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럴 때 있다. 내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했던 많은 행위들이, 타인에게 기만적인 행위들로 비춰졌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무력감들을.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은 참으로 바보같고 하찮아 보이는 데다 '열심히 했던 일들'에 대해 인정받지 못한 자책감으로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체 이 관계의 소통망 구조는 애초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하며 말이다. 아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라는 생활수필집의 저자 최문정의 삶 또한 그러했다. 열심히 활동을 한다고 하고 있는데 타인들이 바라보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어색하고 스스로의 자책도 들고,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고 방황했던 7년의 삶을 최문정 개인의 스토리텔링으로 책으로 엮어낸 것이 바로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이다. 책의 부제는 '활똥가 일기'지만 이 책을 결코 '활똥가'에 초점을 두지 않고 '청춘'에 방점을 찍고 책장을 넘기길, 당부드린다.




진솔하게 다가오는 책,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김필남        오늘 소개드릴 이 책은 '김여사'로 대표되는 최문정 저자의 가족분들 이야기와 함께 블로그와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일기체 형식이라 그런지 저는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고요. 실업극복지원센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최문정        일자리가 필요하거나 돈이 필요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자활을 돕는 곳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돈을 준다는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정부지원을 받고 일자리를 연결해 드리거나, 이웃들에게 이런 분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미리 알려드립니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나 실직자들을 위한 근로법 강의를 위해 교육안을 만들고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최문정 저자

인간 '최문정'의 삶을 배려해준 실업극복지원센터


김필남        프로필에 보니, 8월에 일을 그만두신 걸로 나와 있어요. 책을 읽다보면 일밖에 모르시는 워커홀릭으로 비춰지도 하는데 어떤 계기로 일자리를 그만두시게 된 거죠?


최문정        작년 제 나이가 무려 서른넷이었어죠. 결코 제가 결혼이나 육아라는 거창한 이유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어쩌면 사소한 계기로 일을 그만뒀던 거죠.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율무차를 맛있게 탔어요. 가루를 넣고 따뜻한 물을 부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걸 안마시고 까먹고 나뒀더니 위에는 맹물만 남아있고 밑에는 가루가 가라앉아 있던, 그런 상태. 당시 제가 그런 자각이 들었던 거예요. 일종의 매너리즘이자 열정이 고갈된 상태였죠. 개인적인 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 일 못하겠다!'하고 일어선 거죠.(웃음)

사실 상사로 계시던 실업극복센터 박주미 대표님이나 사무처장님, 모두 다 가족같은 분들이셨고 제가 그 말을 던지 이후로 약 사개월 동안의 술자리와 이야기들이 오고갔어요. 제가 그만둘 수 있었던 건, 그분들이 나를 '실업극복센터 직원'으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 최문정'의 삶에 대해 고려해주신 덕분이라,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김필남        인생을 율무차로 비유하시다니 너무 멋진 표현인 것 같아요. 책을 읽다보면 요리를 참 못하시는 것 같이 비춰지기도 해요. 채식햄버거라는 말도 안 되는 레시피를 착상한다던지, 김밥이나 삼겹살 같은 요리로 인생을 비유한다던지. 최문정 선생님에게 있어서 요리란 어떤 의미인가요?


최문정        하하. 제가 많이 먹어서 보이는 게 죄다 먹는 것뿐이라서 그래요. 사실 제가요. 제 이야기를 잘 전달 못하고 실수한 건 아닌지 전전긍긍해 하는 스타일이예요. 그래서 무언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를테면 김밥같은 경우 대선때 쓴 글인 것 같고, 연필 같은 경우 총선때 쓴 글인 것 같네요.



김필남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 평론가.

시민단체 활동기가 아니라 그냥 편안한 낙서와 일기로 봐주었으면


김필남        저도 선생님의 그림 안에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어떤 블로그에서 보니까 선생님의 책을 힐링도서라고 평해놨던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세상사는 게 각박한데 남을 배려하며 사는 게 쉽지 않은 일이죠. 타인의 삶에 대해 외면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요.


