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제10회 최계락문학상 시상식에 갔다왔습니다. 수상의 주인공은 얼마전 블로그에 소개해 드린 시집 '찔러본다'(링크)와 최영철 시인. 그날 모처럼 저희 출판사에 놀러오셨는데요, 점심때 따끈한 대구탕도 사주시고, 시상식에 안가볼 수 없었답니다.^^; 최계락 시인 외가로 가는 길. 길은 어느 길이든 다감하고 어느 길이든 누군가에게는 외가로 가는 길이다 - 산문집 '길에게 묻다' 중에서
사실 문학에 문외한인 저는 최계락 시인을 잘 몰랐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동길산 산문집 <길에게 묻다>를 작업하면서 최계락 시인을 처음 알게되었고, 이번 문학상 시상식 덕분에 조금 더 알게되었습니다.
최계락 시인(1930~1970)은 일찍이 20대 초반에 등단하여 경남과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문학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그는 한국전쟁기 임시수도였던 부산에 몰려들었던 많은 문인들이 제 각기 서울 등지로 떠나간 뒤에 고석규, 김성욱, 김재섭, 김춘수, 손경하, 송영택, 유병근, 조영서, 천상병, 하연승이 참여한 <신작품> 동인들과 함께 경향 각처의 시인들이 교류하는 장을 여는 데 힘을 썼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면서 행복하고 조화로운 세계를 꿈꾸어온 그가 돌연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문학을 기념하는 문학상이 제정된 지도 해를 거듭하여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최계락 시인의 대표시 <꽃씨>와 <외갓길>을 낭송했고, 생전의 최계락 시인과 함께 활동한 하연승(77) 손경하(81) 원로 두 분이 특별상을 받으셨습니다. "오래 사니 상을 주네. 더 오래 살아야겠다"고 하연승 님께서 수상소감을 밝혀 모두에게 큰웃음을 주었습니다.
구모룡 문학평론가께서
"3명의 평론가가 이구동성으로 최영철 시집 <찔러본다>를 선정하여 비교적 수월한 심사였다"고 심사평을 말하셨습니다.
최영철 시인께 수상 소감을 묻자 "딴 짓 안하고 꾸역꾸역 시를 쓴 것을 잘 봐주신 것 같습니다. 문학상은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았고, 시를 쓸 운명이었는지 이나이 먹도록 시를 쓰며 살았고 시에게서 보상을 받았는데 이런 '큰 시인'을 기리는 상을 받아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학창시절 얘기도 해주셨는데, 어렸을때 자신은 지각생에 열등생이었다고 자백하셨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내백일장에서 첫 상을 받던 날 아침에도 지각하여 벌을 서고 있었는데,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인 조례 시간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래 얼른 뛰어가서 상을 받고 다시 돌아와 벌을 마저 섰습니다."(모두 웃음) 최계락 시인의 <달>이라는 시를 읽고 받은 충격 이야기 등 선생님의 특기이신 느리지만 재밌는 입담으로 좌중을 흔드셨습니다.
노을 / 최영철
한 열흘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초승달 칼날이
만사 다 빗장 지르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내 가슴살을 스윽 벤다
누구든 함부로 기울면 이렇게 된다고
피 닦은 수건을 우리 집 뒷산에 걸었다
- <찔러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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