굴곡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상처받은 서민들의 삶의 서사가 응축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은 서사구조가 뚜렷하다는 특징을 가지면서, 인간주의적 삶을 지향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그러고 작중인물들이 직면하는 질곡의 삶 앞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진정한 평화와 안식이 어디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를 근원적으로 묻고 있다는 점도 이 소설집이 가진 큰 미덕으로 평가되었다.

-심사위원 조갑상(소설가), 남송우(문학평론가)




*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점심을 먹고, 오늘 저녁 이주홍 문학상 시상식에 갈 편집자 Y를 따라 이규정 소설가께 선물할 꽃을 사러 갔습니다. 오는 길에 꽃을 들고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Y가 졸업사진 같다고 놀렸어요. 이상도 하지, 꽃과 제가 한데 있으면 구분이 잘 안 될 텐데 어떻게 찾아냈을까요...Y는 역시 눈 밝은 편집자. 하하하^^;

 

북디자이너를 기다립니다>> http://sanzinibook.tistory.com/notice/1088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편집자 Y입니다. 벌써 목요일이네요. 

어제 저자와의 만남을 끝낸 다음 날이라 마음만은 금요일입니다^^ 후후

오늘은 수상 소식 전합니다!

이주홍문학상 문학부분에 이규정 소설가의『치우』가 선정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소설 수상 소식이라 더욱 기쁘네요.


-----------

이주홍 문학의 향기 다시 퍼진다

13회 문학축전 30일~내달1일, 시화집 발간·백일장 등 열려





소설가이자 아동문학가인 향파 이주홍(1906~1987·사진) 선생을 기리는 제13회 이주홍 문학축전이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동래구 온천동 이주홍문학관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 축전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꾸려진다. 우선 30일 오전 10시부터 이주홍문학관 재개관 10주년 기념 시화집 발간 행사가 이주홍문학관에서 벌어진다. 이어 30일 오후 6시30분 이주홍문학관 향파문학당에서 제34회 이주홍문학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올해 이주홍문학상 수상자는 문학 부문의 소설가 이규정(소설 '치우')과 아동문학 부문의 동시인 정두리(동시집 '초파리의 용기')이다.


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금강공원 '이주홍문학의길'에서 이주홍 어린이 백일장이 열린다.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백일장 당일 현장에서 신청을 받는다. 부산의 아동문학가 10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장원 2명, 차상 4명 등 총 58명을 뽑아 시상할 계획이다.


마지막 행사는 다음 달 1일 진행되는 이주홍문학기행이다. 목적지는 경남 합천이다. 이곳에는 이주홍어린이문학관 등이 있다. 문학기행은 워낙 인기가 좋아 접수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정원 80명을 모두 채웠다.

문학축전을 주최하는 (사)이주홍문학재단 관계자는 "축전을 계기로 이주홍 선생의 문학 세계가 더 많이 알려지고 이주홍문학관도 시민 곁으로 더 다가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제신문│김희국 기자│2014-05-27 

원문 읽기


● 책 소개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권 디자이너 2014.05.30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축하드립니다. 이규정 선생님.

 

『치우』의 이규정 선생님을 만나다

 

산지니 출판사 인턴을 하면서 평소에 가보지 못한 곳을 많이 가보는 것 같아요. 출판사가 있는 거제역, 법원 근처도 처음이었거든요. 이번에 가는 곳은 치우의 작가, 이규정 선생님의 자택이 있는 망미역입니다. 평생 1, 2호선만 탔는데 요즘 따라 3호선만 타는 것 같아요.       

                                                  

사진출처                                         사진출처

 

인터뷰 장소는 바로바로 선생님의 집. 고심해서 산 녹차 롤 케이크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지도를 부여잡고 찾아간 선생님의 집은 덕문여고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다가 대학교수로 정년퇴임을 하신 선생님은 학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일까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해봅니다. 처음 뵙는 분과 처음 해보는 인터뷰라니. 너무 떨렸어요.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혼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올라갔는데, 선생님의 인자한 미소를 보자 마자 그런 생각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선생님의 아늑한 작업실에서 따스한 오전의 햇살을 받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손때 묻은 질문지와 함께 시작된 인터뷰.

 

 

Q.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후유증이 심하셨다고 들었는데,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A. 지금도 흉터가 있어. 교통사고가 나고 엉뚱하게도 몸 전체 면연력이 떨어지고 감기가 잘 걸린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후유증 때문에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 지금은 체력이 떨어지니까 소화가 안 돼서 좀 고생을 하고 있지.

(빨리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네요.ㅠㅠ)

Q. 선생님께서 글을 쓰신지 올해로 38년이 되셨어요.

A. 내가 1977년에 나왔으니 38년이 되었지. 나이는 마흔한 살 때 늦깎이로 나왔는데, 등단한 다음에는 글을 많이 쓴 셈이야.

Q.처음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쓸 계획이 있었는데, 그때 집안이 어려워서 서울까지 갈 수도 없었어. 우리 집이 경남 마산이었는데 마산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에서 제일 싸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더니 경북 사범대학이더라고. 거기에 입학하면 등록금도 영 싸고, 또 졸업하면 바로 취직도 되고 해서 입학을 했지. 내가 영 어리고 무식해서 그때만 해도 문학을 하려면 국어국문학과가 아니면 문학이 안 되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서 보니까 우리 국어과에는 문학하는 교수가 아무도 없는 거야. 전부 어학 같은 분야만 하고. 그래서 혼자 공부했지. 마침 2학년 때 김춘수 교수님이 오셔서 그분 강의를 늘 가서 듣고는 했지. 오시자 마자 내가 항상 소설을 써서 보이고 지도를 받곤 했어. 3학년 2학기 때 김춘수 교수님이 황순원 선생님께 소개와 추천으로 편지와 함께 내 습작품을 보내셨는데 소식이 없더라고.(웃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때의 문예지 추천이 사람을 먼저 보고 그 인성을 확인한 뒤에 작품을 보는 건데, 김춘수 교수님께서 그런 지도를 안 해주셨지. 작품 한 편 보내놓고 추천되어 나올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지. 그 뒤에도 자꾸 자꾸 보내고 해야 했는데 나도 바빠서 못했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고등학교 교사로 서면서 늘 진학반을 맡아가지고 고생을 하고 그러니 이렇게 늦어버렸어. 그래도 각 신문사 신춘문예에 늘 투고를 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 운수가 없어서도 그렇지만 실력도 모자랐고. 어쨌든 잘 안 되서 애를 먹었지. 그러다가 부산에서 남부문학이라는 책이 나와서 그 남부문학이라는 책의 동인에 소설을 써내고 그 책을 전국에 다 보내고는 했어. 그때 작품 제목이 부처님의 멀미였는데, 시문학이라는 잡지사에서 이 부처님의 멀미를 시문학에 한 번 더 실어도 되겠냐고 연락이 와서 좋다고 했지. 해서 그것을 명색이 데뷔작, 등단작으로 삼아서 활동을 하고 있어. 그때가 1977년도였지.

