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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인문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가 추천한 책-『차의 책』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1. 13.

얼마 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가 내한했었는데요.

와타나베 이타루 선생님께서는 당시 한국에서 몇 차례의 강연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중 저자께서 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산지니에서 출간된 『차의 책』을 추천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보이네요.

기사 전문을 소개해드립니다 :)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어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182호] 2015년 11월 01일 (일)

조성일 기자  pundit59@hanmail.net


나는 애초 일본(2만 부)보다 우리나라(3만 부)에서 더 많이 팔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정작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자본론’에 초점에 맞춰져있는데, 사람들은 ‘빵집’에 더 관심을 두니 말이다. 하지만 9월 30일, 10월 1일 두 차례 이 책의 저자인 와타나베 이타루(44)와 그의 아내 마리코(41)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달’도 ‘손가락’도 모두 봐야 함을 깨달았다.

고객 아닌 판매자 입장의 상식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일주일에 사흘 쉬고, 일 년에 한 달 쉰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였다. 빵집이라면,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든 빵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니까. 아, 그렇구나. 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상식일 뿐. 빵집 입장에서는 그 ‘상식’이 달라진다. 문 열 때만 판다. 그렇다면 그러고도 장사가 될까, 먹고는 살 수 있을까.
“다루마리 빵집은 언제 쉰다는 걸 소비자들이 다 압니다. 빵을 만들어 파는 날만 사러 오면 되니까 전혀 불편하지 않죠.”
그렇다. 빵집과 고객 사이의 ‘믿음’이 있으면 가능할 것 같다. 아니, 그가 실제 보여주고 있으니까,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가능하다.

물론 경쟁 빵집이 있을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더욱이 빵 가격까지 여느 빵집보다 더 비싸다면 아예 망하려고 작정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영전략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한다. 
“다루마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듭니다. 설탕, 우유, 달걀, 버터 그리고 이스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다루마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입니다.”

“빵을 만들어보렴!”
와타나베 이타루가 빵집을 열게 된 것은 “작지만 진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질풍노도 시절을 누구보다 요란스럽게 보낸 이타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의미 없이 지내고 있었다. 이때 아버지가 안식년을 맞아 헝가리로 가게 되었는데, 그는 아버지의 보호자를 자처하여 따라나선다. 그는 그곳의 일본인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통해 한심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할아버지처럼 의사가 되려고 했으나 늦깎이 수험생에게는 버거웠다. 해서 농대에 들어간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유기농산물 유통회사에 취직한다. 그러나 회사원의 삶은 그가 꿈꾸던 세계가 아니었다. 더욱이 원산지 허위 표시, 뒷돈 거래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사로 이루어지는 사실에 그는 깊은 좌절을 겪는다. 마침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던 아내 역시 같은 고민을 하다 먼저 회사를 그만둔다. 하지만 시골살이나 농사를 동경하는 그였지만 그는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다시 날품 파는 인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적인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워 선잠이 들려던 참, 아주 어렸을 때 전사했던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타루, 너는 빵을 만들어보렴!”

나는 이 말의 현실성에 의심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혹시 평소에 빵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냐고. 빵에 대한 간절한 동경이 할아버지의 음성으로 표출된 것이 아니냐고. 
“제빵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빵을 먹은 적도 거의 없고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빵과 관련해서 생각한 게 있다면 아내가 잼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고민한 적이 있었을 뿐인데…”
그도 왜 빵인지에 대해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와 아내의 부모를 비롯한 친구 등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하는 대로다.

“마르크스를 읽어보지 그러니?”
회사를 그만둔 이타루는 4년 반 동안 네 군데의 빵집을 전전하며 제빵 기술을 배운다. 빵집 역시 그가 다니던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실망했던 그는 마지막 수련하던 빵집에서 국산 밀의 효과(농약 등을 친 수입밀에 의한 알레르기 때문에 흘리던 콧물이 멈춤)를 보고 국산밀을 사용하되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재료가 사람의 생명을 키우는 힘이 있다면, 균은 빵이나 와인처럼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음식으로 재료를 변화시킵니다.”

2008년 2월, 이타루는 아내 마리와 함께 인구가 8천 명이 조금 안 되는 지바현 이스미시에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다루마리 빵집’의 문을 연다. 그런데 ‘사람보다 개구리가 더 많은 시골’이라 싸게 팔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정직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매겨서 원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먹이자’는 경영철학을 내세워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두 사람의 ‘경영회의’는 부부싸움이라 할 만큼 치열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에서 곡물 수입을 늘리면서 재료값이 폭등한 것. 여기에다 2008년 9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론이 터져 세계 경제는 대혼란에 빠졌다. 개점했지만 빵집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에서 이번에는 그의 아버지가 엉뚱한(?) 권유를 한다.