최문정        음... 그런가요. 하하. 사실 '활똥가 일기'라는 부제로 출간이 되고, 시민단체에서도 이 책에 대한 입소문이 났나봐요.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이게 무슨 활동가 일기냐, 그냥 낙서수준이지 하고요. 전 정확하게 봤다고 봅니다. 정말 전 편안하게 독자들이 제 글을 받아들여줬으면 하거든요. 저는 제가 읽은 책 중에 이 책이 제일 재밌더라고요.(일동 웃음). 정말 제 책이라서가 아니라, 빨리 읽히고 가벼워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동안 월간지 「작은책」에 연재됐을 때도 참 신기했어요. 저란 사람이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저를 믿고 매달 연재를 맡기셨을지 작은책의 안건모 선생님께 늘 감사드리고 있고요. 정기적으로 써야한다는 부담감에 좀 더 신경써서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필남        그럼 제목 얘기를 좀 해볼까요?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이 책 제목들었을 때 참 무슨 뜻일까 궁금하더라고요. 읽고나서야 이해가 됐지만(웃음). 그러니까 공모. 짬짜미. 사바사바라는 말이 다 같은 뜻임에도 말의 오해차이로 빚어지는 에피소드에서 따온 제목이었던 것을요. 제목을 이렇게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최문정        제가 제목을 선정한 것은 아니고요. 산지니 출판사 쪽에서..(하하). 일종의 판매전략이겠죠? 원래 제목은 '활똥가 일기'였어요. 제가 생각할 때 활동가란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될 수 없는 그런 존재같아 보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거기에 '활동가 일기'라고 글을 쓴다는 게 참 부담스러운 일이더라고요. 내가 하는 일이 활동하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담고 '활똥가 일기'라고 붙였던 겁니다.



연민의 감정으로 '봉사'했던 게 아니라, 단지 조언자 역할이었을 뿐.


김필남        저는 금석이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집 나온 가출 청소년이었는데 집에 돌아가라고 실업센터의 저금통을 깨서 돈을 탈탈 털어 주기까지 했음에도, 결국 집에 가지 않고 나중에는 '거기 있는 사람 다 좋은 사람'아니냐며 돈을 다시 요구해서 선생님이 속상했던 일을요. 여기에 대해서 좀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문정        저는요.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요. 방금 전, 선생님께서 저보고 좋은 사람이니 착한 사람이니 하셨는데 전 제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런 사람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당장 돈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 주나요.(웃음) 50대 이상의 내담자가 저는 편해요. 아버지같고, 제가 무슨 조언을 해도 받아들이실 건 받아들이시고, 아니다 싶으면 선택 안하는 현명함을 지닌 분들이시니까요. 하지만 애들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안타까울 때가 많죠.


김필남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봉사의 의미란 무엇인가요? 봉사와 활동의 개념 차이를 설명해 주실순 없으실까요?


최문정        글쎄요, 뭐가 있을까... 각자의 느낌 차가 아닐까요. 저는 실업센터 활동하면서 이게 직장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많이 했어요. 봉사인지 활동인지... 활동가 교육받을 때는 절대 내담자를 가족같이 바라봐선 안 된다고 배웠긴 하지만 사람인데 어떻게 그러나요. 다 내 가족같고 그런걸요. 1년 동안 제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느낀 점이 이게 봉사는 아니라는 거예요. 불쌍해서 도와주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거죠. 저희는요. 몰라서 당하고 있으니까 화가 나서 도와주는 역할을 잠시 할 뿐이예요.

캄보디아에 간 적이 있는데, 전 정말 그들의 삶을 함부로 슬퍼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단지 그들의 삶을 불쌍하게 여기는 기분이 들 수야 있겠죠.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도 충분히 그들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그들의 삶을 재단하고 있는 걸까요. 실업센터 상담 활동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그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봉사한 게 결코 아니였어요. 단지, 사용자들의 잘못된 행위에 정당하게 분노하고 피고용인으로서 그들의 의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 그게 제 나름의 몫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사람, 최문정. 그녀가 바라보는 사회문제


김필남        책 내용을 살펴보면, KTX여승무원 얘기도 나오고 한진중공업 사태도 나오는 등 사회문제에 대해 주위를 환기시키는 부분이 보입니다. 원래부터 사회문제나 복지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최문정        아니요.(웃음) 전 사실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뉴스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요. 그러니까 사회 문제에 대해 잘 몰랐던 거죠. 뉴스에 나오는 진실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가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누구라도 뉴스에 나온 진실이 아닌,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듣는다면 마음이 동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계기가 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고요.

