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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멕시코, 식샤를 합시다 - 최명호 작가님의『멕시코를 맛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4.

 안녕하세요~ 산지니 남미전문인턴 은꼬물이입니다



 "어머, 저기 새로 생겼네? 저기 가자!!"


  한 달에 꼭 두 세번은 하게 되는 지인들과의 대화, 워낙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그 덕분에 전국의 맛집리뷰 보는 것을 즐기는 나는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의 특산물을 먹어야 하며 평상시에도 맛집을 탐색하고 약속 전 즐길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조사를 미리미리하는!! 주위에서도 인정한 자부심이 가득한  맛집탐험대이다. (뿌듯)

 그런 나에게 전해진 마음(?) 따뜻해지는 책 한 권이 있었으니...



☞콕! 


  표지만으로 설레게 하는 책.

산뜻하게 시작하는 두 번째 리뷰의 주인공은 최명호 작가님의 『멕시코를 맛보다』이다.


▶저자 : 최명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멕시코 시몬볼리바르 대학에서 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살사』, 『플라멩코』, 『테킬라』, 『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 등이 있다. 


  멕시코의 음식하면 어떤 음식이 생각이 날까? 따꼬? 나초? 살사? 사실 이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음식탐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꽤나 민망한 순간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데낄라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데낄라가 멕시코 술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장난기 가득하게 '세뇨리따~'를 외치던 우리가 멕시코의 대한 음식지식이 이 정도라니....ㅠㅠ 하지만 이 정도로 실망하지 말자, 우린 멕시코 음식은 잘 모르지만 멕시코의 채소를 아주 맛있게 조리할 수 있으니까. 

 토마토, 옥수수, 고추, 감자,  거의 매일 먹고 있는 이 재료들의 원산지가 사실 멕시코라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







 ☞2장에서 소개되는 레촌(간단하게 말해서는 새끼 돼지 바비큐라고 할 수 있다. 예전 디즈니 만화나 딱따구리 시리즈에서 돼지가 사과를 물고 있는 장면, 가끔은 식인종이 사람을 잡아다 묶은 후 사과를 입에 물리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바로 그것이 레촌이다. 영화<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에서도 나온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뤄져있다. 음식문화, 코스별 음식, 지역별 음식, 키워드로 보는 음식. 

 1장에서는 구체적 역사적 사실을 담아 왜 (이런) 부분에서 음식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는지, 어떠한 재료가 쓰이는지를 알려준다. 특히 멕시코 요리의 입문과정이라는 '살사'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니, 1장에서 우리는 멕시코 요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 

 2장에서는 멕시코의 대표요리를 서양요리처럼 코스화시켜 소개한다. 멕시코 요리가 패스트푸드로 각광받고 있지만 고급요리는 아니라는 편견을 깨준다. 에피타이저에서 디저트까지 멕시코 요리 만찬을 즐기듯 책장을 넘기다보면 멕시코 요리의 다양한 이해를 얻게 된다. 

 3장은 지역에 따른 멕시코 음식을 말한다. 멕시코는 31개의 주와 1개의 특별주를 가지고 있는데 책에서는 이를 경계의 구분없이 6개로 구분하여 각 지역의 대표음식, 추천 식당 등을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맛본 음식점들을 소개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멕시코를 여행하는 여행객에 아주 좋은 파트이다.

4장은 키워드로 보는 멕시코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파트로 작가가 생각하는 중요 멕시코의 맛들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멕시코의 맛은 살사로 시작하고 마지막 맛은 몰레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는 생소한 이 몰레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장에서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멕시코 요리에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과일인 리몬을 레몬, 라임, 스다치와 비교하기도 하고, 26간 고기가 구워지고, 훈제되고, 고기 자체 수분에 의해 삶아지는 효과를 낸다는 라틴 아사도와 커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카페 데 오야,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는 아이스크림 등을 만날 수 있다.




 ☞ 멕시코 요리의 시작 살사 p. 84




☞ 멕시코 요리의 마무리, 몰레 p. 262 

(외국인이 우리의 청국장을 맛 볼 때의 그 강한 인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리라고 한다. 사진은 그 중에서 매운 맛, 단 맛, 고소한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는 네그로이다.)