Q. 요즘 젊은 사람들은 조총련’, ‘민단이나 보도연맹같은 단체와 당시의 상황, 분위기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책을 읽다가 따로 찾아보곤 했어요. 치우속 임상태가 허동식에게 돈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허동식은 국가의 감시와 조사를 받으며 고생을 했는데요, 이렇게 조총련에 관해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일화나 사건이 있나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A.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고,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었지. 큰 피해는 아니지만 나도 일종의 피해를 본 사람이고, 아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 내 뒤를 늘 형사가 따라다니는 형편이었으니까.

형사가 선생님의 뒤를 계속 따라다녔다고요?

형사가 따라다닌다는 것이 뭐냐면, 자주 와서 내 근황을 살피고 묻고 그러는 거야. 아주 기분이 안 좋았지.

 Q.치우가 선생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고 작품 속 임상태라는 친구도 실존인물이라고 들었어요.

A. 표제작 치우를 포함해서, 치우라고 하는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이 대개 내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거기에 픽션을 많이 가미 했지. 단편 치우의 임상태라는 사람은 실제 내 친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일본에 살고 있어. 책에서는 죽은 걸로 했는데 잘살고 있지.

선생님의 작품을 보시고 친구 분의 반응이 어떠셨나요?

읽고 나서 나한테 전화를 했는데, 느낌이 어땠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어. 최근에 해가 바뀌었으니까 한 번 전화를 해서 내가 니를 죽은 걸로 했는데 기분이 어땠냐고 물어봐야지.(웃음)

Q. 작품 속에 종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A. 내가 천주교신자이다 보니까, 여기도 모시고 있고 (선생님은 책장 위에 올려져 있는 마리아상을 가리키셨다.). 부산 천주교 평신도 대표를 했고 지금도 천주교에 열심히 나가고 관심도 많아서 작품에 그런 것이 조금씩 조금씩 많이 묻어나오지.

Q. 신앙을 가지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A. 그게 80년이니까 내가 마흔네, 다섯 살 때쯤 되어서였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유언이 전부다 성당에 나가라하셨거든. 그래서 할머니 유언에 따라서 아버지께서 제일 먼저 입교 하셨고 가족이 다 입교하면서 나는 제일 늦게 입교했지.

  Q. 작은 촛불 하나에서 준호는 힘겨운 현실을 종교의 힘으로 버텨나갑니다. 선생님께서도 신앙심으로 힘든 순간을 이겨내신 적이 있나요?

A. 가정살이를 해보다 보면 여러 가지 남이 모르는 고민, 걱정거리가 항상 생길 수가 있어. 오늘도 화장실 수도꼭지가 고장 나서 고치고 있지(실제로 나를 맨 처음 맞아준 사람은 수도꼭지를 고치러 오신 아저씨였다).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일이 많은데 대부분 경우에 스스로 참기도 하지만, 참기 힘든 일은 하느님에 의지해서 극복해 나가고는 하지.

Q. 희망의 땅에서 필곤이 형을 찾아 떠난 나라는 캄보디아였습니다. 상황묘사와 설정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 글을 읽고 있으니 캄보디아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실제로 선생님께서 캄보디아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A. 캄보디아에 가서 한 일주일 봉사활동을 하고 왔어. 의사가 몇 분가서 의료봉사를 하는 팀에 끼어서 따라갔지. 나는 의사도 아니니까 의료봉사는 못하고 다만 어려운 수녀원에서 경영하는 어린이 에이즈 환자 병원에 가서 놀이기구도 고쳐주고 페인트칠도 하는 봉사를 했지. 한 일주일 가까이 했는데, 소설가는 항상 어딜 가든지 소설 쓸 욕심으로 여러 가지 취재를 하거든. 거기서 나도 다른 사람 모르게 취재도 많이 하고 자료도 많이 구해 와서 집에 와 분석을 하고 쓴 거야.

학살박물관도 직접 가보신 건가요?

, 가봤지. 안 가보면 안 되지. 또 바탐방이라는 먼 곳에도 가서 피가레도 주교님도 만나보고, 한국 원불교에서 파견된 원불교 교단에도 가보고 다 만나보고 했지. 그래서 앙코르와트라고 하는 관광지에는 전혀 못 가봤지.

 

 

-햇살을 받으시며 사진 한 컷.

 

Q. 치우라는 소설집에서는 유독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저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 전 친구의 아버지의 부음을 받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죽음은 언제나 무겁기만 한 주제인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A. 지금 내 나이가 일흔여덟 살인데, 나도 나이가 더 들기 전에는 죽음을 대단히 두려워했고 또 죽음을 어찌됐든 피해야 된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까 이제 죽음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죽음을 부정하지 않고, 죽음을 긍정하고, 죽음을 인정하고,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두려워할 거 없다고 생각을 고쳐먹었어. 그야말로 지금은 어떻게 죽나 하는 준비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지.(웃음)

 Q. 저는 아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아버지의 이야기인 작은 촛불 하나와 사별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부부의 마음이 잘 드러난 풀꽂 화분처럼 가족의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A. 풀꽃 화분은 거의 실제 이야기야. 실제로 아내가 아파서 입원을 했는데, 내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고생을 했지. 사람 하나 놓치기 쉽다 하는 염려 때문에 고생을 했어.