“이타루, 마르크스를 읽어보지 그러니?”
마르크스에 푹 빠져 지내던 아버지 덕에 마르크스라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한 번도 꺼내 읽은 적이 없던 그는 서점에 가서 열세 권짜리 《자본론》부터 샀다. 그리고 한 권 한 권 읽어 나갔다. 

일주일에 사흘, 1년에 한 달은 쉰다
자본론을 통해 그는 자본이 창출하는 이익과 노동자의 임금이 서로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19세기 영국 제빵 노동자의 일과를 보고 휴식이라곤 없는 노동강도에 경악했다. 그래서 그는 일주일에 사흘 쉬고, 일 년에 한 달을 쉬는 ‘희한한 빵집’을 완성해나갔다. 
이타루는 공중에 떠다니거나 작물에 붙어서 존재하는 천연효모로 빵을 만든다. 그러면서 그는 인공효모인 이스트를 ‘순수배양효모’라고 부르며 눈속임 하는 사실을 개탄했다.

“이스트는 그 많은 ‘야생효모’ 중에서 제빵에 적합한 효모를 골라내 인공적으로 배양한 겁니다. 그런데 효모를 증식시킬 때 몸에 나쁜 첨가물을 넣습니다.”

그가 천연효모를 강조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천연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그 생명을 다한다. 즉 썩는다. 그럼 다시 밀가루를 만드는 밀 재배를 위한 거름이 되고, 그렇게 자란 밀은 다시 빵이 되고… 이런 순환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썩지 않는다면 순환과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썩지 않는 효모로 계속 빵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서 빵값이 떨어지고, 그 결과 상품가격 결정의 절대조건인 노동자의 임금도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 또한 그는 지역 사회와의 순환도 생각한다. 
“재료를 지역에서 재배한 유기농으로 구입하면 농가에 대가를 지불하게 되고, 농가는 그 대가를 기반으로 다시 밀을 재배하게 됩니다. 제가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우리 빵집의 경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에 일정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맥주 한 잔 하실래요!”
2011년 3월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그는 오카야마 현 가쓰야마로 이주해 2012년 2월에 새 빵집을 열었다. 그곳으로 이사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물’을 찾아서였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오카야마의 이웃 현인 돗토리 현 지즈 마을의 옛 보육원 건물을 빵집으로 개조해 다시 이사했다. 그가 그토록 찬양하던 가쓰야마를 버린(?) 이유가 궁금했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쓴 와타나베 이타루는 부인 마리코와 함께 9월 말 방한하여 여러 차례 강연을 하였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밀을 소맥분으로 만들려면 높이가 6미터나 되는 제분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여의치 않아 축소해서 억지로 설치했었는데 고장이 났어요. 그리고 지역 사회와 순환 경제를 이루려면 밀보관용 대형 냉장고가 필요한데, 그런 걸 실현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는 지즈에서의 경영에는 무게중심이 다소 이동한다고 밝혔다. 옛 보육원 건물이라 충분한 공간이 가능해 애초 하고 싶었던 효모 맥주도 제조하여 파는 카페로의 변신이다. 특히 그는 가쓰야마에서 농가에겐 대가가 지불되었지만 좋은 물과 땔감(화덕 피자용 장작)을 제공하는 산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대가가 돌아가지 않아서 안타까웠는데, 여기서는 가능할 것 같아 좋다고 말한다.

“천연효모는 효모 맥주에서 추출해서 사용하는데, 20%만 활용되고 나머지 80%는 제가 마십니다. 그래서 빵을 만들려면 꼭 필요한 게 맥주인데, 이걸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거죠.”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루마리에 구경 가기를 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기서 일하면서 제빵 기술을 배워 한국에서 직접 빵집을 경영해보고 싶어한다고 하자 그는 연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제빵 기술 전수는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그걸 한국에서 현지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왜 이런 일을 할까.

“그냥 맛 좋은 빵을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팔면 팔수록 주변 환경이 좋아지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빵,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랬다. 이타루의 실험은 지속가능한 빵집의 운영이었다. 100년 전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100년 후에도 운영되는 그런 빵집을 그는 꿈꾸고 있었다.


이타루가 추천하는 책

생명의 농업 | 후꾸오까 마사노부 글, 정신세계사
‘자연농법을 통한 대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인간 삶의 근원이 되고 있는 자연과 생명, 농업에 대한 깨달음과 자연 속에서 올바른 농업행위(正農)가 무엇인지를 천착하는 책이다.

차의 책 - 10점
오카쿠라 텐신 지음, 정천구 옮김/산지니

茶の本 | 오카쿠라 가쿠조 글, 이와나미
일본 근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쓴 책으로, 일본인의 미적 문화적 삶에 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천착한 에세이.

 

기사 원문 보기(책과 삶 11월호) >>>

http://www.bookandlif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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