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1882년作 <숲의 끝>

숲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 나뭇가지 사이에 햇살도 번하다. 구름 때문에 가렸던 해가 숲에 갇혀 있었나. 얼마 전 혼자 산문으로 나갔을 때는 어둑한 숲에서 뭔가 튀어 나올 것 같아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숲엔 풀과 돌, 나무와 흙이 내쉬는 숨이 가득하다. 보살은 은빛 억새 같다. 바람과 맞서지 않고 순응하는 억새처럼 단발보살은 원시림을 스적스적 지나간다.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허연 머리가 숱도 많아 단발이 어색하지 않은 보살은 칠십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게 잘도 나가는데 나는 숨이 차다. 땀이 몸의 굴곡을 타고 흐른다. _「신갈나무 뒤로」(『날짜변경선』, 중에서)


남편의 알콜중독 때문에 절에 들어간 여자가 마지막 희망이자 도피처를 찾아 떠난 곳에서 다시 방황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유연희 작가의 단편소설 「신갈나무 뒤로」입니다.

무력한 현실 속의 차가움을 견뎌내며 지친 사람들에게, 마치 '도망치지 마!'라고 조근히 들려주는 듯한 이 소설이 참 좋았는데요,

우연히 알라딘 서점의 이벤트를 보고 이 소설을 편집하던 때가 다시금 떠올랐어요.


책을 구입하면 다양한 디자인의 머그컵을 증정하는 알라딘의 이벤트!


현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도피해도 길은 없을 테니 오히려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자는 따스함으로 읽히기도 했어요.

읽는 내내 '길은 하나뿐이여.'라고 조근하게 말을 건네던 보살 할머니의 외침이 특별하게 다가온 소설이었습니다.

숲 속에서 방황하던 화자의 삶이, 그리고 방황하던 그 길이 우리네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 말이죠.



컵을 보니 콜드플레이의 명곡 「Don't Panic」이 떠오르네요.

같은 앨범에 수록된 「We Never Change」에서도 조근한 위로를 얻습니다.

가사처럼, 좀 더 우리는 우리의 현실 속 삶에 귀 기울이면서

진실되게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좌절하지 말고, 다함께 행복해집시다.

그럼, 즐거운 불금 되세요 :-D



날짜변경선 - 10점
유연희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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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온수 2016.02.29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함께 행복하기, 좌절하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