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열’은 1923년 독립운동가 박열이 일본 황태자 암살 혐의로 공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다.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는 사형 선고를 받는 순간까지 박열과 함께했던 인물로,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남긴 옥중수기와 당시의 기록들, 그리고 후대의 연구들은 일본의 하층민, 특히 여성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의 투쟁은 천황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제 국가에서 한 명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는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영화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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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의 동지
후미코는 ‘청년조선’에 실린 박열의 ‘개새끼’라는 시를 접하고 그에게 운명적 끌림을 느껴 먼저 동거를 제안했다. 두 사람은 동지이자 연인으로서 대등한 관계였는데, 1922년 도쿄에 방문했던 후미코의 어머니가 “그때 후미코는 단발머리에다 조선옷을 입고 남자용 가방을 메고선 거의 하루 종일 어딘가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니까 박열과의 생활은 남녀 두 사람이긴 했어도 지극히 사이가 좋은 두 남자가 함께 사는 세대처럼 보였습니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뻔뻔스러운 조선인’이라는 잡지를 통해 일본의 권력자들에게 ‘불령선인(뻔뻔스럽고 무례한 조선인)’으로 불리는 조선인들의 무고함을 일본 민중에게 알렸고, 저항의식을 가진 조선인과 일본인 모임인 불령사를 조직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함께 구속된 두 사람은 감옥 안에서도 투쟁을 이어나갔다. 후미코는 법정에서 “박열이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모든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박열과 함께 죽는다면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설령 재판관의 선고가 우리 두 사람을 나눠놓는다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혼자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재판기록’)”라고 선언하거나 옥중서신을 통해 지인에게 “혹시 여유가 있어서 나에게 줄 게 더 있다면 그것은 P(박열)에게 주었으면 합니다. P에게 뭘 좀 먹여주고 싶어요”라고 부탁할 만큼, 박열을 뜨겁게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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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도서
‘가네코 후미코’ 야마다 쇼지. 산처럼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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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 개봉과 함께 가네코 후미코라는 이름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산지니 출판사에서 출간한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
'나는 나'가 소개된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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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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