김진숙 님은, 그 얘기를 해야겠네요. 제가 TV를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이예요. 방학이 되면 방학계획표를 짜는 게 아니라 TV계획표를 짤 정도로요. 그러다보니 3초만 방송을 봐도 그 프로그램의 제목이 뭔지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되더군요. TV에 많이 나오면 연예인이구나... 김진숙 님도 우연히 만나뵙게 됐는데, 뭔가 TV에서 많이 뵌 분인 것 같고 처음 시작은 그렇게 만났던 것 같아요. 그때가 한진중공업에서 단식하셨을 때였는데 많이 야위었을 때였죠. 많이 울었습니다. 또, 많이 아팠고요.


김필남        예술가 할아버지 얘기도 굉장히 재밌게 봤던 부분이예요. 최저 임금을 받는지도 모르고 계시다가 저항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시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시게 되는.. 선생님께서는 이 부분을 굉장히 고민하시더군요. 그만두시면 결국 할아버지는 짤리게 될텐데, 내담자의 '삶'에 대해서 고뇌하셨던 부분을요.


최문정        참, 그것 때문에 제가 중간에서 말을 잘 못해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사실 내담자 대다수도 상담하시곤 결국 열 분 중에 일곱 분은 고민하시다가 재방문을 안하세요. 두 분 정도는 그냥 진정서 내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한 분 정도가 이 할아버지처럼 짤릴 각오하시고 싸우시는 분이시죠. 처음에 안오시는 분들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났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요. 그것도 다 그분들의 선택이었을 거라 이제와서 생각해요. 물론 진정서를 쓰고 회사와 싸우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분들 나름의 삶의 변화는 분명 존재했을 거라고 믿습니다.





20대 청춘에게, 조금은 느리고 뒤처지겠지만 진심으로 '나'를 찾길.


김필남        여기 20대 대학생 분들도 꽤 오셨는데요. 그럼 화제전환을 해서, 청년들이 요즘 취업이 잘 안되고 있는 현실 속, 청년들의 자활과도 같은 제도지원도 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건가요?


최문정        그렇진 않아요. 청년들은 여기 안오거든요. 자신 스스로가 해결하고 싶어하고, 이런데 상담받기 꺼려하는게 대다수예요. 저도 예전에 그랬고요. 실업센터는 주로 고령자들만 오세요. 청년들의 자발적 상담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요. 청년자활을 돕는 단체가 따로 있기는 해요. 실업센터에 가끔 가출청소년들이 오기는 하는데 그럴때 저희가 그쪽 단체로 연결해 드리기도 하고요.


김필남        부산대 근처이고 '도전하는 청춘'이라는 부제처럼 요즘 청춘들이 많이 힘들죠. 취직도 잘 안되고, 저만해도 비정규직 대학강사 신분이고요. 최문정 선생님께서 이런 20대 청춘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최문정        글쎄요. 저도 지금 백순데, 같이 구해야죠(웃음). 농담이고요. 그냥 제가 동생이 있었다면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제가 뭐라고 조언하고 일침을 놓겠어요 그들에게. 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왜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봐야 아나'라는 어른들의 말이 있잖아요? 저는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열 군데 넘는 직업군을 통해 알바, 계산원의 신분으로 뭐든 닥치는대로 일을 해왔어요.

그러다보니 깨달은 게 있는데 막무가내로 일을 하라고 종용하는 기성세대의 시각도 있겠지만 저는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보라'고 20대들에게 조언하고 싶네요. 물론 그러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겠지만요. 삶의 패턴은 또래들보다 조금 느리고 뒤처지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를 깨닫고 보고 느끼는 시간은 풍성해 진다고 저는 믿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진심으로 나를 채워갈 수 있는 시간은 20대가 아니면 힘들어요. 취직이나 스펙의 압박이 있겠지만 저는 청춘들이 너무 그런거에 매여 겁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행동하고 고민하는 삶을 살고 싶다.


