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근현대사상총서009
중국 윤리사상 ABC
▶ 중국 전통 윤리사상의 개념과 근대적 전환 과정을 살펴보다
20세기 초 중국 사상가 셰푸야가 저술한 윤리학사로, 중국 윤리사상의 기본 관념, 중국 윤리의 최고 이상, 의무론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중국에서 윤리학은 일본에서 가져온 외래어로, 청말 전에는 윤리학이라는 말이 없었다. 윤리학이라는 말이 없었다는 것은 서구적 의미의 ‘윤리학’에 해당하는 실질이 없었고, 순수한 윤리학사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1911년 신해혁명과 1919년 5.4신문화운동을 거치면서 서양 윤리학을 소개하고 중국 윤리학사를 서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윤리학에 관한 중국의 기존 저술은 철학과 정치학 등 다른 분야의 학설이 잡다하게 섞여 있어 순수한 윤리학 저작이라 보기 어려우며, 외국 학자가 쓴 윤리학사는 내용이 주관적이고 제각각이기 때문에 중국인에 의한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중국 윤리학사의 서술이 시급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셰푸야는 근대화로 가치관의 전환을 맞는 중국 전통 윤리사상을 점검하고, 새로운 윤리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중국 윤리사상 ABC』를 저술했다.
근대 시기 가장 널리 알려진 윤리학 서적인 차이위안페이의 『중국윤리학사』(1937)보다 10여 년 일찍 저술된 이 책은 기존의 중국 윤리사상사들이 역사적, 종적인 서술 방법을 취한 것과 달리 수평적, 횡적인 서술 방법으로 윤리사상사를 정리했다.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중국 전통 윤리사상을 이해하는 개념서로 손색없다.
▶ 중국 전통 윤리사상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1장에서는 중국 윤리사상의 개념과 시대에 따른 변화를 설명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천(天), 도(道), 성(性) 등 기본 개념을 서술한다. 첫 번째 다루는 천은 중국인에게 보편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권위를 가진 존재다. 이에 서양인의 천과 중국인의 천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중국인에게 천의 권위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 도는 중국인에게 만고불변의 절대 표준과도 같다. 도의 본질을 분석하고 도가에서 말하는 도가 무엇인지 밝히면서, 도와 덕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세 번째, 성은 오랫동안 동양 철학자에게 화두가 되었다. 그들이 성을 이토록 중시한 까닭은 모든 인류 행위의 원인이 성의 선악에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푸야는 성선설이나 성악설, 또는 나면서부터 본성의 선악이 정해져 있다고 주장한 학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 중국인의 이상적인 윤리사상-유가, 도가, 묵가, 신유가
3장에서는 중국 역사에서 등장했던 이상사회의 원칙을 설명하면서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적 이상을 함께 논하는데, 유가, 도가, 묵가, 신유가 학파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네 가지 학파 중 유가의 윤리적 이상이 중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다음이 도가이다. 신유가는 도가와 불교의 세례를 받은 후 형성된 학파로 영향력은 중간쯤이며 묵가의 영향이 가장 적다. 네 가지 학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중국의 대표 윤리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렇다면 중국 윤리의 최고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4장에서는 중국 고대의 여러 학파 가운데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이 가장 구체적인, 유가의 의무론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유가의 개인 이상은 ‘인’으로 인의 본질은 ‘하늘을 본받는 것’이고, 그 주체는 사람이다. 이어 타인에 대한 의무론에서는 가족윤리로 부자와 형제, 부부 간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 향당윤리로 윗사람과 아랫사람, 대등한 관계의 상호 직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밖에 군신 상호 간의 직무, 타인에 대한 의무 등에 관해 서술한다.
▶ 중국인에게 도덕에 관한 기본 관점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다
셰푸야가 이 책을 저술했던 때는 대전환의 시기로 새로운 가정과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가 막 출현하던 시기이다. 따라서 그는 사회적 혼란과 논쟁을 정리하고 교정·보완함으로써 사람들이 고통스런 과거의 경험을 떨쳐내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시대적 책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새로운 가치관이 아직 세워지지 않아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을 때 중국인에게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셰푸야는 책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어떻게 도덕을 개조해야 하는지, 개인과 사회가 취해야 할 도덕과 버려야 할 도덕은 무엇인지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책속으로
P.15 도덕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도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일이란 고정 불변하는 것이 없으니 도덕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도덕도 그에 맞춰 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어떻게 도덕을 개조할 것인가? 이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도덕을 개조하는 데 있어 가장 시급한 일은 기존의 도덕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P.26 중국인의 터전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북(西北)의 대평원으로 높은 산이나 우거진 수풀은 구경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창창한 하늘뿐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총명한 지도자 복희(伏羲)는 문자를 창제했다. 먼저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 하늘의 형태를 본떠서 ‘-’로 ‘하늘(天)’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하늘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펼쳐져 있지만 움푹 들어가 강을 이룬 곳이 있는 ‘땅(地)’을 ‘--’로 표시했다.