ㅠㅠ지금은 괜찮으신 건가요?

이제 그 병은 완전히 치유가 됐는데, 지금은 무릎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

 Q.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작품은 어떤 것인지,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흔히 작가와 작품을 두고 볼 때, 작품은 자식들, 작가는 부모라고 비유를 많이 하지. 모든 자녀들은 부모에게는 다 귀한 자녀이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다 아끼고 애착 가는 작품이니까, 나도 치우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을 다 아끼지. 그래도 표제작으로 내세운 치우가 조금 더 애착이 간다고 할 수 있어. 왜냐면 치우라는 소설집 전체가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그전에 그 작품이 다른 곳에서 우수 문학 작품으로 선정돼서 돈을 좀 받았거든. 그래서 잘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저도 치우를 제일 많이 읽어본 것 같아요.(웃음)

Q.치우를 보기 전까지 저는 옛날의 허동식과 생각이 비슷했습니다. 만약 제게 허동식과 같은 상황이 온다면 임상태를 뜯어 말렸을 겁니다. 그런데 치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죽음만 겨우 면할 수 있는 극도의 가난 앞에서 사상을 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닌 가족 전체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사상을 지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았어요. 아마 저 같이 생각이 바뀐 독자가 많을 것 같아요.

A. 그때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나이가 서른이 되기도 전이고 반공교육이 철저히 머리에 박혀가지고 살 때니까 친구를 말렸지. 나이가 들고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그야말로 이데올로기의 문제, , 우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고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는 살아가는 문제지, 좌익이다 우익이다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지. 그 소설처럼 나이가 더 들면서, 그때 굶다가 굶다가 더는 못 굶어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일본으로 도망치다시피 가는 친구를 내가 이해를 못하고 끝까지 말리려고 했던 것을, 실제로 말렸고, 많이 후회하고 뉘우쳤지. 사실은 지금도 걸핏하면 사람들이 정부에 대해서 비판만 하면 종북, 친북 이렇게 몰아붙이는데 사실 정부를 비판한다고 해서 우리가 전부다 북한을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종북, 친북 이런 식으로 말하면 기분이 나쁘지.

Q.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치우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작품인가요?

A. 우선 이번 소설집이 가장 품위 있게, 맵시 있게 책이 나왔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고, 그래서 출판사 쪽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또 다들 책 표지도 잘 되었다고 무게 있게 잘했다고 해서 출판사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 적도 있지. 이런 저런 의미에서 치우는 의미 있고 뜻 깊은 책이고 더군다나 이제 우수 문학 도서에 선정되어서 그런 혜택도 받으니까 마음이 좋지.

 

<인터뷰를 마치고>

준비했던 질문이 다 끝나자 선생님은 인삼차를 끓여 오시겠다며 나가셨어요. 혼자 선생님 작업실에 있으면서 구경을 많이 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단연 수많은 책들이었습니다.


 마셔요.

감사합니다. (하트)

설탕 말고 꿀을 좀 넣었어.

정말 맛있어요!


손수 끓여주신 인삼차는 달달하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바로 홀짝인 거 있죠.(눈물) 따뜻한 인삼차에 그때까지도 남아 있던 약간의 긴장감이 풀어지는 듯 했습니다.


책이 굉장히 많네요.

그래, 책이 많지. 여기가 내 작업실이거든. 책 한번 구경해요.


 

그러고 나가셔서 저는 구경하실 시간을 주시는 건가, 하고 혼자 작업실의 책을 구경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나와 보라고 하시더군요. 쫄래쫄래 나가보니 웬걸, 집 전체 여기저기에 책이 있었습니다. 거실을 비롯해서 어떤 방에는 벽이 안 보일 정도로 사방이 책이었어요. 게다가 이중으로 꽂혀 있어 그 수를 짐작하기 더 어려웠지요.


 우와. 그럼 책이 다 몇 권정도 인가요?

만 권정도 되려나. 평생을 모아온 책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지금 이 책을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야. 요즘 대학 도서관에서 이런 책을 별로 반가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깝고, 문학관을 지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야.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즘은 늘 바쁘지. 매일 글을 쓰고 있어. 어제 저녁에도 서울 문예지에서 소설을 써달라는 연락이 왔고, 지금 다른 문예지에도 글 써야 할게 있고, 늘 글을 쓰고 있지.

장편도 준비하시고 있다고 들었어요.

장편도 금년에는 책을 내야 하는데 어디서 내야 하느냐 고민이야. 워낙 요새 책이 안 팔리고 책을 내줄 출판사도 쉽지 않고 고민하고 있지.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했어요.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인터뷰 해주셨으니까 글 정말 잘 써볼게요!

그래, 잘 써 봐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가려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질문 좀 더 준비해갈걸. 말을 좀 더 잘 해볼걸.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주신 선생님과 악수를 마지막으로 내려왔는데, 노트북을 놔두고 왔지 뭐예요. 다시 허겁지겁 올라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노트북을 가지고 나왔어요. 웃으시던 선생님의 얼굴이 기억납니다. 한참 어리고 서투른 저에게 귀한 시간 내주시고, 손녀처럼, 제자처럼 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벌침이야기 2014.01.10 1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해 들어 두번 째 금요일입니다.
    힘차게 날으는 독수리처럼 멀리 보시고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휴식은 필수이며 건강관리 또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사료됩니다.
    귀한 자료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2. 권 디자이너 2014.01.17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뷰를 읽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 산지니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 서류닝입니다. 처음이라 많이 부끄럽네요. 제가 인턴일기에 처음 소개하게 된 책은 바로 7년 만에 나온 이규정 작가님의 아홉 번째 소설집인 『치우』입니다. 『치우』는 「치우」, 「죽음 앞에서」, 「폭설」, 「희망의 땅」, 「작은 촛불 하나」, 「풀꽃 화분」,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의 총 일곱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으로 처음 봤을 때 외관에 굉장히 시선이 끌렸던 책입니다. 밝음과 어두움의 묘한 공존을 연상시키는 표지와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제목이 턱, 하고 이 책의 첫인상으로 제 머리에 박혀버렸습니다. 가벼운 책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우』는 어느 한 편도 소홀히 읽히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치우』는 사상과 사람, 생명과 죽음, 종교에 대한 얘기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이 된 「치우」라는 작품은 사상과 사람다운 삶 중에 무엇이 중요하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자신이 영향을 준 사상을 좇아 아내를 잃으면서까지 힘들게 살아온 친구를 보며 주인공인 동식은 ‘바보 같은 친구’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상태는 조총련을 멀리하고 민단으로 활동하는데, 이로 인하여 아내가 우울증으로 자살한다.

