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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2

[이 아침의 시] 밥벌 - 성선경(1960~ )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中 세상이 나에게 다그쳐 묻습니다. 젊은 시절 품었던 꿈과 이상은 어찌한 채 밥벌이하느라 그렇게 바쁘냐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너의 과거는 모두 거짓이었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대가로 내려진 벌을 받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집을 나섭니다. 세상의 수많은 가장이 자식 입에.. 2016. 5. 3.
정일근 "시인은 풍경을 제시할 뿐…시는 독자가 완성하죠" (한국경제) ‘어머니의 그륵’ ‘감지(紺紙)의 사랑’ 등 서정성 짙은 시를 써온 정일근 시인(57·경남대 교수·사진)이 등단 30주년을 맞아 12번째 시집 《소금 성자》(산지니)를 출간했다. 새 시집에 실린 56편의 시는 3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시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체적인 삶의 장면 속에서 희망을 찾는 그는 표제작에서 히말라야의 한 노인과 소금을 노래한다. ‘소금을 신이 내려주는 생명의 선물로 받아/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사람이 있다.’ (‘소금 성자’ 부분)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시의 주인공과 소금의 관계를 시인과 시의 관계로 포착한다. 소금처럼 모든 것이 흔한 세상에서 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시인의 자세가 빛나는 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시.. 2015.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