김필남        4부의 김여사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최문정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가족들을 참 많이 아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께 있어서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최문정        가까이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존재인 것 같아요. 가장 안전한 곳이라 생각해서 자주 도망가게 되는 곳이 가족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제 새로운 목표는 독립이거든요. 이런 말하면 저희 가족들이 서운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 요즘 항상 이별연습을 하고 있어요. 가족간에 이별할 수 있는 타이밍이 필요한데, 저는 그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김필남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문정        저는 참 활동가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던 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랬어요. 예전에 엄마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길 물어 보고 그랬을 때,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과잉친절을 베푸는 것 같아 말렸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부끄러운 짓을 했었네요. 행동하고 고민하는 삶을 살고 싶은게 앞으로의 제 바람입니다. 저는 일 년 후, 이 년 후의 계획이 없어요. 오늘을 살고 항상 성실하게 내 밥값을 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잘 살게요.(웃음)


그날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10점
최문정 글.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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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출판사입니다.


2월 저자와의 만남은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의 최문정 저자와 함께 진행됩니다.

사회는 『오늘의문예비평』 편집위원이신 김필남 문학평론가입니다.


책 내용 살펴보기 >> http://sanzinibook.tistory.com/714


부산 실업극복지원센터 활동가로 일했던 최문정 저자의 좌출우돌 청춘기와 우리네 이웃의 소박한 이야기를 그린 산문집입니다.

저자가 저소득층과 실업 계층의 이웃들을 상담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함께, 7년간 일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설을 끝내고 연인들의 훈훈한 발렌타인 데이가 끝이나면, 2월 15일!

바로, 그날 최문정 저자와의 만남의 시간이 열릴 예정이예요.


많은 참석 부탁드리며, 더불어 책에 관한 많은 관심도 부탁드려요 :-D


오마이뉴스 서평 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2297


Q. 저자와의 만남에 참석하고 싶은데 어디에서 열리나요?

A. 부산대학교 앞 북스리브로 서점 3층 '금정구 예술공연지원센터'(http://blog.naver.com/gasquar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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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미,

공모,

사바사


도전하는 청춘, 최문정의 활똥가 일기






     부산시 가야동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에서 민생상담과 주민교육 상담을 해 왔던 최문정 활동가. 그녀가 7년간 NGO 활동을 하며 겪었던 이야기와 함께, 저소득층 실업계층 이웃들을 상담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그리고 자신의 진솔한 청춘기를 담아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실업센터 회원 및 유관기관에 메일로 발송되었던 「활똥가 일기」라는 글을 모아 구성되었으며, 일자리를 잃고 좌절한 이들의 아픔과 눈물,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저자의 일상을 함께 다뤘습니다.

     또한 이 책은 ‘실업’이라는 주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최문정 활동가 주변의 이웃(이주여성), 가족, 30대의 나이에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활력이 넘치는 저자의 일상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많이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 그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자가 부산실업센터 입사 전, 자기소개서에서 썼다는 글입니다. 받는 월급이 적지만, 보다 더 내담자의 입장에서 상담해 줄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저자에게는 위트와 에너지가 넘치기도 하지요. 이 책에 실린 다양한 그림은 모두 저자가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외롭고 힘들 때면 그림을 그렸고, 즐겁고 행복할 때면 글을 썼다는 그녀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향해 손내밀며 묵묵히 ‘도움’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입니다. 여기 이 책에는 도전하는 청춘, 최문정 활동가의 7년의 청춘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일자리 때문에 그러시지예.

일이 없어서 큰일이네예. 우짜고 사십니까?


“양현자(가명) 씨, 실업센터 최문정입니다아.”

“아이고, 팀장님요. 아이고 먼저 연락한다카는 기 맨날 천날 팀장님이 먼저 하구로 하고.”

“아입니다, 원래 더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연락하는 거라던데예. 그건 그렇고 이는 요새 좀 어떠세예? 파산 신청한 건 결과 나왔고예?”

“이빨도 인자는 속 안 새키고 내꺼 맹키로 잘 있다 아입니꺼, 파산 그거는 2년이 다 돼가는데 말이 음네예.”

“그럼 그거 사건번호 갈카주이소. 제가 인터넷 뚜들기볼끼예.”