그가 잠시 말을 그치고 나를 유심히 바라봤다. 상태의 눈길을 받으면서 나는 심한 자책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상태가 총련을 멀리하면서 민단에 발을 붙인 이유가 나의 공산주의 혐오에 기인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그가 이모부의 뜻대로, 장인의 뜻대로 살았다면…. 내가 뭔데? 내가 대관절 뭔데, 나의 생각을 그렇게 존중하면서 고생을 사서 했단 말인가. 바보 같은 친구….

-「치우」 중 p.19

이규정 작가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 안의 상태는 실존 인물로, 작품 안의 상태는 죽었지만 실존 인물인 상태는 살아있다고 합니다. 작품 속 사상에 휩싸였던 동식처럼 당시 친구의 가난한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작가님은 스스로 ‘어리석은 친구’라고 말하고, 그런 자신의 말을 따른 상태라는 친구 또한 ‘바보 같은 친구’라고 말하십니다. 이 어리석은 친구, 바보 같은 친구라는 뜻의 ‘치우’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어쩌면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뜻은 아닐까요. 그것이 아무리 나라와 자신의 사상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저는 평소에 사상을 좇아 기꺼이 사람다운 삶을 내버리는 사람들을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그것이 과연 사람으로서 옳은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가족을 잃으면서까지 지향해야하는 사상이 있을까요. 사상을 좇기 전에, 과연 나는 사람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작은 촛불 하나」입니다. 한 중년 남성의 고해성사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부모의 사랑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아들을 죽이고 싶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고해성사에 경악 했지만, 이어지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멀쩡했던 아들이 사고로 지체장애와 청력장애가 되어 자신과 아내에게 막무가내로 대하는 모습에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내 그런 생각을 한 것을 후회하고 고해성사를 하곤 합니다. 아들은 안하무인으로 굴다가도 금방 숙이고 들어와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욕지거리를 하다가도 오래 사시라고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의 마음은 찢어집니다. 성체조배실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아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이 아닌 충동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싶을까요. 아무리 밉더라도 자식은 자식이지요.

“아버지 오늘 저녁에 한국과 이란이 축구합니다. 얼른 오시어 진지 드십시오. 그리고 저도 모레 주일부터는 성당에 나가겠습니다.”

지혁이 성당에 안 다닌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다시 다니겠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믿을 수 없다. 마음이 하도 잘 바뀌므로. 준호는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그러나 준호의 마음속에는 작은 촛불 하나가 켜진 것 같았다.

-「작은 촛불 하나」 중 p.159

아버지는 이런 힘든 현실을 종교에게 위로받습니다. 고해성사를 하고 성경을 읽어보며 현실을 버티는 힘을 얻는 것이죠. 저는 종교가 없어 사람들이 왜 종교를 믿을까 궁금했는데, 「작은 촛불 하나」를 보니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이 힘든 사람일수록 종교를 찾는 일이 많은 것도 그 이유겠지요. 작품 속 아버지의 현실은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아들의 문자를 보고 마음속에 ‘작은 촛불 하나’가 생깁니다. 이때까지 상황으로 보아 아마 그 촛불은 다시 꺼지겠지만, 아버지는 다시 촛불 하나를 얻기 위해 고해성사를 하면서, 또 성경을 읽으면서 현실을 버텨나갈 겁니다.

 

 

『치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사상, 종교뿐만 아니라 역사, 가난, 죽음 등 방대합니다. 하나만 해도 받아들이기 무거운 메시지기에 읽고 나면 벅찬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작가님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거창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체 덕분에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약간의 허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깊숙이 가슴으로 와 닿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처음 『치우』를 읽고 서평을 쓰기로 했을 때 내용이 내용인지라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어요. ‘조총련’이라든지 ‘보도연맹’과 같은 역사적 지식이 부족하여 한 작품을 두 번씩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부끄럽네요ㅠㅠ) 그러나 다행히 뒤에 해설도 잘 되어있고, 블로그의 <저자와의 만남>에 이규정 작가님을 인터뷰한 글도 있어서 적절히 참고하여 무사히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ㅇ^!!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권 디자이너 2014.01.06 2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규정 작가께서 '저자와의 만남' 때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나네요.
    작가의 의도가 어땠건 작품에 대한 독자의 감상과 관심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작가 인터뷰 잘 다녀와요.^^

    • 서류닝 2014.01.08 1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행히 인터뷰 잘 다녀왔어요 ㅎㅎ 좀 아쉽기는 했지만 ㅠㅠ
      너무 제 감상 위주로만 쓴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생각해주시다니 다행입니다!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4.01.07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간 목도리에 놓인 책이 너무 아늑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몇 번이고 책을 읽었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네요. 작가가 특별히 애정을 보인 작품과 편집하면서 편집자가 마음에 든 작품, 또 독자가 재미나게 읽은 작품 모두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역시나 미완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문학이 아닐까 합니다. 따뜻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방문해보지 못한 작가의 집...ㅎㅎ 화이팅!

    • 서류닝 2014.01.08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어서 이리 저리 찾다가 발견한 여실지님의 목도리예요ㅎㅎ (여실지오빠 협찬 감사드려요!) 이번 서평을 쓰면서 느낀 건데 정말 문학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같아요. 읽을 때마다 매번 생각이 달라지는 작품도 있고요. 그게 문학의 매력인듯^ㅇ^
      첫 인터뷰를 작가님의 집에서 하게 되서 긴장 백배였지만 더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한 것 같아요 ㅎㅎ

2013년 하반기 문학나눔 

산지니『치우』, 『기차가 걸린 풍경』2종 선정



2013년 하반기 문학나눔에 이규정 소설집 『치우』와 나여경 여행산문집 『기차가 걸린 풍경』이 선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문학나눔은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 구입해 산간벽지, 마을문고, 어린이도서관, 교도소,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에 보급하는 사업입니다. 이번 기회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산지니와 작가 선생님 모두 다음 책을 발간하는 데 조금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선정 감사합니다.