 이 책은 단순하게 문화서적이라고만 말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요리, 문화, 힐링의 어느 중간에 서 있는 책, 이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작가님이 알려주시는 한국에서도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멕시코 풍미의 요리와 멕시코 문화, 역사의 이야기, 갑자기 나타나 독자를 힐링시켜주는 문장들이 모두 합쳐져 책은 완성된다.

  


 ☞ tvN 식샤를 합시다 1화 중


 "에이, 짜장면이랑 탕수육이 거기서 거기죠."

"거기서 거기라고?!

잘 봐, 이 탕수육의 바삭함은 흡사 결 고운 파이조각을 씹는 것 같지. 중국음식을 먹으면서 프랑스를 느낀다는 건 아무 탕수육에서나 가능한 게 아니야. 또한 이 짜장면의 쫄깃한 수타면은 감자, 춘장, 양파와 함께 완벽한 442시스템의 쉴새없이 혀를 공략하지.이것은 흡사 짜장면계의 홍명보호라 할 수 있어."  


 혹시 tvN에서 했던 '식샤를 합시다'란 드라마를 아시는지,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매주 유튜브에 공개되는 등장인물들의 소위 먹방이라고 불리우는 장면과 주인공 구대영의 맛에 대한 예찬장면은 꼬박꼬박 챙겨보았다. 주인공 구대영의 그 쫄깃한 표현이란... 이 이상의 표현력을 보여줄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 대적하는 묘사의 신이 산지니에 나타나셨으니, 그게 바로 최명호 작가님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무조건적 찬양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 비판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당신의 눈 앞에 절로 침이 고이고 입안 가득 찬 침은 무겁게 넘어갈 것이며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듯 눈 앞에 익숙하지도 않은 멕시코 음식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러한 내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에게 간단히 작가님의 표현을 짧게 보여드리자면...





 ☞ 팔다 혹은 바시요 치맛살 p.241


 치마를 두른 것 같은 마블링은 구워지면서 지방은 녹아내리고 그 자체가 고기의 결로 변한다. (중략)… 녹아내리는 지방과 수액으로 삶아지면서 구워진 쇠고기의 맛은 어떨까? 그 보드랍고 진한 맛은 육수에 맛이 다 빠져나간 수육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마치 장조림이 연상되는, 결이 살아있는 고길르 씹다 보면 녹아내린 지방으로 삶아진 속살이 나온다. 정말 다시다 백개를 농축한 듯한 진한 쇠고기의 맛, 강한 기름에 튀겨낸 것이 아닌, 녹아내린 지방으로 은은하게 삶아진 고기의 맛은 설명과 묘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쉽게, 오직 고기만으로 충분한, 썰어 먹는 고기, 취향에 따라 약간의 소금과 후추로도 충분한,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고기 맛을 즐기는 순간이 펼쳐진다.


 이 정도라면 이해가 됐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p.250-251에 이르는 라틴 아사도의 맛 표현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니, 꼭 읽어보시길!! (책을 읽을 사람에 대한 배려와 긴 문장으로 이 곳에 쓰지 못 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ㅠㅠ) +가끔씩 나오는 작가님만의 직설적인 유머코드도 잘 맞아 중간중간 입꼬리가 말아 올라가기도 한다.





 ☞멕시코 남부 치아빠스의 저녁노을


 책은 음식을 어떻게 먹는냐뿐만 아니라 음식을 음미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맛집블로그가 그 지역의 맛을 지배하는 것 같은 모양새로 다가오고 있다. 나 또한 그런 활동을 해보았고, 블로거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이 어떻게 그 맛을 음미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하면 즐겁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함께 먹을 때의 즐거움, 맛의 기억들이 모두 합쳐져야 진정한 음식 이야기가 아닐까?

  우리말에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있다. 단어 그대로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뜻한다. 가족을 의미하기도 하고 어떤 조직의 일원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이 단어는 언제나 들어도 정겹다. 식구라는 의미가 단순히 음식을 함께 먹는 것으로만 충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뜻한 밥상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순간, 진짜 신구의 의미가 살아난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것, 그 행위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당신의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행위같다.

 책을 읽는 동안, 음식과 멕시코 두 가지 모두를 사랑하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이 투영되는 글들을 나 또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덕에 무언가 더 할 말은 없는지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책을 뒤적이게 된다. 




멕시코를 맛보다 - 10점
최명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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