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한국지역도서전에서 있었던 한국출판학회와 한국지역출판연대 공동주최로 ‘지역문화와 지역출판’이라는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다소 황당한 발언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에 대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님의 사이다 같은 글을 살짝 공유합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근거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인인데요. 여기서 일하는 문화지원본부장 직무대행이라는 분이 지역출판사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합니다. 

 

“제 생각입니다. 제 생각인데, 결국은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있는 출판사, 파주에 있는 출판사… 출판사잖아요? 대구에 있는 출판사, 부산에 있는 출판사, 광주에 있는 출판사…, 같은 출판사에요. 독자는 이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결국은 콘텐츠거든요. 그래서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 그리고 독특한 지역문화와 연관되면서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고 독자에게 내놨을 때 선택받는다면 지역출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지역출판사 경영하시는 대표님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은 콘텐츠에 좀 더 많이 신경을 쓰셔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시면 앞으로 지역출판도 무궁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이상입니다.”

 

이 자리에서 저 발언이 나왔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리시나요? ‘출판사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콘텐츠만 좋으면 독자가 선택해줄 것이다, 지역출판사의 책이 안 팔리는 건 결국 여러분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 지역출판 육성을 위한 예산이 적다고 불평하지 마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나요? 게다가 그의 이 발언은 진흥원의 지역출판 예산을 설명하던 끝에 나온 말이었으니까요.

 

물론 얼핏 들으면 원론적으로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콘텐츠 중요하죠. 그런데, 독자는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없다니요? 그래서 ‘지역’과 관계없이 잘 팔릴 책이나 만들라는 말씀인가요? 출판사가 대구, 부산, 광주에 있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먹히는 콘텐츠를 책으로 내면 독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으니 징징대지 말라는 말씀이지요? 도대체 먼저 발표한 사람들의 말을 듣기나 한 건가요?

 

https://youtu.be/dB-KXBzAaT8http

↑ 영상 보러 가기

 

이 발언이 나온 자리는 지난 9월 8일 한국출판학회와 한국지역출판연대(이하 한지연) 공동주최로 ‘지역문화와 지역출판’이라는 주제의 콘퍼런스가 열린 수원 선경도서관이었습니다. 수원 한국지역도서전을 기념해 열린 행사였죠.

 

황풍년 한지연 대표는 그날 인사말에서 “한국의 지역출판인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대자본과 대규모 시장을 통해 좌우되는 책의 생태계 밖에서 힘겹게 책을 만들어 왔다”면서 “오직 지역 사람들의 삶, 지역공동체 문화와 역사를 담아 후대에 물려줄 공공의 자산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판업을 이어왔다”라고 했죠.

 

그리고 발제를 한 최낙진 제주대 교수도 이렇게 말했죠.

 

“지역 책은 생산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그것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지극히 협소한 독자시장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상품이다. 이러한 지역 책 상품을 시장논리에만 맡겨놓는다면 지역 책들은 머지 않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대가 없다는 이유로 지역 책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지역은 지식과 정보가 생산되지도 발신되지도 않는 문화의 불모지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김정명 신구대 겸임교수도 “지역이 문화의 소비지가 아니라 발신지가 되려면 지역출판이 있어야 발신되고 공유되어 널리 알려질 수 있다”고 했잖아요.

 

적어도 이들의 발표를 들었다면 “독자는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없다”는 발언은 절대 나올 수가 없죠.

 

당장 우리가 낸 <경남의 재발견>, <맛있는 경남>, <남강 오백리 물길여행>만 해도 경남에 있는 출판사가 아니면 어느 출판사가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이며, 경남 이외의 어떤 독자가 이 책을 사볼까요? 부산 출판사 산지니가 부산 콘텐츠로 낸 수많은 책들, 광주의 전라도닷컴이나 심미안이 낸 전라도 책들, 대구 학이사가 낸 대구와 경북에 대한 기록, 제주 도서출판 각이 만든 제주 콘텐츠들은 당연히 그 지역 사람들이 최우선 독자가 되겠지요. 그런데 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고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낸 책도 잘 안 팔리는 시대에 한정된 지역의 독자를 대상으로 내는 책이라 더 힘들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리 지역 사람들의 삶과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겠느냐며 사명감 하나로 버텨온 지역출판인들 앞에서 그게 과연 할 소리입니까?