     대학졸업반 시절, ‘그럴싸한’ 회사들을 뒤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부산실업극복센터에 입사한 저자에게 활동가의 삶이 늘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엔 정말 때려치울 거야’ 하며 의욕을 잃기가 수십 번이었고, 재정 상태가 어려운 시민 단체의 구조상 운영위원들로부터 ‘최문정 씨의 고용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속상했던 일까지, 한 청년활동가로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겪었던 고충과 함께 최문정 개인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무턱대고 실업센터 사무실에 찾아와 ‘당신들이 나 먹고 살게 돈 좀 달라’ 요구하신 아저씨, 그리고 며칠은 굶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한 자매와의 에피소드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지만 그들을 속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지나치기만 했던 이웃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실업극복지원센터 상담가의 입장에서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데 이왕이면 칼퇴근 안 해도, 돈 좀 작게 받아도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곳 없을까?


“네가 짜달시리 뭐 하는 일이 있다고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가노?”

(중략)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내가 대기업 다니다가 휴일 출근한다고 했어도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내가 놀러나 다니는 사람 같아 보여요?”

자격지심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말을 해놓고도 ‘너무 과했나?’ 하며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그런 미안함도 잠시였습니다. 김 여사는 더더욱 순수하고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어, 맨날 놀러 다니데.”

항복.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애꿎은 밥만 퍼 먹고 있었습니다.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을 꿈꾸기 마련이지요. 많은 젊은이들이 NGO 활동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직접 실천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적은 월급과 아직은 시민단체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민 단체 활동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거창하거나 낯설기만 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라는 시민 단체의 활동가로 활동해 왔던 저자는 그간의 활동 경험들을 하나하나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시민단체 활동을 궁금해하는 청소년과 대학생과 시민단체 운영을 궁금해하는 일반인, 그리고 우리 사회에 실업이라는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이들 모두가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임이 분명합니다. 아울러 많은 저자 또래의 청춘들에게도 이 책이 조용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지은이 : 최문정

쪽 수 : 287쪽

판 형 : 신국판

ISBN : 978-89-6545-203-4 03810

값 : 13,000원

발행일 : 2012년 11월 30일

십진분류 : 816.7-KDC5

                895.765-DDC21




글쓴이 : 최문정

2006년부터 2012년 8월까지 부산실업극복센터에서 상근활동가로 재직했습니다. 상담활동가로 일하면서 이웃들의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활똥가일기」라는 글을 써서 실업센터 회원 및 시민사회영역의 다양한 이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하였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2010년부터는 월간 『작은책』에 ‘실업극복희망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도 하였습니다.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엔 아직도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한다는 의미에서 활동가는 부담되고 ‘활똥가’ 정도면 좋겠다고 스스로 이름 붙였던 것이지요. 2011년부터는 「1mm발견」이라는 연재물도 새롭게 만들어 발송하고 있다는 그녀의 도전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차례

제1장 실업센터 상근 활똥가, 최문정입니다

활똥가의 하루 │ 최 양 있능교? │ 갑자기 남편이 생겼다. │ 같이 해서 행복합니다. │ 2010년 2월 1일, 그 날의 기억 │ 난 취업사기 피해자예요 │ 때려치울 준비만 몇 년째 │ 나눔쌀독의 탄생 │ 거품 물고도 기분 좋은 날 │ 아아, 마이크 테스트 │ 나가서는 말도 못하는 집안똑똑이 │ 달콤한 서울말에 정신을 잃고 │ 우린 아직 안 죽었어요.


제2장 7년의 청춘

할아버지 월급 되돌려받기 대작전 │ 김 씨 아저씨, 우산은 비 올 때만 쓰자고요. │ 완전동안 언니, 기억하시죠? │ 상호야, 밥은 먹고 다니냐? │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됩니꺼 │ 방 빼? 못 빼! │ 고백할게요 │ 곤이 아저씨, 스톱! │ 이 부장, 그러는 거 아이다! │ 이백억? 그거 얼마한다고


제3장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나 쉬운 여자 아니에요! │ 나더러 앞집 아줌마라뇨 │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나, 부티나는 사람이야 │ ‘서비스센터 진상녀’가 될 뻔 했어 │ 이 정도는 돼야, 짜파게티 요리사지 │ 비자발적 채식주의 햄버거 만들기


