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완월동… 기억되어야 할 이야기




부산 ‘완월동’은 정식 행정구역 명칭이 아니다. 일본 강점기 때에 생겨나 해방 이후 한반도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가 된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성들을 희롱하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국내 최초의 ‘공창’이자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 완월동이 폐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전주의 선미촌, 해운대 609등의 뒤를 이어 완월동이 폐쇄되면 국내 성매매 집결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완월동 여자들’은 18년 전에 만들어진, 완월동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채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단체,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공동설립자 정경숙 활동가의 이야기다. 성매매 여성, 성 구매자, 업주 등 관계자 외에는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은폐된 공간이었던 완월동에 ‘살림’의 활동가들은 ‘언니’(활동가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부르는 호칭)들을 만나기 위해 들어갔다. 업주들의 폭언과 폭행, 협박에도 활동가들은 포기하지 않고 언니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언니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 주고,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굳게 닫혀 있던 언니들의 마음도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열리게 되었다. 더 나아가 탈업소를 선택하여 일상을 회복하고자 자활을 선택하는 언니들도 생겨났다. 

성구매자와 업소 여성으로 위장하여 업소에 들어가 업주의 성매매 강요와 갈취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가 하면 업소에서 언니를 무작정 데리고 나오다가 업주에게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전국 곳곳 언니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갔고, 그 과정에서 업주들의 협박과 폭행, 폭언도 견뎌내야 했다. 또한 편파적인 공권력도 활동가들이 싸워야 할 대상이었다.

결국, 이들의 지난한 노력 끝에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성매매가 성 착취임을 많은 사람이 인식하게 되었고,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는 하나둘 폐쇄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은 기록되어야 할 이야기이다. 기억되어야 할 역사”라며 “이제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지지만 지독한 착취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했던 연대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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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월동 여자들 - 10점
정경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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