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품격
지지 않고 나아가는 10인의 이야기
안건모 인터뷰집
품격 있게 싸우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
이 책은 품격 있게 싸우면서 보람 있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개인의 자존감과 사회 정의를 위해, 노동, 여성, 빈민, 인권 등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살아왔거나 살고 있다.
인터뷰한 사람은 오늘날 여성의 삶을 카메라에 솔직하게 담은 류미례 독립영화 감독, 오로지 정의를 위해 취재하는 자유로운 언론인 박상규 기자, 노점상 상인들을 위해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기득권에 맞서는 반영숙·김성수 시민활동가 부부, 베트남 전쟁의 실체를 한국에 처음 알린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이사,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는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점점 사라져 가는 토종씨앗을 지켜가는 선애진 생명운동 농사꾼, 노년의 행복을 꿈꾸는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은 장혜옥 교육운동가 등이다.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아야 할 삶의 도는 무엇인지를 지금까지 걸어온 삶으로 보여준다.
자본과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인생의 주체가 되다
이 무시무시한 싸움꾼들은 타협하는 법이 없다. 흔히 말하는 ‘적당히’와 ‘눈치껏’도 없다. 사람들은 보통 부당하다고 느낄 때 싸우기보다 순응하는 경우가 많다. 힘이 논리가 강한 이 사회에서 대부분은 약자이기 때문에, 순응만이 자신을 지키는 방편이라 생각하면서…. 반면, 인터뷰한 이들은 강자에게 순응하기보다 약자 그대로의 모습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투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 왜 그렇게 투쟁하는지도 알 것 같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당당한 것이다. 이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목소리를 낮추고 개인의 안위만을 찾았던 순간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 근사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을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절망 대신 내일을 노래하는 사람들
“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류미례 감독은 여자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좌절의 경험들, 그리고 엄마로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었다. 제작 전에는 주변이 시선이 걱정되었지만,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나서는 식구들에게 “너도 힘들었구나. 나도 힘들었는데” 하는 공감으로 위로받았다고 한다. 행글라이더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인터뷰에서 사고 후 처음으로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위로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데 온몸이 요동치면서 (…) 절망감이 나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전한다. 그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세상 밖에 나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싸웠다.
그 외에도 여기 인터뷰한 사람들은 모두 좌절의 순간을 경험했지만, 자신을 다독이고 세상에 맞서 싸웠다. 꿈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 절망 대신 내일을 노래하는 사람들. 안건모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치열한 현실 속에서도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들려준다.
첫 문장
어느 날 아침, 류미례가 잠에서 깨어나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밥이 없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5 이상한 일은 그뿐이 아니었다. 남편이 옷을 다려 입지 않고 후줄근한 차림으로 나가면 류미례가 욕을 먹었다. ‘남편이 후줄근한데 왜 내가 욕을 먹지?’ 류미례가 결혼하고 이상하고 힘들었던 건 이 세 가지였다.
p.55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저도 두렵고 떨리고 잠도 못 자고 무서웠단 말입니다. 그래도 내 월급쟁이 생활에 만족하는 것도 내가 살고자 하는 것과 거리가 있겠다 싶은 거예요. 좀 더 그럴듯하게 말하면 무모함과 자신감이 약간 섞여 있는 건데, 내가 월급을 안 받더라도 기사를 잘 쓰고 좋은 보도를 하면 세상은 나를 굶기지 않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p.79 “아버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건 바위가 깨지라고 치는 게 아니에요. 바보 같은 짓인 줄 알지만 사람들이 그걸 보고 궁금해 하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바위를 걷어 내지 않겠습니까?”
p.130 구수정이 찾은 대부분의 마을에서 그는 전쟁이 끝난 뒤 30년 만에 처음 그 마을에 들어간 한국인이었다. 구수정이 마을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카이! 카이! 카이!” 하며 손을 들고 외친다. 베트남어로 카이는 ‘진술하겠다’라는 뜻이다.
p.187 “저희가 토종 사업 하면서 결정적으로 다급하게 생각한 것들이 씨앗이에요. 아이엠에프 이후에 종묘회사들이 외국 기업에 넘어가면서 실제로 씨앗에 대한 자주권이 하나도 없어져 버렸어요. 우리나라에서 갖고 있는 씨앗도 외국 갔다 오면 우리가 로열티 내야 되는 거고 소유권을 자기네들이 주장하면 그만이에요. 우리가 갖고 있던 토종 씨앗은 다 농민의 것이고 우리 국민들 거잖아요….”
저자 소개
안건모
1958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열두 살때부터 공장에서 일했다. 군대를 제대한 뒤 버스 운전을 시작했다. 1985년부터 서울에서 시내버스와 좌석버스 운전을 20년 동안 했다. 열심히 일만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잘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문학 책을 보면서 사회 구조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5년에 창간한 월간 <작은책>으로 글쓰기를 배웠으며, 1996년부터 <작은책>에 글을 연재했다.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라는 글로 제7회 전태일 문학상 생활글 부문에서 우수상을 탔다. 2000년 무렵 <한겨레>에 1년 동안 칼럼을 연재했고, <경향신문>, <시사인>, <오마이뉴스> 등에도 글을 연재했다.
2005년 9월부터 현재까지 <작은책> 대표이자 발행인으로 일하면서 전국으로 글쓰기 강연을 다니고 있다. 펴낸 책으로 전태일 문학상 수상집 『굵어야 할 것이 있다』(1997, 공저),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2006),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2007, 공저),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2011, 공저), 『삐딱한 글쓰기』(2014), 『삐딱한 책 읽기』(2017) 등이 있다.
싸움의 품격
싸움의 품격 - 안건모 지음/해피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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