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과 상약
도심에서 키우는 농심
김소희 지음
생태농업을 경험하며, 자연에서 배우는 순리
생태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가 방문 경험과 도시에서 일군 텃밭 생활 등을 통해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어린 시절 뛰어놀던 옛 농촌의 풍경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삶을 꿈꾸며, 동네 근처에 버려진 땅에 작은 텃밭을 꾸리고 그곳에서 자연퇴비를 이용해 작물을 키운다. 이를 통해 흙냄새와 풀 냄새가 주는 건강한 기운과 푸른 작물들이 가진 성장의 힘에 감탄하며, 오이와 고추 등 작물을 수확해 이웃들과 나눠 먹는 즐거움도 누린다.
일일농부가 되어 경험한 생태농업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 하며, 우리가 왜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먹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친환경으로 키운 작물들이 가져온 변화
좁은 닭장에서 평생 알 낳는 기계처럼 살아가는 닭들, 풀을 먹지 않고 옥수수 사료를 먹는 소들, 항생제를 맞으며 자라는 돼지들. 이렇게 길러진 가축들이 병들고 있다. 심지어 이런 환경이 인간에게도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친환경 농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자가 방문한 농가는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곳들이다. 한 예로, 참외를 키우는 귀농 부부는 화학비료 대신 짚, 토양, 미생물, 발효액 비료 등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친환경으로 농작물을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키운 작물들은 토양을 튼튼하게 하며, 이는 결국 인간과 자연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추억 속에 남아 있는 푸근한 농촌 풍경
저자는 어린 시절, 밀사리를 하며 놀았던 기억을 회상한다. 밀사리는 과거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 농촌에서 해 먹던 풍습으로, 밀 수확 전 여름에 설익은 밀을 모닥불에 구워 먹는 걸 말한다. 당시 밀은 여름내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었다. 강낭콩 드문드문 놓인 밀기울 빵은 간식이었고 감자 큼직하게 썰어 넣은 수제비는 주식이었다.
저자는 무엇보다 농사를 마친 늦은 저녁 밤하늘의 별빛 달빛 세례를 받으며 사람들과 멍석에 둘러앉아 먹던 그 맛은 지금까지의 어떤 음식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추억의 놀이가 된 밀사리는 최근 농촌이나 도시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듯 반가운 소식과 함께 밀사리 이외 매실로 구슬치기, 과수원 서리 등 유년 시절 경험한 농촌 풍경을 전한다. 그곳의 풍경은 푸근하고 따듯하다.
첫 문장
꽃 무리에 젖어본다.
책속으로
p.51 그런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새로운 모습의 농부였다. 산성화된 땅을 산천초목 퇴비로 개발해 곤충이 돌아오는 옥토로 만들어 놓았다. 볏짚 하나하나 거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이곳에 와보고야 알았다. 볏짚이 썩으면 토착미생물로 번식하여 그 미생물은 논을 갈아주어 다음 해 우렁이와 함께 병충해를 물리치는 데 큰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p.75 그뿐인가. 어느 날 도저히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고비에 섰을 때 연약한 풀 이파리가 가져다주는 위로는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 건강한 뿌리를 지켜 내는 의지와 스러져 다시 일어서는 강한 생명력이 인간의 힘을 능가한다는 점도 그렇다.
p.145 내 식탁에 빠르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도 미나리이다. 그 향과 맛은 겨우내 묻어 있던 칙칙한 공기를 몰아내는 역할도 한다. 초고추장과 어우러진 맛은 영락없는 도둑이다. 그득했던 소쿠리가 마치 도깨비가 훔쳐 간 듯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어느새 내 가슴에 미나리를 가득 심은 기분이 든다.
p.197 자주색 꽃은 자주감자를 알리고 하얀색 꽃은 흰 감자를 말해준다. 꽃잎이 크고 여러 송이가 피면 땅속의 열매는 흉년임을 전한다. 지상의 식구들에게 눈요기가 되어준 만큼 지하의 삶은 빈곤하다는 뜻이다. 한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p.217 이곳 아이들의 장난기도 나 어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밀사리로 묻은 검정 손으로 상대의 얼굴을 문지르고 달아나고 온 주변이 소란이다. 개그현장을 보는 듯 심지어는 사람들이 모여들기까지 했다. 내 어릴 적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귀한 체험이 아닌가. 책을 통해서나 만날까 현장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김소희
1991년 문예사조 수필로 등단했다. 농촌문학상, 백교문학상, 글벗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 『봉하네 텃밭』이 있다. 부산문인협회 회원이다.
보약과 상약 김소희 지음│국판(148*210)│224쪽│15,000원│2019년 12월 20일978-89-98079-29-1 03810 생태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가 방문 경험과 도시에서 일군 텃밭 생활 등을 통해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어린 시절 뛰어놀던 옛 농촌의 풍경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삶을 꿈꾸며, 동네 근처에 버려진 땅에 작은 텃밭을 꾸리고 그곳에서 자연퇴비를 이용해 작물을 키운다. 이를 통해 흙냄새와 풀 냄새가 주는 건강한 기운과 푸른 작물들이 가진 성장의 힘에 감탄하며, 오이와 고추 등 작물을 수확해 이웃들과 나눠 먹는 즐거움도 누린다. |
보약과 상약 - 김소희 지음/해피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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