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중국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평가를 비판한 책 '중국의 충격'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1932∼2010)의 첫 저서다.

저자는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했다.

특히 문화혁명을 비롯한 중국의 근대사는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과 같은 서구의 이원론적 시각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신 중국을 하나의 방법으로 삼아 중국,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이른바 '자유로운 중국학'을 주창했다.

중국의 독자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중국을 상대화해 바라봄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세계를 오롯이 이해하려는 시도다.

"지금은 우리가 원한다면 중국이라는, 좋든 싫은 독자적인 세계를 통해 이른바 중국 렌즈로 유럽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종래의 '세계'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게 됐다."(본문 128쪽)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89년 발행된 책이 아직도 유의미할까?

출판사는 "국내에 중국학연구소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학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지식인과 청년들은 21세기 중국학 방향을 정립하고 중국 연구가 지닌 세계성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지 | 연합뉴스 | 20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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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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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온전히 바라봄으로써

우리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방법으로서의 중국



선구적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가 제시하는 중국학의 미래

“중국을 방법으로, 세계를 목적으로”

평생 중국 연구에 천착하며 근대성에 대한 독특한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는 국내에서도 중국 철학에 대한 여러 저서와 중국 근대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평가를 비판하는 『중국의 충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0년에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동아시아 지식인의 교류를 선도하며 중국의 왕후이, 쑨거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미조구치 유조의 첫 저서이자 중국학에 대한 그의 신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으로서의 중국』이 드디어 국내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근대성에 대한 해명을 통해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한 선구적 중국연구자의 선언이다. 문화혁명을 비롯하여 20세기 후반 중국의 급격한 변화를 관찰하면서, 저자는 유럽을 기준으로 해서는 중국의 근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미조구치는 선진-후진이라는 틀 대신 중국을 방법으로 삼아 세계를 볼 것을 제안한다.

1989년에 일본에서 처음 발행된 이 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국내에 중국학 연구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국학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중국의 근대성에 대한 미조구치의 총체적인 시각을 오롯이 전해주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중국학과 사상에 입문하려는 연구자들, 그리고 중국을 대상으로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지식인과 청년들은 21세기 중국학의 방향을 정립하고 중국 연구가 지닌 세계성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중국학에도 일침이 되는

서구 기준 단계론과 일본의 ‘중국 없는 중국학’ 비판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중국의 근대를 보는 종래의 시각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 시작된다. 미조구치가 비판한 중국 연구의 시각은 서구 근대의 기준에 의해 중국의 근대를 단계론적으로 파악하는 시각, 그리고 전후 일본의 이상화된 중국상이다.

서구를 기준으로 하는 단계론적 시각은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이라는 단순이원론적 구도에 의지해, 중국의 근대가 지닌 독특함을 정확히 투시하지 못한다. 저자는 종래의 양무운동-변법유신-신해혁명이란 단계론적 구도에 따른 중국의 근대사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병폐를 낳았는지 이 책에서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시각으로는 1949년 이후 중국의 근대사 역시 제대로 해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사회주의와 1980년대 이후의 자본주의 수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조구치는 일본의 ‘중국 없는 중국학’을 비판한다. 일본의 중국학은 일본과 중국이 공유하는 문화에 매몰되어 정작 중국과 일본의 차이는 세심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플라톤이나 단테를 읽는 사람이 유럽 근대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고전인 『사기(史記)』나 『당시(唐詩)』를 읽는 것은 순전히 문학 또는 철학계의 일이지, 당대(唐代)와 송대(宋代) 중국을 알기 위해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유교가 재평가되면서 일어난 유교 관련 연구들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지닌다.

중국이 일본과 유럽과는 매우 다른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는 그 상대적 독자성이, 이때 유럽형 사고에 익숙한 우리 일본인의 역사관에 많은 자극을 줄 것이라는 한에서 그 독자성—단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이 문제가 될 것이다. (112쪽)

미조구치 자신은 중국의 근대를 “대동(大同)적 근대”라고 정의하고, 근대 중국의 혁명 전체를 장기적으로 부감하는 시각을 갖지 않고서는 중국의 근대를 규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중국의 ‘이(異)’적인 전(前)근대와 근대의 총 프로세스를 역사적으로 투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문의 목적이 중국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중국학”

