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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시상식 후기]<생각하는 사람들> 정영선 소설가,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11. 2.

벌써 11월이네요. 이제 달력도 겨우 두 장 남았고요. 너무 더웠던 한 해로 기억될 2018년, 올해는 날씨만큼이나 우리를 뜨겁게 만들었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우한 남과 북, 이후 두 차례 더 이어진 남북정상회담은 멀게만 느껴졌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시간을 꿈꾸게 하기도 했었죠.

 

출처 : 게티이미지

                                                                                   

이 뜨거운 관심 속에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없었을까요? 정영선의 장편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은 탈북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사회에 편입돼, 기쁨과 슬픔의 표정을 지우고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2018년에도 그 어떤 말이나 추억들을 꺼낼 수 없는 사람들 말이죠.

출처 : 픽사베이

 

정영선의 <생각하는 사람들>은 북한이탈주민의 신산한 남한살이를 통해 외재적 현실로서의 분단을 환기하는 동시에 우리 안에 내재한 분단을 진지하게 성찰한 작품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무관심과 편향에 저항하면서 민족으로 이들을 손쉽게 환대하거나 위험한 적으로 배척하거나 가련한 이웃으로 연민하는 상투적인 재현의 관행을 탁월하게 극복한다. 남과 북 어디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경계인으로서 이들의 불안한 현존을 천착하면서 소설은 '민족' '이웃' '적'을 초과하는 그들의 실존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새롭게 구성한다. 단수가 아닌 복수, 관념이 아닌 실체로서의 북한이탈주민의 서사를 다시 쓰기 위한 작가의 진력과 분투가 역력히 읽힌다는 점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의는 각별하다.

_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평 중에서(조갑상 유익서 황국명 구모룡 김경연)

 

 

11월 1일 제35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시상식이 부산일보 10층 소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산지니 식구들도 꽃다발을 들고 정영선 선생님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신문사로 향했습니다. 시상식장에는 심사를 맡았던 조갑상(요산문학관장) 소설가와 유익서 소설가, 황국명(요산문학축전 운영위원장) 문학평론가, 구모룡 문학평론가, 김경연 문학평론가를 비롯해 이규열 요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상섭 부산작가회의 회장, 고금란 부산소설가협회장 등 많은 문인들이 참가해 정영선 선생님의 수상을 축하했습니다. 

 

 

10월 22일자 <부산일보>를 통해 심사평을 밝히기도 했지만, 시상식에서는 심사위원들을 대표해 유익서 소설가께서 다시금 심사평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길지 않은 심사평이었지만, 후보작 10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느껴지는 심사평이었는데요. 쟁쟁한 작품들 속에서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수상작을 결정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생각하는 사람>의 수상이 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금방 해가 질 것처럼 어두웠지만 아직 오후 4시, 주연은 성글대로 성글어진 진눈깨비를 쳐다본 후 좁고 질척거리는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장편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의 첫 문장입니다. 정영선 선생님은 수상소감을 통해 소설의 첫 시작 앞에서 많이 서성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때 보았던 것이 요산 김정한 선생님의 낱말 카드라고 했는데요. 거기서 '성글다'는 단어를 찾았고 이 길고 긴 이야기의 첫 줄을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원고를 다듬는 내내 단어와 단어 사이를 걸었을 선생님의 고된 시간들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이어 지역에서 문학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이셨는데요. 이번 수상으로 빈 쌀독에 쌀이 채워지는 듯하다며, 이 상이 지역 문단을 격려하고 남북 관계에서 소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주신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했습니다.

2017년, 선생님으로부터 <생각하는 사람들> 초고를 받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책이 출간됐습니다. 초고를 집필하신 기간이 5년이라고 했으니, 이 작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네요. 책을 편집하는 내내 <생각하는 사람들>은 참 많이 수정되고 고쳐지고 다듬어졌습니다. 깨알 같이 써둔 선생님의 글씨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길어올리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찾는 일, 찾은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듯해서 말이죠.

 

 

"소설은 끝난 걸까. (중략) 어쩌면 이제까지 쓴 것보다 더 긴 이야기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분단 상황에서는 그들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불안과 갈등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이야기는 계속 되겠지요. 2018년 남은 두 장의 달력 동안에도, 우리의 지난한 삶에도, 정영선 선생님의 소설 속에서도. 불안과 갈등 속에서도 남은 시간들을 우리의 이야기로 촘촘히 채워 나간다며 어제와 같은 기쁨의 순간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영선 선생님의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을 다시금 축하하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들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봅니다.

 

# <생각하는 사람들> 관련 링크

탈북자, 그들에게 남쪽은 정말 따뜻한 곳일까? :: 정영선 장편소설『생각하는 사람들』(책 소개)

작가와의 만남 : <생각하는 사람들> 정영선 작가 인터뷰

[후기] 84회 저자와의 만남 : <생각하는 사람들> 정영선 소설가

KNN 행복한 책읽기 - 생각하는 사람들(정영선)



 #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 관련기사

35회 요산문학상 시상식 수상자 정영선 소설가 "소설 쓰는 과정은 낱말을 찾는 과정"

[제35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 '생각하는 사람들' 정영선 소설가


[제35회 요산김정한문학상-심사 어떻게 했나] 추천작 10편 중 최종 3편 선정 치열한 논의 끝 만장일치 결정


[제35회 요산김정한문학상-심사평] "우리 안에 내재된 분단, 다시 생각하게 한 작품"

 

* PS. 다 올리지 못한 사진 중 단체 사진 2장을 덧붙입니다.

 

심사위원 및 동료 문인들과 함께

                                                      

산지니 출판사 식구들과 함께

 

  

생각하는 사람들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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