이번 문학나눔에 선정된 도서는 총 164종 165권이며 산지니는 소설 40종 선정 중에 소설 부분 1종, 수필 26종 선정 중에 수필 부분 1종이 선정되었습니다. 


자세한 문학나눔 심사총평와 심사위원 정보는 문학나눔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www.for-munhak.or.kr/idx.html?Qy=notice&nid=505&page=1 





 심사평 소설 부분 이규정 소설집 『치우』  

   

  

심사평 : '죽음’이라는 소재는 무겁기도 하지만, 이 책 속에서의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 현재의 자리를 다시 살펴보게 만드는 잔잔한 힘이 있다. 그것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다르게 만들고, 인간의 삶과 영혼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준다. 


『치우』와 『폭설』과 같은 단편은 한국의 현대사를 통해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통해 역사책 속에서나 그 시대를 경험했던 젊은 세대에게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작가의 시각으로 종교의 의미와 구원에 대한 물음을 절망적인 현실에서 찾아가고 있다.





 심사평 수필 부분  나여경 여행산문집『기차가 걸린 풍경 



심사평 : 2010년 "불온한 식탁"이라는 소설을 발간한 이 저자는 역의 사진과 글이 살콤달콤하게 어우러지는 에세이 책을 썼습니다. 우연히도 이 소설을 근간에 문학나눔을 통해 읽어보았기에, 에세이에 더욱 흥미가 당겼습니다. 이 책은 2012년 1월 부터 그 해 6월까지 6개월 동안 26개의 역에 얽힌 이야기와 주변 풍경을 스케치한 책입니다. 목차의 소제목을 읽다보니 시의 한 구절인 듯, 불꽃이 터지는것 처럼 소제목이 아름답게 와 닿았습니다. 무채색의 겨울과 아름자운 자연이 그리는 듯한 수묵화, 한가롭다 못해 폐허처럼 느껴지는 기차역, 텅 빈 적요와 쓸쓸함을 저자는 세밀화 처럼 꼼꼼하게 묘사합니다. 그 역이 있는곳의 역사와 뒷 얘기도 섬세하게 펼쳐 놓아 줍니다. 


이 책은 스윽 한꺼번에 읽을게 아니라 조금씩 빨아먹는 사탕처럼 한 역, 한 역을 꼼꼼하게 날마다 조금씩 음미해야 제 격일 듯 합니다. 다만, 소제목도 아름답고, 사진도 흡입력이 있는 반면 그에 반해 내용은 좀 딱딱하고, 물처럼 흐르는 유연성이 떨어져서 아쉽습니다.




*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기차가 걸린 풍경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권 디자이너 2013.12.13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상 소식을 전했을 때
    이규정 작가님과 나여경 작가님의 얼굴에 떠올랐을 미소를 생각하니
    저까지 행복해지네요.


지난 14일 서면 러닝스퀘어에서 이규정 소설가와 저자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날 담당 편집자로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사실 편집자로 일하면서 글을 읽는다는게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치우』를 읽는 동안은 저 역시 독자로 돌아가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럼『치우』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이 뭘까, 이날의 만남으로 그 비밀을 나눠보겠습니다.  





이규정: 반갑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우비를 챙겨 오셨는지 걱정이 됩니다. 책도 선물하지 못한 분도 계시는데 미안하고 또 이렇게 생각보다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성의껏 진지하게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박형준: 처음에는 책 표지를 받고 선생님 연세도 있으신데 표지가 좀 밝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 삶과 죽음, 삶과 피안(彼岸)을 구분하는 경계로 책 표지가 소설의 내용을 잘 전달한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집은 7년 만에 나왔는데 오랜만에 작품집을 낸 소회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규정: 모든 작가는 아무리 졸작이라도 그 작품집에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자식 같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늦어도 3년 안에 책을 내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책을 출간한 건 나름의 사정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겪었습니다. 그때 병원에 조금 더 입원해 있었어야 했는데 급하게 마감해야 하는 원고가 있어 3주 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이후 후유증이 심해 불면증과 두통, 평생의 지병인 소화불량을 다시 겪으면서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간이 미뤄진 것도 있고, 이 책을 내기 전 먼저 준비한 1900년대부터 30년대까지의 역사배경으로 쓴 장편 소설도 있고 해서 조금 미뤄진 점도 있습니다.



이데올로기보다 사람다운 삶

무엇이 사람다운 삶인지 묻는다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이자 문학평론가이신 박형준 평론가(왼쪽), 이규정 소설가(오른쪽)



박형준: 『치우』라는 소설집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접근 방식과 역사 기술 문제 등 치우를 통해 문학이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규정: 「치우」는 제 체험이 많이 들어간 작품입니다. ‘임상태’라는 친구는 소설에서는 죽은 걸로 나오지만, 지금은 살아 있습니다. 책을 받았다는 연락을 전해 들었는데 소설에서 본인이 죽은 걸로 나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저는 그 친구와 소년 시절부터 함께하면서 야간 중학교 공부도 함께했고, 마산시청에 사환노릇도 같이하면서 우정을 쌓은 친구입니다. 저 역시 가난했지만 친구는 굶기를 밥 먹듯이 할 정도로 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그 사실을 몰라 제 생각대로 친구를 재단하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너무나 가난해서 일본에 있는 조총련계인 이모에게 간다고 했을 때 말하지 않았지만 밀항하는 것을 반대하며 은근히 압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60년대~70년대 정치 상황은 조총련계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왔고 이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간첩으로 몰려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항상 저를 따라다니는 형사가 있었고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제가 일하던 학교에 소문이 퍼져 동료 교사들에게 소외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고통을 소설에 녹였습니다.