『방법으로서의 중국』에서 미조구치는 “자유로운 중국학”을 주창한다. 여기서 ‘자유’는 진화론적 역사관에서 벗어난 방법론상의 자유의 확대를 가리키는 동시에, 사회주의 중국이 지향하는 바를 자신의 학(學)의 목적의식으로 삼는 중국 밀착적인 목적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의미한다. 이러한 자유는 이제까지의 중국을 객관적으로 대상화하는 보증이 되며, 이 객관·대상화의 철저함이야말로 일본의 한학이나 지나학과 같은 “중국 없는 중국학”에 대한 충분한 비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을 단순히 아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중국에 대한 몰입을 자신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또 하나의 중국 밀착적 중국학이 되거나, 시종 자신의 개인적 목적의 소비에 이용하는 점에서 결코 자유로운 중국학이 아니다.

미조구치는 진정 “자유로운 중국학”은 어떤 양태이든 목적을 중국과 자기 내부에 두지 않고, 결국 목적이 중국과 자기 내에 해소되지 않는, 역으로 목적이 중국을 넘는 중국학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중국학”이다. 미조구치는 중국 연구를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 중요한 자원으로 삼았고, 그래서 “중국을 방법으로, 세계를 목적으로”라고 하는 자신의 중국 연구의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은 우리가 원한다면 중국이라는 이 좋든 싫든 독자적인 세계를 통해 이른바 중국 렌즈로 유럽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종래의 ‘세계’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자유’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법’, ‘계약’이란 무엇인가 등 지금까지 보편적 원리로 간주되어온 것을 일단은 개별화하고 상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상대화이지, 소위 일본주의적인 일본 재발견, 동양 재발견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화는 세계의 상대화이므로 당연히 자기의 세계에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중국학이 중국을 방법으로 한다고 하는 것은 이처럼 일본도 상대화하는 눈에 의해 중국을 상대화하고, 그 중국에 의해 다른 세계에 대한 다원적 인식을 충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 것은 상대화된 다원적 원리 위에서 한층 고차원적인 세계상을 창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128쪽)




중국을 온전히 바라봄으로써 우리와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과연 우리의 중국학은 우리를 바라보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는 중국 연구를 통해 다른 세계에 대한 다원적인 인식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을까. 미조구치 유조는 중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기존의 원리들을 재검토하는 것은 새로운 원리의 모색과 창조에 연결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을 방법으로 한다는 것은 세계의 창조 그것 자체이기도 한 바인 원리의 창조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독자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중국을 상대화하여 바라보는 작업은 우리 스스로를, 그리고 세계를 오롯이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국이 G2로 부상한 21세기에도 서구의 사상은 여전히 지식 체계에서의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유교문화권’, ‘한자문화권’으로 중국과 뭉뚱그려지는 우리나라의 중국학도 미조구치가 지적한 ‘중국 없는 중국학’에 빠질 위험이 있다.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 연구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다.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길잡이 삼아 우리의 중국학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기원한다.




지은이 : 미조구치 유조 (溝口雄三)

1932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고, 중국 사상사를 전공하였다. 도쿄대학 중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나고야대학 대학원을 거쳐 규슈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학 문학부 중국철학과 교수와 다이토분카대학 교수를 지냈다. 도쿄대학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2010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지은 책으로 『중국 전근대 사상의 굴절과 전개』, 『방법으로서의 중국』, 『중국의 공과 사』, 『중국의 사상』, 『중국사상문화사전』(공저) 등 다수의 책이 있다.



옮긴이 :

서광덕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석사, 박사)

현 건국대 강사

역서: 『루쉰』, 『일본과 아시아』, 『중국의 충격』, 『루쉰전집』 등


최정섭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석사, 박사)

현 성결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원. 성공회대 강사.

역서: 『텍스트의 제국』, 『고대 중국의 글과 권위』


차례




방법으로서의 중국아시아총서 18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 지음 | 서광덕 · 최정섭 옮김 | 학술 |

신국판 296쪽 | 25,000원 | 2016년 1월 29일 출간 | 978-89-6545-331-4 94910


평생 중국 연구에 천착하며 근대성에 대한 독특한 사유를 전개한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의 첫 저서로, 중국학에 대한 그의 신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책.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근대성에 대한 해명을 통해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한 선구적 중국연구자의 선언이다. 선진-후진이라는 틀이나 유럽이라는 기준이 아니라 중국을 방법으로 삼아 세계를 볼 것을 제안한다.


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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