제4장 김 여사, 나 좀 살려줘

바람이 북쪽으로 불어야 하는 이유 │ 달력의 비밀 │ 엄마, 미안해 │ 나, 다단계 아니란 말이에요. │ 김 여사가 돌아온다 │ 어색한 부녀의 애틋한 통화 │ 니는 왜 검사할 생각을 안 하노? │ 평화를 앗아간 담배 한 개비 │ 먼저 지갑 열면 지는 거다. │ 당분간 보류 중인 독립프로젝트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10점
최문정 글.그림/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반송사람들』 - 대도시에서 지역공동체를 가꾸는 사람들 이야기
| 마을만들기 01

고창권 지음
출간일 : 2005년 10월 31일
ISBN : 8995653116
신국판 | 220쪽

1970년대 도심의 판자촌 철거민들이 옮겨오면서 생긴 동네 반송이 2005년 전국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못사는 동네 반송에서 희망을 찾는 동네가 되기까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일구어낸 열정 가득한 지역 자치활동 보고서이다.


지은이

고창권  | 1965년생.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어린 시절 부산 해운대 반송에서 자랐으며 의과대학 졸업 후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였다. 1995년 반송에 해인의원을 개원하면서 지역주민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1998년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라는 주민모임을 창립하여 지역 활동에 전념하였다.
5년간 지역주민모임을 이끌면서 창의적인 지역 활동의 여러 모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 with613@hanmail.net

차례

제1부 반송천에서 물장구치고 썰매타고

1.어린 시절과 지역공동체
2.지역 활동의 준비기, 1997년
3.지역 활동의 시작, 마을신문 '반송사람들'
4.빈 벽에 그리는 희망, 벽화그리기

제2부 요구가 있으면 무엇이든 시작하자

5.반사사의 여러 가지 소모임 활동
6.새로운 만남과 교양 프로그램
7.스스로 놀라버린 어린이날 행사
8.주민들과 함께 한 실업극복운동
9.또 하나의 날개, 좋은 아버지 모임
10.함께 떠나요, 가족기행
11.힘찬 새해를 열며, 장산 해맞이 행사
12.부산에서 임진각까지, 통일가족기행
13.화합과 단결의 구호 아래 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운동
14.부산민주시민상 수상
 
제3부 풀뿌리 민주주의
 
15.새로운 도전,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16.의정활동의 시작과 의정연구회
17.교육·복지·문화가 함께하는 좋은 학교 만들기
18.학습동아리 ‘우리마을 잘 알기’
19.가자, 희망세상으로! 재도약의 발판마련
20.지역 활동에서 주민자치 활동으로
21.10년, 20년 후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자


책소개

이 책은 부산 해운대 반송 지역 주민들과 그곳에서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어가는 소중한 실천적 삶의 이야기이다.

반송은 부산 변두리에 위치하며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부산시가 도심의 판잣집들을 없애야한다는 생각으로 실시한 집단이주정책으로 철거민들이 옮겨오면서 마을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촌동네, 못사는 동네라고 은근히 멸시를 받아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10월 진주에서 열린 제 5회 전국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반송은 당당하게 최우수상을 차지하였다. 그 뒤에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역활동 단체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지역에서 의원을 열고 있는 의사이면서 1997년부터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역 모임을 만들고, 이끌면서 주민들과 함께 문화공동체, 자치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과 활동 내용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 나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는 것이 주민자치이며, 작은 지역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요 지역 활동으로 마을신문 발간, 벽화 그리기, 다양한 소모임 활동, 어린이날 놀이 한마당, 좋은 아버지 모임,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운동이 소개되고 있다.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공동의장이자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황한식 교수가 전문가의 시각에서 추천사를 통해 반송형 모델에 대해 계속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에서 보다 나은 일터와 삶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통해 주민자치와 공동체적 실천의 모범을 만들어가는 반송 사람들에게서 가난한 이웃들의 벗으로서 의사이자 지역운동가인 저자에게서 ‘지역’과 ‘주민’ 그리고 ‘운동가’의 소중한 의미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희망을 줄 것으로 확신하며 머지않아 더 큰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 추천사에서(황한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지은이

