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대표 여성 소설가 엘리자 오제슈코바의 『마르타』가 출간됐습니다. 『마르타』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불행한 여인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인 주인공 마르타의 필사적인 삶을 그리고 있는데, 한 여인이 남편 없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로 나오면서 겪는 일들을 통해 근대 유럽의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의 생존권과 존재 방식, 그리고 교육에 대한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르타』는 1873년 폴란드어로 출간된 이후 1910년 프랑스, 1927년 일본(『과부 마르타』로 출간) 등에서 출간됐으며 총 15개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1월,

한국어로 번역된 마르타가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옵니다.    

 


 

 

1873년 폴란드 바르샤바,

하루아침에 무자비한 사회 한복판에 던져진

25살 과부 마르타의 이야기

마르타 MARTA


 

 

 

 

 

 

 

“이 세상에서 여자란 무엇인지 너 자신에게 물어본 적 있어?”

1870년대 산업화, 도시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 여성에게 덮친 비극

 

  『마르타』는 1873년 <주간 유행소설>에 연재된 작품으로 스물다섯의 젊은 과부 마르타의 자립을 위한 노력과 불행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르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공무원인 남편과 어린 딸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병으로 죽고, 스물다섯에 젊은 과부가 된 마르타는 딸아이와 함께 살아나가야 했다. 그녀는 자신과 아이의 위해서 빵 한 조각이라도 얻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고, 처음으로 가정을 벗어나 여성으로서 사회, 직업, 노동 이라는 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목들은 거의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어요.”

“남자들이요.”

마르타는 중얼거렸다.

“왜 전부 남자들이지요?”

소장은 다시 ‘당신은 어디서 왔어요’라고 묻는 듯한 눈으로 마르타를 향해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남자들이 남자들이니까 그렇지요.”

마르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을 살아온 행복한 여성의 세계에서 왔다. 그래서 그녀는 직업소개소 소장이 한 말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겨야 했다. 난생처음 그녀에겐 이 사회가 복잡하고 의문스럽고 혼돈스럽고 불명확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런 불명확한 의문도 마르타에겐 무의식적으로 고통스럽게 느껴졌지만, 자신에겐 아무 가르침이 되지 못했다. (52~53쪽)

 

  소설은 여성이 교육과 노동에서 소외된 당시의 사회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의 존재를 보여준다. 마르타는 자신과 딸을 옥죄여오는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여러 일자리를 전전한 끝에 재봉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재봉사로서의 경력이 없었던 마르타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작업장에서 일하게 됐고, 턱없이 적은 임금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받은 일주일치 수당으로는 아이의 밥값과 집세, 기타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며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노동 착취와 부당한 임금임을 알면서도 직업을 위해 받은 교육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인식 등의 걸림돌로 인해 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마르타를 통해 당시의 여성과 노동자의 불행한 삶을 유추해볼 수 있다.

 

‘두 달치 집세 사십오 즈워티도 내야 되고…… 가게엔 이십 즈워티의 외상이 있고…… 지난 번 모피 옷은 백 즈워티에 팔았는데…… 육십…… 지금 사십이 남아 있고…… 얀치아 신발을 꼭 사줘야 하고, 내 것도 이미 떨어졌는걸…… 땔감도 구해야 하고…… 저 아인 언제나 추위에 떨며 지내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르타는 짧지만 메마르고 고통스러운 기침을 했다. 그녀가 슈베이츠 부인의 작업장에서 직공으로 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마르타는 무척 변했다. (180쪽)

 

  실증주의 작가로 유명한 엘리자 오제슈코바는 리얼리즘 성격의 문학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의 그림자 속에 놓인 여성에 집중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당시 사회의 모습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타개해나가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을 만들어갈 것인가?

 

『마르타』는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의 생존권과 존재 방식에 대한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룬 폴란드 장편소설입니다. 먼 나라의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오늘날 우리 여성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옮긴이 후기_337쪽)

 

  『마르타』는 당시에 출간된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비극적 상황에 빠진 여주인공을 자선이나 사회의 도움과 같은 환상에 기대게 하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의 밑바닥으로 밀어 넣는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풍족하게 살았던 마르타가 가진 것 하나 없이 사회에 나왔을 때, 만나게 되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다. 큰 저택에 사는 유명 문학가의 부인 마리아 루진스키, 슈베이츠 부인의 재봉소에서 일하는 동료들, 예쁜 얼굴로 남자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카롤리나 등 소설 속에서 마르타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명암과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의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법률과 풍속으로 보면 여자는 사람이 아니야. 여자는 사물이라고. 머리 돌리지 마. 내 말은 진실이야. 아마 상대적일지는 몰라도, 진실이야. 네가 사람을 만나보고 싶으면? 그러면 남자를 만나면 돼. 남자들 개개인은 이 세상에서 제 스스로 살아가지만, 그 남자들은 숫자 0으로 존재하지 않으려고 무슨 숫자를 옆에 써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자는, 그 여자 옆에 채워주는 숫자처럼 남자가 서 있지 않으면 숫자 0이 되는 거야. (244쪽)

