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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문학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책 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12. 15.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수필집

 

 

 

 

 

▶‘치유와 희망의 글’
늦깎이 작가의 삶과 글, 그리고 예술

 

늦깎이 여성 작가 정문숙의 첫 수필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출간되었다.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해 크고 작은 공모전과 문학상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꿈을 키워온 저자의 수필들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수필집은 구성과 내용의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다소 힘에 부쳤던 과거의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며 비슷한 처지이거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수필집을 ‘치유와 희망의 글’이라고 말한다.

 

내 안에서 흘러나와 세상으로 나온 글은 이제 독자에게로 옮겨진다. 어떻게 읽히고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문제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된다. 한 편 한 편, 읽고 난 후, 가슴에 예쁜 무늬 하나 그려지는, 다시 힘을 얻고 지금을 살아낼 수 있는 위안의 글이 되었으면 한다. -「책머리에」중에서

 

저자는 글쓰기의 과정을 ‘바둑을 복기하듯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든 시절을 상기시켜 쉽지 않았음에도 글을 통해 ‘덮어버렸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마음을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제 개운하게 풀린 마음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안아줄 채비를 마친 정문숙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다.

 

 

 

▶ ‘퀴퀴한 책 곰팡이 냄새가 나는 어두운 골방에 천재 소녀가 있다.’
    이 땅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표제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회적 인습과 통제로 인해 문학적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여성 작가들에게 ‘매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던 버지니아 울프. ‘주디스 셰익스피어’라는 가상의 여성을 통해 당시 여류 작가들이 처했던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던 울프의 글을 인용하며 저자는 오늘, 바로 이 땅의 예술가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인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정착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중략)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과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은 가난하지만 개성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독특한 예술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던 곳이다. 이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카페와 상가들이 유명해져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사람들이 몰리자, 기업형 자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임대료를 높여놓았다. 이에 수입이 적은 가난한 예술가나 기존 거주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중에서

 

외부의 압박에 의해 터전에서 밀려나는 우리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방’이 아닐까. 버지니아 울프와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본의 사회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은 여러 형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정문숙 작가는 과거의 여성들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자기만의 방’이 절실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나와 내 곁의 모든 사람들,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듯 작가의 길에 들어서며 느낀 현실, 글 쓰는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글들은 언뜻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 수필집 전체를 꿰뚫는 주제의식은 ‘위로’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저자 본인이 겪었던 고된 시간들에서부터 나온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날도 남편은 몇 마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협력 업체의 부도로 남편의 회사가 직격탄을 맞았단다.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에 압사를 할 지경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빚 독촉 전화는 공포였고, 가재도구에 붙어 있는 빨간 딱지를 보는 일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두어라, 신의 뜻대로」 중에서

 

괴롭고 아픈 기억을 글로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가 힘든 기억들을 담담하게 끄집어내는 것은, 아픔을 내보이고 토로하는 것이 하나의 치유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로 덮쳐온 악재도 시간과 함께 지나가고 사그라진다. 억겁의 세월을 이겨내는 동안 우리 곁에는 과연 누가 함께하고 있을까? 힘겨운 시간을 가족과 함께 견디고 일어선 저자는 이제 눈앞에 닥친 악재를 혼자 짊어지고 가는 누군가를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인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8.  닫힌 문 사이로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버티컬 사이로 비집고 들어올 때 즈음 컴퓨터를 다시 켠다. 두 평 남짓한 곳, 나만의 방에서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주디스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p.77.  막 부풀어 오르기 시작할 때 김을 빼버렸으니 딸의 꿈은 제대로 된 발효의 과정을 거칠 수 없었던 셈이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큰 좌절과 절망의 늪을 허우적거렸을까. 돌이켜보니 딸의 마음을 알고도 아는 체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이 명치끝으로 묵직하게 얹힌다.

 

pp.140-141. 어머니와 같이 울어주던 자귀나무 꽃이 다시 흔들린다. 간다는 작별의 말도 못하고 먼저 간 아버지와 잘 가라는 이별의 손짓도 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애끓는 조우가 자귀나무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p.190.  나를 열광케 했던 그녀가 다시 내 안에서 꿈틀댄다. 나는 이제, 문학이라는 또 다른 꿈을 찾는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려고 한다. 국어강사 생활을 하며 짬짬이 써놓았던 습작 노트를 다시 꺼내어본다. 오래 전 접어두었던 나의 꿈의 조각들이 반짝인다.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한 번 상처 많은 번데기가 되어볼 작정이다.

 

p.209.  글 앞에 앉으면 자주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게 된다. 되돌아보면, 나는 글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석에 끌리듯 그 언저리를 맴돌았던 것 같다. 감았던 실타래를 풀어내듯 지나온 길을 되돌아 걸어가 본다.

 

pp.115-116. 내가 부딪히고 넘어지며 나를 깎는 동안 눈과 귀를 온통 내게 걸어놓고 지내셨을 아버지. 칼이 무뎌질세라 수시로 숫돌 앞에 앉던 아버지를 이제야 제대로 읽는다. 뒤늦은 자책이겠지만, 한때 내가 철없이 쏟아냈던 말의 칼날들이 아버지를 아프게 하지 않았기를 빌어보는 날이다.

 

 

저자 소개                                                        

정문숙

196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0년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2018년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졸업하였다. 이후 동아대학교 지식나눔교실 글쓰기 멘토로 근무했다.

 

수상 내역
2015년 주변인과 문학 신인상 수상 「천사가 머무는 시간」
생명문학공모전 수상 「봄, 이부탐춘을 다시 읽다」
모래톱문학상 수상 「까치발을 내려놓고」
근로자 문학제 동상 수상 「숫돌」
2016년 근로자 문학제 은상 수상 「청어의 꿈」
문향 여성문학제 장려 수상 「사랑니」
2017년 직장인 신춘문예 당선 「까치발」
제3회 주변인과 문학 신인상 수상 「나무 한 그루」
제7회 가족사랑 수기 공모전 당선 「며느리 가면」

 

 

목 차                                                            

 

 

 

 

정문숙 수필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지음 | 214쪽 국판  | 13,000원 | 978-89-6545-458-8 03810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수필집은 구성과 내용의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다소 힘에 부쳤던 과거의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며 비슷한 처지이거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 10점
정문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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