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다."

   


시집 '다다'(왼쪽), 서규정 시인

서규정(67) 시인이 최근 펴낸 새 시집 '다다'(산지니)의 머리말격으로 쓴 '시인의 말 하나'는 달랑 이 한 줄이다. 이 한마디 안에 이 시집의 '마음'과 1991년 등단한 중진 시인 서규정의 문학과 삶이 엄청나게 진한 농도로 농축돼 있다.

시 '미인도'는 등단 25년의 시인 서규정이 내내 추구한 시와 미의 세계를 고농도로 농축해 담은 것 같다.

'그림은 화선지보다 마음자리에 그려야 그림이지 / 개개인의 미인도는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겠지 /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 늘 심장들이 먼저 뜨겁다 // 저 미리 붙는 미친 불, 미인도 // 환장할 사랑이라고도 했다 / 그렇다. 이 세상 최고의 그림은 박물관에 남는 것이 아니라 / 이미 불타버린 것이다 // 쟤, 저 하얀 새를 누가 한 번 잡아 보아라'(전문)

시집 곳곳에서 거칠고 투박스럽게 던지는, 서규정 특유의 너스레와 따뜻한 마음이 있다. 세상사에 관한 분개와 비판도 종종 나온다. 그런데 관념적으로 과격한 게 아니라 삶을 포옹하는 태도와 세상사에 관한 분개가 묘한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시집에 자주 나오는 나비는 자유분방해서 아름다운 운동감을 지녔다. 서규정 시인이 시로 그리는 세계의 운동감과 미감은 나비의 사뿐한 상승감일 것이다.

'…빙글빙글 / 나비 한 마리도 제자리가 지겨워 / 나사처럼 몸을 비틀어 빼고 헐렁하게 날아가는 / 직선과 직통을 버린 저 봄날의 자세를 보렴'('사선에서' 중)

'평화 군(軍)'이라는 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 용병 하나가 다냐 / 다다'. 바로 '전부이다' '모두이다'를 뜻하는 구어체 표현 '다다'에서 이번 시집의 제목이 나온 듯하다. 하여튼 시집 제목 잡는 방식까지 투박하다, 서규정.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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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