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지니 책/인문

『일본 이데올로기론』, 근대 일본 지성계의 사상 문제를 논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8. 26.

‘산지니’는 비평가 윤인로의 총괄 기획으로 제국 일본의 정치 혹은 통치를 이해할 수 있는 교두보로서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메이지 헌법’에서 ‘법의 궁극’까지>라는 이름의 총서를 출간했습니다. 여기서 테오-크라시는 ‘신정-정치’에 의한 정치적인 것의 인도, 조달, 조절, 관리 상태를 함축하여 표현한 가설적 격자를 의미합니다. 한동안 우리 사회는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를 나름대로 정의하려고 했습니다. 이는 우익에서 넷우익까지, 좌익에서 극좌주의까지 현대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에 기인하죠. 이번 총서는 현대 일본 사회 형성에 중요한 시기였던 위로부터의 개혁에서 패전 직전까지 일본의 시대적 고민이 담긴 텍스트를 제공하여 독자 나름의 시각으로 일본을 독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기획했습니다.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총서는 대일본제국헌법의 제정 및 해석으로부터 쇼와 10년대(1935~1944)까지 상호 접촉이 가능하고 관계화가 가능한 일본의 시대적 고민이 담긴 계사(繫絲)의 텍스트로 구성됩니다. 이에 근대 일본의 제도‧사상 발전사라는 시계열적인 순서를 따르기보다 24권의 총서 텍스트 중에서 “유일하게 유물론적인 힘의 발현 조건을 비평하고” 있는『일본 이데올로기론』(총서8)을 먼저 출간했습니다.

 

 ** 향후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총서에서는 제국 일본의 탄생과 패망 이전까지의 법과 사상적 논의를 담은 문제적 저작을 번역‧소개할 예정입니다. 

 

도사카 준(戸坂潤, 1900~1945)

▲ 사진 출처: 교토학파 아카이브(https://www.kyoto-gakuha.org/phil/phil_j_tosaka.php)

메이지 33년 도쿄 출생. 제1고등학교, 교토대 문학부 철학과, 동 대학원. 1925년 포병으로 징병되었고, 교토의 대학들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1929년 이후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매진했다. 1932년 동료들과 함께 <유물론 연구회>를 결성해 기관지 유물론 연구를 펴냈고, 3차에 걸친 『유물론전서』를 기획했다. 이 연구회 활동으로 1938년 치안유지법․특별고등경찰에 의해 검속됐으며 패전 직전까지 투옥, 도쿄 공습을 피해 나가노 형무소로 이감된 직후 영양실조로 옥사했다(1945년 8월 9일). 첫 저작 『과학방법론』 『일본 이데올로기론』을 필두로 한 일련의 이데올로기론 저작들, 『기술의 철학』 『현대 유물론 강화』 『사상과 풍속』 『세계의 일환으로서의 일본』 이외의 여러 책들을 통해 비판철학, 이데올로기 이론, 기술론, 통일적 과학론을 펼쳤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의지의 자유』(빌헬름 빈델반트, 1925) 『자연철학 원리』(임마누엘 칸트, 1928)가 있다. 사후 『도사카 준 선집』(전8권, 1946~1949) 『도사카 준 전집』(전5권, 1966~1967)이 나왔다.

 

도사카 준의 대표적인 저작인 『일본 이데올로기론』은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아 기획했으며, 파시즘화되어가는 일본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합리성과 비합리성(혹은 반합리성)을 유동하는 형태에 대하여 논했습니다. 그는 책에서 당시 문학과 문학비평에 팽배한 자유주의, 일본주의의 이론 구성에서 모순을 지적하고, 일본 마르크스주의 비판자의 논리에 반박하며 행동철학으로서 유물론의 유용함을 주장했죠. 책은 일본 자유주의, 일본주의, 파시즘의 이론 구성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일본 문학과 문학비평에 팽배한 자유주의와 철학에서 일본의 고유성과 전통을 신성시하는 일본주의가 아시아주의로 귀결되고 이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파시즘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합니다. 도사카 준은 천황제적 일본주의라는 형태로 파시즘화한 일본의 국가의 반합리주의적 퇴행과 동시에 파시즘 아래서 상식을 상실하고 있는 유약한 근대 일본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1930년대 팽창적 침략주의에 경도된 일본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도도하게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도사카 준의 주장은, 현대 일본 사회를 독해하는 저작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 텍스트입니다.


책속으로 

8장 「복고 현상의 분석」

그런 사회심리를 움직이는 논리란 결국 신비주의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 신비주의는 한편으로 비합리주의 혹은 반이성주의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탈혼奪魂(엑스터시)적이고 즉육적即肉的인 체험일 것이다. […] 가족주의적․씨족주의적․민족주의적인 경신敬神사상은 일본의 사회 속에서는 정치적 대상에 다름 아니다. 가족주의적 신비주의에서 유래하는 종교정서는 더 이상 단순히 개인의 사적인 일로 귀착하는 정서가 아니라 사회의 가족주의적 종교제도로 귀착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된다.


20장 「현대일본의 사상계와 사상가」

그것이야말로 해석의 철학, 세계를 단지 해석하는 철학이며, 무의 논리[니시다 기타로]는 그런 해석철학의 세계해석(그것이 곧 관념론적으로 사고된 ‘사상’이라는 것이다) 가운데 아마도 가장 철저한 논리조직일 것이다. 현실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처리․변경하는 일에 상응하는 긴요한 사상의 엑츄얼리티[실제성․현행성]는 빠져버린 채, 단지 그 엑츄얼리티를 포장하는 이데[이념․주의]의 질서, 의미의 질서를 설립하는 것이 그 형이상학의 특색을 이루고 있다. […] [이는] 땅위의 질서를 대신하여 그것을 천상의 질서로 처리하여 맞추는 사상의 메커니즘이기에 일반적으로 신학적인 사상이라고 이름 붙여도 무방한 것이다.


보론 「현재 눈앞의 진보와 반동이 갖는 의의」

암구호라는 것은 극히 아슬아슬한[외설스러운] 것이다. 예컨대 거국일치挙国一致라고 하면, 도 자기편味方도 그 거국일치라는 말을 암구호로 삼는다. 그러고는 어느 쪽이 진정한 거국일치인지를 두고 거국일치 쌍방비교를 시작한다. 이어 그러한 짜임새로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진보적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암구호로서의 진보는 지금 당장 누구에게도 이용될 수 있는 관념이 되고 있다.


보론 「대중의 재검토」

그 대중은 소위 무산無産정당이라는 것이 신관료나 군부적 색채를 가진 자와 결합된 것임을 상상해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무산정당 그 자체가 사회파시스트적(일종의 국가사회주의적) 준비를 갖춘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데모크라시적으로 표현되는 한에서의 그 대중이란 어쩌면 반영구적으로 그런 사정을 깨달을 기회를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 즉 그것은 결국 결정적인 시기에 다름 아닌 파스시트적 데마고기에 의해 끌려 다니게 될 대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본 이데올로기론 - 10점
도사카 준 지음, 윤인로 옮김/산지니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