고창권  | 1965년생.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어린 시절 부산 해운대 반송에서 자랐으며 의과대학 졸업 후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였다. 1995년 반송에 해인의원을 개원하면서 지역주민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1998년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라는 주민모임을 창립하여 지역 활동에 전념하였다.
5년간 지역주민모임을 이끌면서 창의적인 지역 활동의 여러 모범을 만들어 가고 있다. with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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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 사람들 - 10점
고창권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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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반송제2동 |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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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세상이 들썩거린다. 몇일째 계속되는 한파와 폭설로 사람 혼을 빼놓더니, 지구촌 한켠 아이티란 나라에선 강진이 발생해 난리가 났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어 무슨 재난영화를 보는것처럼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그 와중에 아프간에서는 또 '테러'가 발생해 사람이 죽고 다치고 했는데, 사상자 몇만이라는 숫자의 위력 앞에 몇명이라는 일단위 숫자는 뉴스거리도 못되는 것 같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아이티에는 국제구호단이 파견되고 각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원조를 하고 있지만 이런 관심과 지원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다.

중앙아시아 변방,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접경 지역에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묵묵히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 온 한 의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나카무라 테츠. 한가지 일을 20년 넘게 한 사람은 무조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처음 파키스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다소 거창하게 들리는 국제구호단체나 NGO활동 때문은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계기. 일본의 한 등산회에서 가는 티리치미르 원정대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다.

티리치미르산은 파키스탄 북서부에 솟아 있는 힌두쿠시산맥의 최고봉이다. 높이 7,690m로, 세계에서 29번째로 높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 가까이에 있으며, 그 동쪽과 남쪽 기슭을 치트랄 협곡이 지나간다. 이 계곡은 페샤와르와 카불로 통하는 중요한 교통로이다.



파키스탄 북부 마스츠지에서 바라본 티리치미르산


사람 운명은 예측하기 어렵다.
내가 파키스탄에 처음 간 것은 1978년 6월
후쿠오카등산회에서 가는 티리치미르 원정대에 참가한 것이다.
그 후 여러 차례 파키스탄 북부의 변경지방을 방문했지만,
그 모두가 의료 활동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비나 산들이 나를 이끌었던 것이다.
 - 1장 <파키스탄의로 간 의사> 중에서



난민캠프 아이들

난민캠프에서 죽음은 일상이다.
연약한 어린이는 설사만으로도 쉽게 죽어갔다.
전사통보가 매일같이 집집마다 전해졌다.
캠프 밖에서는 연행된 포로들에 대한 처형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언제나 암울한 생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무엇에든 적응할 수 있는 동물인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 갈림길에 서 있었지만, ‘가난한 자 아둔하다’는 말은 맞지 않았다.
우리가 갖고 있던 식량이 떨어지자, 배고픔을 겪고 있던 캠프 주민들은 부족한 빵을 나누어주었다. 식어버린 ‘난’이라는 얇은 빵과 물처럼 묽은 스프일지라도,
단란한 한 때의 즐거운 대화가 양념이 돼주었다.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도 죽는 순간까지 명랑했다.
사람들은 조그만 즐거움에서 큰 위안을 찾아내고 있었다.
- 2장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중에서



지프에 약품을 실어 만든 이동약국

“논쟁은 신물이 날만큼 들었다. 목숨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
11월 초순까지 뿌리를 뽑아라!
현장에서 세 팀이 하루 2백 명씩 진료하면 3주일이면 끝난다.
지금 사태는 8월 이후로 증가 추세를 뻔히 알면서도 방치한 결과이지 않느냐?
여러분들은 논쟁을 하기 위해 공부했단 말인가?
역학조사나 유효약품 검토 따윈 다 쓸어 내다버려라.
서푼짜리 아카데미즘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은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이곳은 열대의학을 실험하거나 조사하는 곳이 아니다.
수많은 생목숨들이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단 말이다.
적을 앞에 두고 논쟁은 나중에 해라.
자, 서둘러라!”
- 3장 <악성말라리아와 투쟁하다> 중에서



누리스탄 산악 지역에 있는 마을

선진국의 기술문명이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학교에는 없는 그 지역 전체의 전통 속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교육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시설이 열악하다든지 교재가 없다든지 그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돌판에 분필로 메모를 하면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수업풍경도 꽤나 정취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가 조금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을 몰고 땔감을 등에 메는 일도 가족의 끈끈한 정을 다지며, 공동체 내부에서 필요한 협력과 생활의 기술을 가르친다. 매일의 기도는 인간의 도를 가르치는 윤리교육 그 자체인 것이다.
- 4장 <아프가니스탄의 오지로> 중에서