박형준: 현실을 압도해버리는 멋진 수사들은 오히려 이야기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생님은 현실의 문제들을 뿌리 깊게 끌어올리고 있다. 현실 인식도 소설 안에서 리얼리즘을 반영하면서 그 고민과 사유가 현실과 떨어져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소설을 읽다 보면 뿌리 깊은 가난이 자주 나오는데, 소설에서 가난이 가지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작가가 경험한 가난과 사회의 불합리성.

소설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



이규정: 제 소설의 바탕에는 항상 가난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로 설정합니다. 그건 제가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부산 연지동 꼭대기에 살았습니다. 한여름에도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집사람과 물을 길어 와야 했고 밤중에도 물을 받아야 했습니다. 식구는 보통 열 식구가 넘었고, 열 식구 안쪽이 된 지도 2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가난은 늘 나의 동반자이자 친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어릴 때도 가난한 친구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귀한 물이 저희 동네에서 몇 미터 밖을 벗어나면 물이 콸콸 나왔고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사회의 불공정, 불합리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물과 전기를 누구보다 아껴 쓰고 있는데 이렇게 살아온 제 삶이 소설에 녹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박형준: 「치우」의 주인공은 이념적이고 국가주의에 휩싸여 있는데, 소설 말미에는 반성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궁극적으로 주인공과 친구 상태의 관계에서 궁극적으로 선생님이 말씀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규정: 이데올로기가 과연 무엇인가 늘 생각을 합니다. 사실 우리처럼 남북이 대치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이데올로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한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이데올로기가 중요해 서로 싸우고 사람을 죽이고 합니다. 지금은 가난에 굶주린 친구를 위해 어디든 못 가겠냐고 하겠지만, 그 당시 친구가 일본에 있는 조총련계 이모부에게 간다고 했을 때 친구가 이데올로기에 빠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은근히 친구가 가지 못하도록 반대하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난에 굶주린 친구 앞에 저는 어리석은 친구였고, 이런 바보 같은 친구의 말만 믿은 친구 ‘상태’도 어리석은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소설 제목을 어리석은 친구라는 의미로 (어리석을)치, (벗)우, 라고 지었습니다.


박형준: 「치우」를 읽었을 때 이념을 대하는 방식이나 개인이 국가라는 지정학적 한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다른 방식으로 성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내 옆에 있는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치우는 이러한 관계 구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이념의 돌파구의 만들어 성찰의 계기를 찾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말년의 양식을 이야기하면서 말년의 양식은, 자기로부터 망년이다. 자기가 옳다고 믿었지만 이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찰의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말년이 양식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치우가 의미가 있는 작품이지 않았나 합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생각하는 소설의 범주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은 현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규정: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소설은 현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란 지금 이 몸을 담고 있는,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는 고통스럽고 뼈아픈 곳을 말합니다.


옛날 연지동 꼭대기에 살 때는 위에서는 물이 없어 밥 짓기도 힘들었는데 조금만 내려가면 지금은 풀장이라고 불리는 수영장이 있는 아주 큰 집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중동으로 젊은 사람들이 일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셋방 사는 어느 젊은 부인이 마침 남편은 마침 중동에 갔고 해산을 해도 먹을 쌀 한 톨이 이를 안타깝게 여긴 셋방 주인아주머니가 동네 주민들에게 도움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그때 풀장이 있는 그 집에도 셋방 주인아주머니가 찾아갔는데, 그 집주인이 해마다 연말이면 방송국이나 신문사에 돈을 많이 내는데 당신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라고 하며 인터폰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며칠 후 그 집 개가 새끼를 낳자 팔뚝만 한 가물치를 사서 개에게 먹였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럼 지금 현실은 조금 나아졌는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지금도 가진 사람들의 몰인정과 횡포는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작가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이런 이웃들을 이야기하면서 소설을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박형준: 이 소설을 관통하는 두 가지 주제가 있는데 하나는 노년의 삶을 집중하고 또 하나는 신앙적인 삶입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노년의 삶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규정: 노년이라고 하면 죽음문제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10년 전만 해도 죽음은 굉장히 두려운 존재였지만 지금은 죽음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아니고 죽을 수 있을 때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역시 젊을 때는 성미가 급하고 모진 말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 고등학교 담임교사였을 때 학생들의 학적기록부에 바른말을 한다고 학생들에게 희망을 꺽은 말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이 들어서 생각해 보면 조금 더 너그럽게 조금 더 폭넓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40대 초에 신앙을 갖게 되면서 젊었을 때와는 다른 인생관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죽음을 여유롭게 생각하며 모든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변해가고 있습니다.


박형준: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계속해서 소설 쓰기가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자와 삶과 생의 문제, 문학과 현실의 문제를 이번 소설집『치우』에서 잘 다뤄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다 함께 짝짝짝!) 


:> 치우 많이 사랑해주세요!



● 자세한 책 이야기와 구매를 원하시면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김종신 2013.11.23 1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년이라고 하면 죽음문제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10년 전만 해도 죽음은 굉장히 두려운 존재였지만 지금은 죽음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아니고 죽을 수 있을 때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는 여유. 노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지혜겠지요.

    •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11.26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젊음에 대해 논할 자리는 많지만 죽음에 대해 논할 자리는 여전히 좁고 인색하지요. 그런 점에서 이규정 소설가의 죽을 수 있을 때 죽어도 괜찮다는 말은 죽음을 바라보는 노년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 따뜻하게 와닿기도 했지요.

  2. 바람 2013.11.25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의 연지동 산꼭대기 이야기. 무척이나 공감되었습니다.
    저도 연지동에 사는데 가끔 동네 산책 나가면
    산동네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한번씩 올라보는데 숨이 턱턱 막히거든요.
    지금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빈 집도 군데군데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살고 있답니다.