 

  소설 속 각 계층의 인물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도덕성은 다르게 표현된다. 상위 계층으로 묘사되는 유명 문학가의 부인 마리아 루진스키는 자국의 여성들에게 노동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며 도덕적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마르타의 어린 시절 친구로 나오는 카롤리나는 힘든 시절을 보낸 뒤 여자로서 자립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남자만이 자신의 삶을 이어가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마르타가 삶과 행복을 만들어가기 위한 방식과 생각이 변한다는 것이다. 소설 초반, 마르타는 가정교사라는 괜찮은 보수의 일자리를 구하게 되지만,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며 그 일자리를 거절한다. 또한 타인으로부터 아무런 대가 없이 받는 돈에 수치심을 느낀다. 하지만 팍팍한 삶과 녹록지 않은 일자리가 계속될수록 동정심으로 건네받은 돈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빵과 땔감을 살 수 있음에 안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가난으로 인해 한 개인의 생각과 도덕적 양심까지 변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 그녀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원고 안에 넣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서점 주인이 이번에도 자신을 위해 뭔가를 넣어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르타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주지 않다니, 아쉽군!’(…) 아, 이 얼마나 큰 변화인가. 몇 달 전 마르타가 처음 동냥을 받았을 때는 부끄러움의 고통으로 몸서리쳤지만, 지금은 그 동냥조차도 받지 못해 애석해 하고 있다. (282~283쪽)

 

   최근 부모의 재산과 직업적 영향력에 따라 계급을 구분하는 ‘수저론’과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를 꼬집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보이지 않는 희망 속에서 어느 때보다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마르타』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고 강력하다. 취업, 여성, 노동, 교육 등의 사회적 문제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실제적이며 오늘날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마르타』를 통해서 우리가 이 시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과 각박한 사회 속에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르타

 

엘리자 오제슈코바 지음 | 장정렬 옮김| 문학 | 국판 | 352쪽 | 15,000원

2016년 01월 14일 출간 | ISBN : 978-89-6545-330-7 03890

 

폴란드의 대표 여성 소설가 엘리자 오제슈코바의 장편소설.

『마르타』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불행한 여인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인 주인공 마르타의 필사적인 삶을 그리고 있는데, 한 여인이 남편 없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로 나오면서 겪는 일들을 통해 근대 유럽의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의 생존권과 존재 방식, 그리고 교육에 대한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작가는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이 작품을 통해 여성이 교육과 노동에서 소외된 사회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한다.

 

 

지은이 : 엘리자 오제슈코바(Eliza Orzeszkowa)

엘리자 오제슈코바(1841~1910)는 폴란드 대표 여성 소설가로 현대 사실주의 소설의 중요 작가다.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도서실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으며 자랐고 16세에 결혼한 남편 피오트르 오제슈코프의 영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1863년 폴란드의 독립을 위한 반란을 돕는다. 반란에 가담했던 남편이 시베리아로 유배를 당한 뒤, 그로즈뇨(Grodno)로 이사한 오제슈코바는 귀족을 비난하며, 농민과 유대인에 대한 권리와 사회평등 등의 진보적 사상을 담는 글을 쓴다. 소위 폴란드 실증주의(Positivism)의 세대에 속하지만 인간의 도덕적 타락을 강조하는가 하면 다른 실증주의 작가들처럼 작품에서 사회적 각성을 주장했으며, 수십 편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등 50여 권에 이르는 작품들은 19세기 ‘폴란드인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옮긴이 : 장정렬

1961년 창원 출생.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거제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에스페란토청년회 회장과 한국에스페란토협회 교육이사를 맡았고, 지금까지 에스페란토 교육과 번역에 힘쓰고 있다. 에스페란토를 한국어로 번역한 책으로는 『꼬마 구두장이 흘라피치』, 『봄 속의 가을』, 『정글의 아들 쿠메와와』, 『산촌』, 『세계민족시집』 등이 있고, 한국어를 에스페란토로 번역한 책으로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언니의 폐경』, 『님의 침묵』 등이 있다.

 

 

 

 

마르타 - 10점
엘리자 오제슈코바 지음, 장정렬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온수 2016.01.18 2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읽고 있는데 아주 재밌어요. 동네방네 소문 내려구요

  2. 장정렬 2016.01.21 14: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롭다고, 어떻게 이렇게 사회와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는지 작가에 대한 찬사를 독자들이 보내고 있습니다.

    나를 울린 책,
    그래서 한국 독서계에 알리지 않으면 안되었던 작품!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산에서 역자 장정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