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시 쓰는 신체-이정모 시인과 함께하는 2회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

by 에디터날개 2019. 7. 18.

 

 

지난 6월 24일에 열린 '2회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 -이정모 시인 편'의 풍경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참고로, 1회는 김대성 평론가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 쓰는 신체-이정모 시인의 시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이날 행사의 제목은 '시쓰는 신체-이정모 시인의 시'였는데요.

이정모 시인께서 제목이 아주 멋지다며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구모룡 평론가님은 독자를 좀 끌어들이기 위해서 지은 제목이라는 솔직한 고백을 하셨습니다. ㅎㅎ

교수님 성공하신 듯?  ^^

 

 

 

 

이정모 시인은...

이정모는 2007년 등단하였다. 이는 공식적인 기록에 불과하며 아주 오래전부터 시를 썼던 경험을 지녔다. 그간 세 권의 시집을 내었다. <제 몸이 통로다>(2010), <기억의 귀>(2014), <허공의 신발>(2018).

 ('시 쓰는 신체' 구모룡 평론가 발제문 中)

 

 

 

 

이 날의 발제를 맡아주신 구모룡 평론가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날카로운 질문과 비평으로 문학가들을 긴장하게 하곤 합니다.

 

 

 

이정모 시인은 청중들에게 낭송하고 싶은 시가 있냐는 질문에 <시코쿠를 떠나며>라는 시를 낭송해주셨습니다.  2년여에 걸쳐 써지는 시가 있는 반면, 이 시는 하루 만에 써 내려갔다고 하십니다. 그럼에도 어쩐지 선생님의 마음을 끄는 시라고요.

 

시코쿠를 떠나며/ 이정모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고 나온 것처럼

어디서 본 듯한 집들이 흘러가고

물 위를, 바다 위를, 한낮의 햇살 속을 기차는 간다

이름도 모르는 역이 풍경도 생경한 마을로 안내하고

연기처럼 몽실한 사연들이 옹기종기 모여 손을 흔든다

내가 바라는 건 아니지만 간격은 멀어지고

차장은 차표를 보자 하고

인사는 차표와 함께 내게 남아 있다.

표가 있다 한들 떠나는 길

뜨거운 여로에 가슴 메는 순간

선로는 발을 구르지만 눈꺼풀 속으로 자꾸 무너진다

헤어지기 좋은 시간도 아니고

하찮은 영혼은 하나도 없으나 몸은 무심하게 놓친다

내가 다 쓰고 만 시간들이 멀어져

목에 감염되고 있는 중이다

두고 온 닭 소리와 함께 마음도 풀어놓고 왔는데

기차는 울다 그쳤는지 간혹 떨면서 간다

나는 그녀의 애인이 되고 싶은데

고도는 속한 적이 없다고 나를 버리고 간

 

 

 

 

이 날 나누었던 이야기 중 몇 부분을 함께 나눕니다.

 

구모룡 평론가: 왜 첫 시집의 내용이 두 번째 시집에 와서 많은 생각, 사유를 시에 담으려 했는지. 시는 이미지를 통해서 구체적인 언어를 통해서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생각이 많이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첫 시집 이후에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런 입장들이 강해진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런 수법을 추구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정모 시인: 두 번째 시집이 나온 시절이 제가 암 진단을 받은 시기와 일치합니다. 그래서 투병하는 과정에서 1년간 혼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까 사유가 많아질 수밖에 없죠. 또 어찌 보면 제3 시집을 봤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저에게 하는 말 2 시집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너무 좋다 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나 하면 사유가 아닌 이미지가 많이 들어갔다 하는 것입니다. 관념이나 사유 같은 것은 시가 피해야 할 것인데 2 시집에서는 내가 아프다 보니까 잡생각도 많고 존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까 사유가 많이 들어갔죠. 그걸 가지고 이미지로 시적 변환을 하려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고 할까, 그리고 좀 시가 덜 여물었죠. 근데 3 시집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 병을 극복하고 나니까 시에 새로 눈이 뜨였어요.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고 이러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시가 발전해왔다고 보는데 3 시집에서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내가 깨달았다고 봐야겠죠.

 

 

 

 

이정모 시인은 최근 젊은 시인들의 작품과 그들의 화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면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시를 통해 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습니다.

 

 


그렇지만 시라는 것은 결국 소통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어야 소통이 됩니다.

둘 다 뻗대면 소통이 안 되죠.

근데 나이 든 사람하고 젊은 사람들하고 소통을 하려면,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과 소통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소통을 하기 위해서 누가 손을 뻗어야 하느냐? 나이든 사람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들의 생각을 가지고 내 시에 넣어서

내가 포용하려는 그런 의도입니다.

결국은 손을 내미는 것은 나이 든 사람이 여유가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소통해가지고 '봐라! 느그들 하고도 우리는 소통할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책 중에 <문학하는 마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문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즉, 소설가, 시인, 극작가, 평론가, 서평가, 문학 기자 등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이 책, 잘 나갑니다. 쓸모와 효용을 말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우리는 먹고사니즘을 벗어난,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학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학이 없어도 살수는 있지만, 문학과 함께라면 우리는 더 행복한 인.간. 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달만에 돌아올 3회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은 정광모 소설가와 함께 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 ^

 

 

 

허공의 신발 - 10점
이정모 지음/천년의시작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