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칼춤』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장장 10여 년간에 걸친 혹독한 산고 끝에 세상에 나온, 김춘복 작가님의 장편소설 『칼춤』을 축하해주러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출판기념회장에 좀 일찍 도착했는데 너무 넓은 대강당을 보고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6시 행사가 시작되고 객석을 돌아보니 그 많던 빈 의자에 어느새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휴~ 괜히 걱정했구나 싶었습니다.

1부는 밀양문학회 이응인 전 회장님의 사회로 시작했는데 배우 최불암 씨가 보낸 축전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작가님과는 대학 동기시라네요. 밀양문학회 이광남 고문의 저자 약력 소개와 부산대 이순욱 교수의 독후감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김춘복 작가님은 40년전 『쌈짓골』을 <창작과비평>에 발표하며 '밀양'이라는 지역을 한국 문단에 소개했는데 이번 『칼춤』에서도 밀양 사투리와 밀양 검무 등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아니면 구현하기 힘든 진~한 향토색을 맛볼 수 있답니다.

 

김춘복

193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중·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고교 등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1959년 단편 「낙인」으로 『현대문학』에 초회 추천을 받은 이래, 오랜 침묵을 지키다가 1976년 장편 『쌈짓골』을 『창작과비평』에 연재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쌈짓골』·『계절풍』·『꽃바람 꽃샘바람』, 중단편집 『벽』, 향토탐구영상물 〈미리벌 이야기〉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6년 현재 한국작가회의·경남작가회의·밀양문학회 고문으로, 향리인 밀양 얼음골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1부 마지막 순서로 '저자 인사말씀'이 있었는데 딱 한마디 하셨어요. "많이 잡수시고 즐기다 가십시오." 말 많이하면 싫어할 것 같아서 그러셨다네요. 역시 센스 만점 춘복 옵빠(은근히 오빠라고 부르기를 강요하셨답니다.)

 

연이어 경남작가회의 하아무 회장의 사회로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북콘서트를 방불케하는 공연의 장이었습니다.

 

첫 번째 공연은 소설에 등장하는 넋들을 위로하는 살풀이. 흰 한복을 입고 쪽진 검은 머리에 은비녀를 꼽은 밀양출신 류은미 무용가의 느릿느릿한 춤사위가 참 고왔습니다.

 

밀양문학회 박종수, 정영미 회원과 밀양초동초등학교 박참진(4학년), 김규빈(5학년) 어린이가 소설 속 인물인 준규와 은미 역할을 맡아 입체 낭독을 했습니다.

 

─ 이거 해물파전인데 우리 어머니께서 갖다 드리래.
조심스레 쟁반을 받아 들며 그녀가 말했다.
─ 좌우지간 들어와. 나도 너한테 줄 게 있어.
─ 뭔데?
─ 들어와 보면 알 거 아냐.
─ 아무도 안 계시는데……?
─ 잘됐지 뭐니. 빨리 들어와.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담임선생이 불쑥 들어서기라도 한다면 그런 낭패가 어디 있겠는가!
─ 빨리 들어오지 않구 뭘 하니?
─ 아무도 안 계시는데 어떻게……?
─ 아무도 없다니, 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뭐야?
하는 수 없이 현관 안으로 뒤따라 들어서며 내가 말했다.
─ 파전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 나는 거야. 간이 맞는지 한번 맛봐.

(본문 44~45p)

 

산내면 청송암 명주 스님의 가야금 병창 <야월삼경>

야월삼경 달 밝은 밤 온다 온다 말만 하고
밤은 점점 다 새는데 님의 소식 돈절하네
에루와 성화로구나 음음음 성화로구나
밤 깊은 이 한밤이 으음 큰 성화로다

촛불같이 타는 가슴 혼자서만 눈물짓고
한양 낭군 기다리다 뜬눈으로 밤새웠네……

(본문 339p)

 

밀양문학회 하현주, 정선덕, 임미란 회원의 작품 낭독.
어른이 된 은미와 준규가 서울에서 다시 만나 종로 피맛골을 찾아가는 장면을 낭독했는데 부산 사투리와는 또 다른 생생하고 맛깔나는 밀양 사투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밀양사투리.m4a

─ 말씨를 들어보이꺼내 고향까마구 겉네예?
─ 맞심더, 얼음골까마구라예.
─ 오늘은 우짠 일로 고향까마구를 자주 만내네예, 방금 나간 그분들도 삼문동까마구라예.
─ 아지매는 어데 까마군교?
─ 상동면 신안까마구라예.

(본문 146p)

 

 

 

공연의 대미인 밀양검무.
(안무 : 밀양검무보존회장 김은희 / 출연 : 노한나, 이원지)

 

두 기생이 칼춤을 춘다. 융복 입고 전립 쓴 채 잠깐 절하고 돌아서 마주 본다. 천천히 일어나는데, 귀밑머리는 이미 거두어 올렸고 옷매무새는 단정하다. 버선발 가만히 들어 치마를 툭 차고는 소매를 치켜든다. 칼이 앞에 놓였건만 알은척도 하지 않고, 길고 유연하게…….

(박제가, 「검무기」)

 

밀양검무의 창시자인 운심은 조선시대 최고의 검무기생으로 박제가의 「검무기」, 박지원의 『광문자전』 등을 통해서 인용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조선 시대 여인입니다. 밀양시 상동면 신안마을에는 운심의 묘소도 있다고 합니다.

공연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배꼽 시계가 주책없이 자꾸 울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지났더라구요.

구내식당에 차려진 수십 가지의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김춘복 작가님의 노래도 감상했습니다. 앞으로 집필 계획을 '백세인생' 유행가를 개사해 들려주셨어요.

 

8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운심이 잡아서 못 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김원봉 때문에 못 간다고 전해라

 

 

칼춤 - 10점
김춘복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