 

이상, 저희 독자님들께 이렇게 고자질이라도 해야 분이 풀릴 것 같아서 쓴 저의 푸념이었습니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원문 보러가기→ http://100in.tistory.com/3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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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 편집자입니다.
저는 지난주에 수원한국지역도서전에 다녀왔는데요.
일교차가 심한 날씨 때문인지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지역 출판물을 보고 지역 출판인들과 소통하며 많은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보고 겪은 것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볼게요 :)

 

 

 

한국지역도서전은 올해 제2회를 맞이했으며, 지역의 이야기와 역사를 담아내는 문화적 그릇인 지역 출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입니다. 수도권 중심, 자본과 시장에 치여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행사이지요.

 

 

수원에 도착한 첫날, 산지니의 대표도서 <이야기를 걷다>를 쓰신 조갑상 선생님의 강연이 분위기 있는 카페 ‘대안공간 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의 강연에서는 문학 작품 속 ‘부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이야기를 걷다>‘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살펴보고 선생님이 직접 그 배경을 걸으며 쓴 단상을 모은 작품입니다. 소설을 통해서 부산이라는 도시를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지요.

 

▲ 수원지역도서전이 열리는 행궁 광장 입구에도 크게 써 있는 <이야기를 걷다> 속 한 구절.
지역도서전과 딱 맞는 글귀인 것 같아요. :)

 

선생님은 대학, 군대 생활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활을 어렸을 적부터 부산에 사셨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걷다>는 자신이 사는 곳, 부산에 대한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한 양면적인 애증의 마음으로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부산’이라는 한 도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고, 지나가거나 잠시 머무는 사람들이 바라본 도시의 인상이 어우러져 하나의 도시가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수원 분들이 바라보는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도 하나의 소설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답니다.

또한 수원과 부산이 전혀 관계가 없는 도시는 아니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수원 출신의 유명한 소설가, 나혜석 선생님의 시집이 부산이기 때문이지요.
나혜석 선생님은 부산에서 고된 시집살이를 하셨기 때문에 '부산이 너무 싫어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도서전 마지막 날 행궁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나혜석 선생 표석

 

동래, 영도, 해운대 등 소설 속 부산의 이곳저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강연이 끝나고, 청중 한 분이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이 참 마음에 와닿았답니다.

 

 

Q. 부산, 그리고 <이야기를 걷다>에 관한 선생님의 여러 가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사람인데요, 선생님께서 소설 작법에 대한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소설 작법이라... 소설을 쓰는 것은 고집이고, 노동이고, 힘이 드는 일입니다.
소설을 잘 쓰려고 하면... 좋은 소재, 여기서 좋은 소재라 함은 자기가 잘 쓸 수 있는 소재입니다. 한마디로 ‘나만이 쓸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자신이 있는 소재를 선정해야합니다. 그래야만 작품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해석을 잘해야 합니다. 나만이 겪은 일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소재로 글을 썼다고 해도, 읽는 사람에게는 그저 몇 개의 문장으로 다가올 수도 있거든요. ‘~을 썼네. ~에 대해 고민했네.’ 정도로 말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 독자가 ‘~을 ~라고 봤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자신 나름대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기발한 소재라고 해도 작품이 되기는 힘이 듭니다.

결국 치열한 해석을 통해 문제를 가장 안정되게 만들어서 내놓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글 쓰는 작가 자신이 봤을 때 ‘~는 ~더라.’고 나름대로 정의 내릴 수 있다고 하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무엇을 채우고 만들 것인지는 후의 문제이겠지요.

 

 

작가와의 만남을 마치고 식사 장소로 가는 길에는 수원 지역 곳곳이 빛을 받은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이 되자 어제까지 흐렸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반짝 났습니다.

 

▲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산지니 책들

 

이날 행궁 근처 선경도서관에서는 <지역문화와 지역출판> 컨퍼런스가 있었습니다.
저는 청중으로 참석했는데요.

 

 

일본 돗토리현에서 ‘북인돗토리’ 실행위원장을 맡으신 코타니 히로시 선생님의 강연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한국 도서 번역 전문 출판사인 ‘쿠온출판사’의 대표 김승복 선생님의 강연 등 일본의 출판시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또한 ‘한국 지역책의 미래’라는 주제로 산지니 강수걸 대표님의 발제와, ‘지역 책, 지역 도서전의 사회문화적 의미’라는 주제로 제주대 최낙진 교수님의 발제를 들으며 한국 지역 도서, 출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수원시에서 준비해주신 만찬과 함께 ‘수원한국지역도서전의 밤’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전국 팔도에서 모인 출판인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끈끈한 연대의식이 느끼기도 했어요.