P.84 유가의 특색 가운데 하나는 옛 이름과 제도에 새로운 의의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이라는 이름은 변하지 않아도 ‘천’의 내용은 마땅히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천이 사람들이 지향하는 이상이 되고 본받아야 할 모범이 되며 영원히 추구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천은 사람들이 쉼 없이 향상하고 진보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그것은 마치 멀리서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는 미인과도 같다.
P. 133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일처리가 너무 가혹해서도 안 되며 상대를 깔봐서도 안 된다. 그들도 마땅히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공공도덕을 실천해야 한다. 타인의 사적인 일에 마음대로 관여해서도 안 되지만 공중의 행위에 대해 수수방관해서도 안 된다. 정의와 사랑에 근거해 정당하게 일처리를 해야 한다.
P.145 이 말들은 아무리 기세등등하다 해도 도가의 영향을 깊이 받았음을 숨길 수 없다. 도가의 의무론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구분이 없고 다만 ‘불평등한 것을 바로잡는’ 일에만 신경 쓸 뿐이다. 중국의 협객(俠客)들은 대부분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도가철학은 온건한 사상으로 그들이 말하는 의도 부드러운 성격의 것이다.
P.175 타인에 대한 의무는 사회적 존재의 활동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의무의 방식 또한 변화한다. 현재 중국은 대전환의 시기이다. 새로운 가정과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가 ‘새로운 의무관념’을 기초로 출현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한 발 앞서서 현재의 혼란과 논쟁을 정리·연구하고 교정·보완함으로써 고통스런 과거의 경험을 떨쳐내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책무인 것이다.
저자
셰푸야(謝扶雅, 1892-1991)
중국 근현대 시기의 철학자, 문학자, 기독교 사상가. 어려서 전통 경전 교육을 받았으며 젊은 시절 일본에서 유학했다. 후에 미국 시카고대, 하버드대 등에서 공부했으며 중국으로 돌아와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윤리학, 불교, 기독교 사상에 조예가 깊었으며 저서로는 『인생철학』, 『도덕철학』, 『중국윤리사상술요』, 『종교철학』, 『기독교와 중국사상』, 『칸트의 도덕철학』 등이 있다.
역자
한성구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 철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생태미학과 동양 철학』(공저), 『전통 인성교육이 해답이다』(공저), 『중국 6세대 영화, 삶의 진실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송나라 식탁 기행』, 『과학과 인생관』이 있다.
목차
중국 윤리사상 ABC
저 자 : 셰푸야 역 자 : 한성구 198쪽 148*212 ISBN : 978-89-6545-657-5 94190 978-89-6545-329-1(세트) 25,000원 발행일 : 2020년 5월 20일
20세기 초 중국 사상가 셰푸야가 저술한 윤리학사로, 중국 윤리사상의 기본 관념, 중국 윤리의 최고 이상, 의무론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윤리학에 관한 중국의 기존 저술은 철학과 정치학 등 다른 분야의 학설이 잡다하게 섞여 있어 순수한 윤리학 저작이라 보기 어려우며, 외국 학자가 쓴 윤리학사는 내용이 주관적이고 제각각이기 때문에 중국인에 의한 일반적이고 체계적인 중국 윤리학사의 서술이 시급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셰푸야는 근대화로 가치관의 전환을 맞는 중국 전통 윤리사상을 점검하고, 새로운 윤리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중국 윤리사상 ABC』를 저술했다.
'산지니 책 > 크리티카&총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근현대사상총서 008] 『중국문화요의』 (책소개) (0) | 2020.04.20 |
---|---|
[중국근현대사상총서 006] 『천두슈 사상선집』 (책 소개) (0) | 2017.10.26 |
[중국근현대사상총서005] 장지동의 『권학편』 (책소개) (0) | 2017.06.30 |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 『인학』, 『구유심영록』, 『과학과 인생관』, 『신중국미래기』 (책소개) (4) | 2016.02.18 |
중국 문학의 무대 위 유령의 정체 - 『배회하는 유령: 프로이트주의와 20세기 중국 문학』(책소개) (0) | 2015.05.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