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란 소설집 『사람들』  

 


   

사연 많은 사람들 곁을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뉴스 한 토막, 길 한복판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2012<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경란 소설가의 첫 소설집. 곳곳에 존재하지만 다양한 세상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소설에 담았다. 책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람들은 신문사 기자 륜이 연재한 사람들에 관한 소설이다. 이 작품 뒤에 수록된 얼후, 선샤인 뉴스, 킹덤사람들코너에 실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네 편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주변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다가가며,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소비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편한다. 이에 가정 폭력, 파괴되는 자연, 고된 노동 등 시대의 외침을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사회의 이면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내면을 다지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스쳐 지나간 사람들,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소설이라는 확대경을 통해 독자에게 여기, 사람들이 있다고 한번 봐달라며 손짓한다.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과 손짓                  

표제작 사람들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부터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인권단체의 이야기, 연변의 합창단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부장은 륜이 연재한 기사에 진실이 없다고 하지만 륜은 진실이요? 그건 역사처럼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라며 반기를 든다. 부장은 일본에 출장을 간 륜 대신 사람들 코너의 연재를 이어가야 한다. 륜이 남기고 간 컴퓨터 파일을 보면서 륜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등장인물과 독자가 함께 짚어본다

얼후는 연변의 가상 마을인 새불이 마을이야기다. 양춘과 김 단장은 서울에서 하는 아리랑 공연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일 년 동안 연변 아리랑을 연습한다. 양춘의 어머니는 어릴 때 한국을 떠났고 아버지마저 한국에 떠난 어머니를 찾으러 집을 나갔다. 새불이 마을은 고향을 등지고 한국으로 넘어가려는 탈북자들과 이를 잡으려는 북한 공안들, 유유히 연변 마을을 관광을 하러 온 관광객들로 넘친다. 양춘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연변 아리랑을 부른다.

선샤인 뉴스는 시각 장애인 치윤이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사람의 기록을 그린 소설이다. 치윤은 지난 밤 관측 사상 가장 긴 월식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디오 진행자는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데, 치윤은 그녀와 동질감을 느끼며 인터뷰 내용 중 기억 남는 문장을 점자로 새긴다. 치윤이 점자로 문장을 새기는 장면은 간절하고 섬세하게 묘사된다.

킹덤은 마다가스카르 타마타브 항구에 킹덤이라고 불리는 제련소가 세워지면서 파괴되어 가는 어촌 마을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자본주의로 인해 와해되는 어촌과 어부 대신 제련소의 노동자가 되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 공간은 저 멀리 타마바브 항구지만 내용은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다.

 

 

나와 우리 안의 폭력, 기억, 시련을 응시하다                       

그날 이후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인 금령과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리엔의 우정을 담았다. 금령은 한글을 배우면서 과거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리엔 역시 사람들이 규정한 다문화 가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살고 있으니,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말하며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소년은 알지 못했다는 여동생과 함께 폭력 아빠 밑에서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폭력을 당하면서도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와 소년. 소년은 아빠의 폭력을 답습하면서도 아빠를 향해 복수할 날만을 기다린다.

당신의 자서전은 직업이 방송국 PD가 신들린 아내를 떠나보내고 정화조 청소원으로 살았던 아빠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는 예전에 분홍돌고래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마존에 다시 가기로 결심한다. 그사이 아빠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는 아빠와 보낸 유년 시절을 떠올린다.

언덕 위의 집은 어린 아들의 기억이 담긴 집을 떠나지 못하는 늙은 아버지를 그린 소설이다. 아이가 소년으로 자라는 동안 늙은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골몰한다. 그러나 이제 소년은 떠나고 늙은 아버지만 집에 남아 소년과 함께한 날을 기억한다. 


첫문장

부장은 륜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13

륜은 들춰보던 기획안을 손에 쥔 채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부장이 동그라미를 친 단어는 대부분 사람들의 직업이었다. 륜의 기획안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었다. 환경미화원과 소방대원, 고물상과 노점상, 상인들, 택배원과 열쇠수리공 그리고 퀵서비스 기사와 같은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의 직업이 줄을 이었다. 부장은 륜이 볼 수 있도록 손이 가는 대로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P.49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한낮에도 눈을 감으면 별이 보였다. 그 옆으로 십 년 가까이 보지 못한 어머니의 얼굴과 어머니를 찾으러 한국으로 떠난 아버지의 얼굴이 나타났다. 양춘은 걸음을 멈추고 아른거리는 부모의 얼굴을 털어내듯 옷에 달라붙은 눈을 털어냈다. 눈이 떨어진 자리에 또 다른 눈이 소리 없이 양춘을 감쌌다.



사람들 

황령란 소설집


황경란 지음|224쪽| 국판 변형(125*205)|15,000원|2020년 6월 29일 
978-89-6545-069-6 03810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경란 소설가의 첫 소설집. 곳곳에 존재하지만 다양한 세상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소설에 담았다. 
작가는 주변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다가가며,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소비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편한다. 이에 가정 폭력, 파괴되는 자연, 고된 노동 등 시대의 외침을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사회의 이면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내면을 다지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스쳐 지나간 사람들,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소설이라는 확대경을 통해 독자에게 여기, 사람들이 있다고 한번 봐달라며 손짓한다.



 

 

사람들 - 10점
황경란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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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카 2020.07.10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센스가 있네요. 저 예쁜 꽃은 어디서 찍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