마지막 날에는 못 봤던 전시들을 서둘러 둘러보았습니다.

 

 

제1회 개최도시 특별전으로 <4.3이 머우꽈?>라는 제주 4.3 특별전이 있었습니다. 
제주 4.3을 주제로 한 출판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권쯤, 내 책>에서는 수원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전공모를 통해 선정된 11명의 시민작가 책 전시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유치원생 김동하 작가의 <Little Books>가 눈에 띄었습니다.

 

 

<북적북적공연>에서는 제주에서 경기까지 전국 각 지역 인디밴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오신 ‘세이수미’ 밴드 소개를 맡았었는데, 그날 이후로 팬이 되었어요!

그밖에도 마을의 기록을 담은 <그들이 사는 마을 다시, 마을>전과 <e-book 전시.체험전> <지역출판도서 서평대회 수상작 전시> 등 많은 전시가 있었습니다.

전시를 본 뒤엔 다른 지역 출판사 부스도 둘러보았는데요,
여러 지역의 특색 있는 출판물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S 편집자의 눈에 띄었던 부스는 두 곳인데요, <기억의 책 꿈틀>과 <펄북스>입니다.

 

 

<기억의 책 꿈틀>은 경기도에 위치한 출판사로서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평범한 우리 가족의 삶, 그들의 삶에 담긴 가족의 역사를 차곡차곡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역할을 꿈꾸는 출판사입니다.

 

 

<펄북스>는 ‘작지만 가치 있는 생각과 시선 찾기’를 모토로 서점 ‘진주문고’가 모체가 되어 2015년 2월에 설립된 지역출판사입니다. 펄북스의 <아폴로책방>을 사고 작가님께 싸인도 받았답니다.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 기념도서로 각 지역에서 출판하는 출판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지역에서 책 지으며 살아가기로 했다>가 발간되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한국지역도서전 황풍년 회장님이 쓰신 글에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 책을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다니... 텍스트로 보니 새삼 더 느끼게 됩니다.

 

이번 한국지역도서전 참여로 지역 출판인들의 끈끈한 연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생하신 많은 분들의 힘으로 풍성한 행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을 보고 감사했습니다. 

제3회 한국지역도서전은 고창에서 열린다고 하네요. 내년에는 더욱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지역출판과 지역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실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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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카 2018.09.14 2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을 참 잘 찍으셨네요. 이것저것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 것 같아요.~

  2. 동글동글봄 2018.09.17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수원한국지역도서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가 잘 되어 있네요. 나머지 몫도 분발할게요

지역 출판, 지역 지식문화 산실 역할

지역 문화 키우는 지역 출판 움튼다 (6) 지역 출판 활성화 방안

지역 출판은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를 발굴해서 지역민뿐만 아니라 다수에게 알리는 귀중한 역할을 한다. 지역에 있는 지역 출판사가 아니라면 해낼 수 없는 일이기에 이들의 더딘 발걸음은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독서 인구, 출판사, 매출액 감소 등의 전국 공통적인 문제에다 출판계의 수도권 집중화, 도서유통망인 지역 서점 급감 등의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지역 출판을 활성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달 8일 경남도민일보에서 강수걸 '산지니' 대표를 만나, 지역 출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최근 '산지니'가 부산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 출판 생존기라는 부제를 단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책을 냈다.

"지난 2005년에 출판사를 시작해 올해 12년 차다. 지역 출판사가 많지만, 생존기를 정리한 책이 없어서 만들게 됐다. 지역 출판은 나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이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 지역 출판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부산에서 시행하는 우수도서 지원 사업이 지역 출판사에 도움이 된다. 우수 도서로 선정되면 출판사별로 1000만 원씩 지원이 된다. 이러한 사업이 다른 지자체에서도 생기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 지역 출판사에서 낸 책은 지역에서 구매하는 쿼터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규슈)이나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 지역 출판사를 왜 지원해야 하나?

"책은 문화산업의 기초 토대산업이다. 다양성을 가진 양질의 지역 콘텐츠가 계속해서 생산되게 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제도적으로 지역 출판사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 지역 출판은 지역민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우귀화 | 경남도민일보 |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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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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