    •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11.26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이날 참석하신 독자분이시군요. 네 저도 연지동 이야기가 충격적이기도 했고 작가가 겪은 이 일화들이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겠죠.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민 얼굴 

                                     이규정의 『치우』



사진은 얼마 전에 출간된 소설집 치우』의 이규정 작가입니다. 마지막 교정지를 확인하러 오실 때 제가 살짝 찍은 사진입니다. 이때는 교정지를 확인할 때라 다소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대화를 할 때는 활짝 미소를 보이십니다. 이규정 작가는 문단에 활동한 지 올해로 37년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고, 이번 소설집은 그 결과로 낸 아홉번 째 소설집입니다.  



표제작「치우」는 가난, 사상, 우정에 얽힌 사람 사는 이야기로, 주인공 상태는 늘 가난에 굶주려 그 처지를 벗어나려고 일본으로 밀항했지만 조총련 거물인 이모부 밑에서 온갖 일을 다 하면서도 공산주의가 싫다며 조총련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며 한 평생 불행한 생을 삽니다. 이렇게 된 연유에는 친구 동식이의 사상적 영향이 컸고, 동식이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면서 사람다운 삶에 대해 묻는 작품입니다. 


「치우」는  어리석은 친구라는 의미의 한자를 사용해 '癡友(치우)' 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탄탄한 서사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며 읽는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데요, 이러한 이야기들이 결국 노년에 이른 작가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해방과 6·25전쟁, 보도연맹 사건, 연좌제, 좌우 분열과 감시 등 우리 현대사의 상처들이 오늘날까지 한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런 질곡의 시대에 사람다운 삶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집요하게 되묻는다. '바보 같은 친구'를 뜻하는 표제작 '치우'와 해방 이후 경남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폭설' 등의 작품에서 이런 특징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동시에 작가는 암울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야 했던' 인간의 영혼은 과연 어떻게 안식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따뜻한 어조로 풀어낸다.    



현실 직시하는 서사의 힘, 인간다움에 여진 일으켜」기사 일부,

<국제신문> 이승렬 기자, 2013년 10월 30일자



그러나 죽음을 다루었다고 해서 엄숙한 것은 아닙니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는 교수로 있다가 퇴직하고  젊었을 때는 절절하게 사랑했던 아내와 황혼에 별거에 들어간 남자의 곤궁한 처지와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다소 유쾌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었낸 작품입니다.



"안상률과 최설경, 이 두 사람은 법적으로 이혼을 안 했다 뿐이지 완전히 남남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30년 이상을 동고동락하면서 자식들을 셋이나 낳았으면 미운 정 고운 정 속에 고운 정도 조금은 남아 있을 법한데, 최설경은 전혀 안 그랬다. 참으로 독하고 무서운 여자였다. 안상률은 이 여자에게 그렇게 독하고 무서운 데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여자의 어디에 그런 독기가 숨어 있었을까.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중에서





삶은 때로는 터무니없고, 잘못 흘러가지만 누구의 삶도 헛되지 않았음을 묘사해 낸다. 이 대목엔 원로 소설가가 직접 살아낸 삶과 경험이 풍부하게 더해진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 간에 벌어지는 소동이나 두려움, 살아온 삶의 후회나 회한 등 그 내밀한 감정을 그려 내는 것은 물론이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까지 속속들이 마주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죽음은 죽음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죽음을 마주한 인간 군상의 삶의 모습을 통해 한국현대사부터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까지를 입체적으로 다뤄 낸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역사의 상처인 보도연맹 문제나 터무니없이 자행된 반공 문제, 연좌제를 단편 '치우'나 '폭설'로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풀꽃 화분'이나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같은 단편에서는 죽음과 마주하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읽어 내려 한 통찰이 담겼다. 오랫동안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소설가 개인의 삶이 반영된 '희망의 땅'이나 '작은 촛불 하나'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여태 소외 계층이나 사회 약자들 편에 서서 쓴 작품이 많았습니다. 이번 소설집엔 '희망의 땅'처럼 개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도 있고, 보도연맹이나 연좌제 등을 다룬 이야기들도 저와 주변 사람이 직접 겪은 일들이에요. 모두 소설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고민하는 소설들입니다."


현대사와 일상에서 건져 올린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민얼굴」기사 일부,

<부산일보> 김영한 기자, 2013년 11월 07일자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집에서 조용히 사색하며 읽기 좋은 책 아닐까요?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고, 특히 소설은 더욱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치우』로 소설의 역할이 무엇인지, 왜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오는 14일 목요일 서면 러닝스퀘어에서 책을 읽고 느꼈던 다양한 사유를 펼쳐 볼까요? 




저자와의 만남 안내 글 보기  


『치우』책 소개 보기(클릭)


*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날씨가 슬금슬금 추워지고 있어요. 오늘은 사장님이 난로를 가져다주셨습니다. 저는 조만간 발열 슬리퍼를 사려고요.

오늘은  민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도 좋다고 허락해 준 온수입니까 편집자에게 특별히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용달달 씨, 보고 싶을 거여요.

 

53회 11월 저자와의 만남 :: 이규정 소설집 『치우』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김종신 2013.11.08 1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라면 먹고 싶어요~ 전복라면으로다 ㅎㅎㅎ.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지난주(10월 넷째 주) 주간 산지니는 쉬었습니다. 그날 부산대에서 열린 역사학대회에 참가하느라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거기로 출근했거든요. 산지니 페이스북에서 부스 사진 보실 수 있어요. 이번 주 주간 산지니에 소개한 근간을 진짜 기대하는 애독자님이 없길 바라며, 이만 총총.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구정회 산문집(책소개)

53회 11월 저자와의 만남 :: 이규정 소설집 『치우』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김종신 2013.11.01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온수입니까의 몸개그를 보지못한 아쉬움이 남네요~







와아. 산지니 53회 저자와의 만남은 이규정 소설집 『치우』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조총련과 간첩단 사건, 보도연맹, 연좌제, 반공주의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들을 한 인간의 인생 담아, 그 시대 국가의 운명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모든 사람들이 목숨을 보존하는 것 자체에 생명을 건 시대에 사람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집요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이규정 소설가는 1977년 단편 「부처님의 멀미」를 월간 『시문학』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해 이후 소설집 『부처님의 멀미』 등 8권과 장편, 동화집, 이론서, 산문집, 칼럼집 등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부산시문화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요산문학상, PSB(현 KNN)부산방송 문화대상, 가톨릭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다소 딱딱하게 설명했네요. 간단하게 말하면 한 번 손에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아주 빠르게 읽히는 재미난 소설입니다. 그럼 소설 밖에서 듣는 작가의 소설 같은 이야기, 시작합니다.  많이 놀러 오세요:)



일시 : 11월 14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서면 동보프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사회자 : 박형준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 문학평론가)






■ 『치우』책 소개 보기(클릭)


*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문의 : 산지니 출판사(051-504-7070)

블로그(http://sanzinibook.tistory.com)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sanzinibook)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뭐를 이렇게 이쁘게 찍소?"