 병원에서 재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나병 근절 계획이 현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나병이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납득이 갈 리 없겠지만, 선진국에서 환영할 만한 테마를 내걸면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사실이었다. 노골적인 외국의 모든 NGO들은 그 후 고양이의 눈동자가 변화하듯 착착 활동내용을 바꿨다. 커뮤니티 헬스케어, 여성인권, 소아마비 근절, 에이즈, 모자위생, 지구환경 등이 그 좋은 예였다. 모두가 나병 문제와 깊게 관련되어 있었지만, 우리 페샤와르회는 초기 방침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단지 외국인을 즐겁게 하기 위한 사업으로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 5장 <위기> 중에서



나병 병동

나는 병원을 떠날 때 다시 한 번 나병병동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먼지가 이는 구 시가지의 혼잡 속에 병동만이 녹색 수목들에 덮여 다갈색의 삭막한 광경에 한 점 촉촉함을 전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분명 여기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치유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붕대를 감아주는 싸구려 여관’이라고 불리던 나병병동은 산뜻한 새 건물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북서변경주 6천 명 이상의 나병 환자들에게 안식처로서 기능해 왔다. 지금 우리들은 여기를 떠난다. 병동은 기능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누가 진료를 한단 말인가? 얼핏 이런 감상들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잇달아 전개되는 새로운 정세에 대응해야 할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6장 <충돌> 중에서



얄쿤강 상류계곡에서 말을 타고 가는 나카무라 선생

얄쿤강 하류 강변을 지나가는데 타고 가던 말이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등자에 발이 걸린 채 말에서 떨어져서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꼴이 되고 말았다. 천지가 거꾸로 뒤집혔을 때, 설산을 배경으로 한 하늘의 푸르름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이 말이 돌투성이 강바닥으로 날뛰어 준다면 뇌좌상으로 의식을 잃겠지. ‘천지에는 시작도 끝도 없으나, 인생에는 죽음이 있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편안해지고 싶었다. 지나온 이국에서의 나날들이 한순간에 그립게 생각되었다.
- 7장 <격동> 중에서



페샤와르 근교 난민 캠프

너무 비약하는 것 같지만, 소련 붕괴에서 나지불라 대통령 처형에 이르기까지 경위를 모두 보아왔던 나는 인간들이 갖는 공통의 병리를 여기서도 보았다.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권력에 반항하는 것도 그것이 자기를 위한 목적으로 바뀌면서 역시 부패의 길을 걷는다. 과거 업적이나 소유는 그것이 힘이든 돈이든 명예든 무력이든 간에 사람 마음을 교만하게 하여 눈을 흐리게 하는 권력의 원천인 것이다. 힘이라는 괴물의 끔찍함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 8장 <통합병원 건설> 중에서



눈 덮힌 힌두쿠시 산맥

사람들은 우리 행동을 칭찬했지만, 우리가 훌륭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내재되어 있던 자연을 비추어내서 보고 있던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자에게 특권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소유로부터의 자유이다. 사람에게는 ‘가지지 않을 자유’라는 것이 주어져 있다. 역설적이지만 없는 양만큼, 주어서 잃는 양만큼 우리들은 낙천적이고 풍요로워졌던 것이다. 그것은 은총이었다.
- 10장 <또 다시 변경으로> 중에서


청년의사는 장년이 되었고, 이제 노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의술은 국경을 넘어>는 아시아 변방 오지 마을과 해발 2800미터 산악지대를
넘나들며 환자들과 함께한 한 젊은 의사의 치열한 17년 삶의 기록이다.
‘내 능력과 인생을 나를 위해 쓰지 않고,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쓰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저자 나카무라 테츠는 책을 통해 보여준다.
나카무라 테츠 의사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의료봉사단을이끈 공로로 2003년 막사이사이상(평화 및 국제이해 부문)을 수상했다. 

*막사이사이상은 1957년 항공기 사고로 숨진 막사이사이 전 필리핀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정부 공무원, 공공사업, 국제협조 증진, 지역사회 지도, 언론문화 등의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의술은 국경을 넘어 - 10점
나카무라 테츠 지음,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옮김/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