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대학총장·공공기관장…
1990년대 말 CEO 숭배 확산
금융위기로 정체 드러났지만
시스템 복구주체로 다시 부활
CEO사회-기업이 일상을 지배하다
피터 블룸·칼 로즈 지음, 장진영 옮김/산지니·1만8000원
시이오(CEO), 즉 최고경영자는 세상 모든 조직이 필요로 하는 리더의 표상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세계적인 시이오를 떠올려보라.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막대한 부를 창출한 그들은 앞을 내다보는 선지자이자 오늘을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실주의자로 여겨진다. 유능한 시이오는 어떤 문제적 상황에서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기어이 난국을 돌파하는 존재다.
대학 총장이 “학생을 고객으로, 강좌를 상품으로 생각하는” 시이오 마인드를 갖춘다면, 방만하고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던 ‘지성의 전당’은 경쟁력 있는 포지셔닝과 브랜드 전략을 갖춘 세계 일류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우체국이나 도서관 같은 공공기관은 물론 각종 비영리단체와 비정부조직, 심지어 자선단체나 교회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경영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조직을 혁신할 시이오를 필요로 한다.
“현대사회는 모든 분야에 걸쳐 경쟁해서 승리해야 하는 일종의 게임이며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사람만이 이 게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이오는 부단한 노력으로 모든 경쟁자를 물리친 최후의 승자로 추앙받는다. 그들이 주로 백인 남성이라거나 좋은 집안에서 자라나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거나 하는 ‘환경적 불평등’ 문제는 종종 생략된다. 그러니 성공하고 싶다면, 시이오처럼 먹고, 입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승진하고 싶은 사람에겐 오스트리아 기업인 알렉스 말리의 성공비결을 담은 베스트셀러 <벌거벗은 시이오>가, 연애하고 싶은 사람에겐 니나 앳우드의 명저 <시이오처럼 데이트하라>가 기다리고 있다. 창조적인 모험가인 그들은 꼭 끼는 셔츠 대신 터틀넥을 입고 열정적으로 일을 마친 뒤 경비행기를 운전하거나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며 ‘워라벨’을 몸소 실천한다. 시이오는 성공을 꿈꾸는 이들의 역할모델이자 일과 삶의 균형을 가르치는 시대의 스승인 것이다.
다스의 실소유주로 뇌물·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으로 수감중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등장한 것은, 그러므로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이오사회>의 공동저자인 피터 블룸 영국 방송통신대학 교수와 칼 로즈 시드니 유티에스(UTS) 경영대학원 교수는, 1980년대부터 형성돼 1990년대 말 지구적으로 확산된 ‘시이오 숭배’ 현상이 “21세기 정치 리더를 민중의 리더가 아니라 경제 리더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대중은 정치인들이 상업적이고 재정적인 성공을 위해 국가를 경영하는 ‘사업가’가 되기를 기대했고, 정치인들은 이에 부응해 사람들의 잠재력을 깨우는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갖고자 하는 대신 단호한 결단력으로 일을 매듭짓는 유능한 관리자로서의 시이오를 닮고자 했다”는 얘기다.
기업 경영자들의 정계 진출이 잇따르고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한 이력이 정치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2001년에 당선된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 딕 체니를 비롯해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재무부 장관 존 스노 등 시이오 출신 장관들로 행정부를 꾸렸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 타이의 탓신 친나왓 총리,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니 애벗 총리 등 세계 곳곳에서 “정부를 비즈니스 조직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이런 흐름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들은 대체로 부자를 위해 일한다는 평을 받았고 이들의 치세 동안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러한 사실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한 차례 결정적인 고비가 있긴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세기를 타고 날아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시이오들의 모습에 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이오들은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경제 엘리트이기는커녕 회사가 망가지고 노동자들이 거리에 내몰리는데도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파렴치한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주체로 다시금 ‘시이오’가 호명됐다는 점이다. 시이오 신화는 그렇게 부활했고, 우리는 세계 10대 기업이 최빈국 180개국 수입의 합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세상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오늘을 ‘시이오 마인드’로 견디노라면 ‘워라벨’의 내일이 오리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경 자유기고가 nanazaraz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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