신간 소개를 하기 위해 『치우』를 찍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들 한마디씩 묻습니다. 그렇게 한두 명 모인 아저씨들끼리 또 서로 말을 모읍니다. 아무래도 조용한 거제리 동네에 책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신기한가 봅니다. 『치우』 앞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소설과 잘 어울리게 우리 삶이 묻어나오는 곳이면, 날것처럼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아...아..점점 마음만 커집니다. 


이번에 소개할 신간은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치우』입니다. 원고를 검토할 때, 뭐야 왜 이렇게 재밌어 하며 혼자 발길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하. 보도자료 쓸 때 마지막에 "기자님들! 재밌습니다" 라고 쓰고 싶었지만 차마 쓰지 못했네요. 


아! 책 제목이 궁금하실 텐데요. 치우는 '어리석은 친구'라는 뜻입니다. 왜 어리석은 친구라고 했는지, 소설을 읽어보시면 놀라운 반전과 함께 알 수 있어요.


선생님! 『치우』발간 축하드려요:) 

독자님들! 많이 읽어 주세요 후후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한 인간의 생애에 담아

사람다운 삶을 묻는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의 간고한 삶을 인간주의 시각에서 회복시킨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 소설가 이규정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조총련과 간첩단 사건, 보도연맹, 연좌제, 반공주의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들을 한 인간의 인생 속에 끄집어내어 현재의 자리를 다시 살펴보게 한다. 그 시대 국가의 운명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모든 사람들이 목숨을 보존하는 것 자체에 생명을 건 시대에 사람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이규정 소설가는 집요하게 묻는다.


「치우」와 「폭설」의 작중 인물들은 한국 현대사의 압축이라 할 만큼 그 시대의 인간상을 실감 있게 창조했다. 해방 이후 우리의 삶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역사의 상처를 이규정 소설가는 소설 속에서도 외면하지 않고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치우』에서 끈질기게 풀었다. 또한 등단 이후 37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의 진중한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 구원의 서사로 암울한 현실에서 영혼의 안식을 구한다


『치우』에서는 오랫동안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이규정 소설가의 구원의 서사를 담았다. 「희망의 땅」은 캄보디아에서 이복형을 찾아 떠나는 김필곤의 여정을 그린 소설로, 캄보디아 학살문제, 에이즈 문제 등 캄보디아의 잔인한 현실 속에서 형의 순교활동을 그린 작품이다. 「작은 촛불 하나」는 마흔이 다 된 정신지체 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의 내적 갈등과 죄의식을 다룬 소설로 두 작품 모두 가톨릭 종교를 모티브로 삼았다.




소설 속에서 종교는 단순한 종교라기보다는 작중 인물들 앞에 펼쳐진 암울한 현실 속에서 영혼의 안식과 평온을 갈망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읽을 수 있다.

신앙은 한 종파의 형식 개념이 아니고 인간의 삶과 우주의 총체적 가치 개념이다. 이규정은 이 가치에 원숙하게 소통하고 있다. 삶의 여정이 겪는 운과 불운의 계기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비극적 숙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한계’를 지닌 존재로서 각자가 자신을 인식해야 할 문제다. _구중서(문학평론가)




● 노년의 삶 속에 놓인 죽음을 성찰의 고리로 삼는다


이규정 소설가는 노년에 이르러 죽음과 마주하면서 죽음 역시 생의 한 단면임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풀꽃 화분」은 노년에 이르러 맞이하는 배우자의 투병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절절하게 묘사하고,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는 교수로 있다가 퇴직하고 아내와 황혼에 별거에 들어간 남자의 전형적인 곤궁을 잘 드러내면서 아내와의 관계와 파국에 이르는 과정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노년의 삶에서 죽음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화두지만 두 작품 속에서 죽음은 불안의 요소가 아니라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고리가 된다. 작가는 작중 인물들을 통해 죽음 앞에서 혹은 허무한 세월 앞에서 그래도 삶을 살아가는 일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도 종하는 여느 날과 같이 아내가 있는 병실로 먼저 올라갔다. 아내도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됐는지, 다른 날보다 얼굴이 평온해져 있었다. 삶에 대한 미련, 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제어하면서 이룩해 낸 저 평온, 저 담담함. 그 뒤에 숨어 있을 슬픔과 한탄과 절망을 생각하니 종하는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치솟아 올랐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과 그 감정이 물든 눈으로는 도무지 아내를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무심코 창문턱의 풀꽃 화분에 눈을 주었다가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있는가!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시들시들 힘이라고는 없던 보라색 꽃송이들의 꽃잎이 마치 풀을 먹인 헝겊처럼 빳빳해져 있는 게 아닌가. _「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중에서



글쓴이 : 이규정


경남 함안 출생. 1977년 단편 「부처님의 멀미」를 월간 『시문학』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이후 소설집 『부처님의 멀미』 등 8권과 장편, 동화집, 이론서, 산문집, 칼럼집 등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부산시문화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요산문학상, PSB(현 KNN)부산방송 문화대상, 가톨릭대상 등을 받았다. 




『치우

 이규정 지음


소설 | 신국판 | 242쪽 | 13,000원 | 2013년 9월 30일 출간 

ISBN : 978-89-6545-227-0 03810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의 간고한 삶을 인간주의 시각에서 회복시킨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 소설가 이규정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조총련과 간첩단 사건, 보도연맹, 연좌제, 반공주의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들을 한 인간의 인생 속에 끄집어내어 현재의 자리를 다시 살펴보게 한다.




● 전국 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