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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아시아총서

[아시아총서37]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 표상, 젠더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책소개

by 에디터날개 2020. 11. 19.

아시아총서 37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 표상, 젠더



전후 일본 대중문화의 장에서

기억되고, 표상되어 온 일본군 위안부를 읽다

일본군 위안부 표상을 통해 돌아보는

일본의 어제와 우리의 현재



‘전후 일본’ 대중문화의 장에서 ‘조선인 위안부’는 어떻게 표상되어 왔는가

1990년대 초반 피해 당사자의 증언으로부터 쟁점화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학, 국제법, 여성학, 내셔널리즘, 포스트 콜로니얼리즘이라는 다양한 학문적 시좌에서 고찰과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학문적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의 접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를 ‘전후 일본’의 기억과 표상의 영역에서 분석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부정/왜곡하는 일본사회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방식으로 인식/표상되어 왔는지 그 계보를 추적한 연구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학과 일본문화를 전공한 저자는 패전 이후 일본사회에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식으로 표상되어 왔으며 그 속에 내재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묻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근래에 일본에서 보이는 ‘위안부’=자발적 성매매여성설의 역사적 계보를 추적한다. 


어디에서부터, 무엇으로부터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표상이 만들어졌는가

일본의 패전 이후 미연합군 사령부(GHQ: General Headquarters) 산하에서 미디어 정보통제와 검열을 담당하던 민간 검열국(CCD: Civil Censorship Detachment)에 제출된 한 편의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서문이 붙어 있었다. 

이 작품을 전쟁의 기간 동안 대륙의 벽지에 배치되어 일본군 하급 병사들의 위안을 위해, 일본여성이 공포와 멸시로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던 여러 최전선에서 정신하며 그 청춘과 육체를 바쳐 스러져 간 수만의 조선낭자군에게 바친다.

이 책은 이 서문의 문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검열에서 전체 공표불가 판정을 받은 이 소설 「춘부전(春婦伝)」이다. 소설의 작가 다무라 다이지로(田村泰次郎)는 일본의 ‘전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소설 「춘부전」은 일본에서 1947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연극,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약 20여 년에 걸쳐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며 ‘일본군 위안부’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다. 「춘부전」에 등장하는 하루미는 피식민지 조선인 여성으로 자발적으로 전장으로 향해 일본군에게 성적 ‘위안’을 제공한 존재이자, 열정적으로 일본군 병사를 사랑하여 그와 함께 죽는 인물이다. 여기서 표현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상은 1990년대 후반 일본사회에서 나타나는 왜곡/비하된 ‘위안부’ 상과 동일선상에 위치한다.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의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전쟁/기억/젠더

전후 일본 대중문화의 장에서 ‘에로틱한 타자’로 표상되는 ‘조선인 위안부’는 전쟁책임과 전후처리의 과정을 누락한 채 구축된 산물이다. ‘전후’의 사상적, 정치적 기반 위에 구축된 현재의 일본에서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왜곡과 비하가 다시금 부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춘부전」의 ‘조선인 위안부’ 표상에 변용이 가해지고 이에 대한 자성적 움직임이 포착되는 1960년대까지를 논의의 대상에 포함한다. 1960년대에 중후반 일본 영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 ⟪일본춘가고(日本春歌考)⟫에 ‘조선인 위안부’가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인 위안부’ 표상은 제국주의적 폭력과 연계되는 성적 폭력에 대한 비판적 기제이자 장치이다. 오시마의 영화 속 ‘조선인 위안부’ 표상이 가지는 의미와 문제점은 2005년의 영화 ⟪박치기(バッチギ!)⟫와 비교분석을 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남성주체 중심의 담론을 넘어서 여성폭력 전반의 문제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다

소설 「춘부전」에서 시작된 논의는 패전 직후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일본의 미술작품, 영화 ⟪박치기⟫ 속 재일조선인으로 담론의 외연을 확장해 간다. 그리고 한국의 ‘평화의 비’=소녀상으로 눈을 돌린다. 저자가 담론의 범위를 한국으로까지 넓히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단순히 일본의 전쟁기억과 표상의 관점에서 식민지 지배와 폭력의 문제로만 회수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는 여성의 성과 젠더를 둘러싼 폭력과 지배, 정치라는 문맥이 존재하며, 따라서 피해국-가해국의 구도에서 벗어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내 영화 ⟪귀향⟫에 나타난 ‘위안부’=소녀이야기의 한계를 지적하며,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 두 국가 간의 문제로 이해하는 편협한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남성주체 중심의 담론의 틀을 부수고 여성폭력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속으로                                                                                             P. 17   이처럼 「춘부전」은 ‘조선인 위안부’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녀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으로서 전후 일본 최초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작품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한편 그 출판/영화화/리메이크의 과정은 ‘위안부’ 표상을 둘러싸고 당시 일본의 미연합군 주둔이라는 특수한 상황, 그로 인한 표상의 변용과 굴절,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의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전쟁/기억/젠더를 둘러싼 정치학이 가시화되는 지점으로 주목할 만하다.

p. 50   패전 직후인 1947년 발표된 전전과 전후 사회의 최하층 여성을 표상한 이들 작품이 영화화되기까지 이들은 모두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의 장인 연극무대를 통해 관객과 소통, 그들의 욕망을 흡수하며 원작의 내용을 변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대/스크린을 통해 투영되는 전후 일본의 대중적 욕망의 양태이며, 패전 직후라는 당시의 시대적 컨텍스트를 고려할 때 이 대중적 욕망은 전쟁에서 패배한 남성 주체의 전쟁을 둘러싼 기억과 욕망, 그리고 젠더관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P. 157   그렇다면 제국주의 폭력의 산물이자 젠더적 폭력의 양태인 ‘위안부’ 문제에 있어 그녀들의 사랑=연애가 가해국과 피해국 양국에서 형상화되며 대중적 욕망을 투영하는 지점이 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는 ‘위안부’가 피해자를 여성으로 하는 성적/젠더적 폭력이고 여성이라는 성/젠더에 이미 남성의 연애/성적 대상이라는 의미, 나아가 여성의 성과 신체를 남성의 소유로 상정하는 인식구조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의 성과 연애를 그린 이들 작품 모두에는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욕망이 투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을 남성의 성적/연애 대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남성적 시선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선 안에서 정작 당사자인 피해자 여성의 말할 수 없는 상태의 의미는 간과될 수밖에 없다. 그녀들의 봉인된 기억=부정의 역사를 둘러싸고 여러 형태의 남성적 욕망이 개입하는 미디어로서 ‘위안부’를 응시할 필요가 있다.

P. 267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여성=민족의 무고함을 강조하는 형태로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가치기준에 편입하는 형태가 아닌, ‘위안부’라는 역사적이고 젠더적 폭력을 그 근간에서부터 비판할 수 있는, 즉 남성 중심의 폭력의 논리가 정당화되어 온 현재에 대한 비판적 시좌가 필수불가결하다. ‘위안부’ 문제가 ‘소녀’가 아닌 여성폭력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자소개                                                                                                  최은수

일본의 메이지대학(明治大学)을 졸업하고 전남대 일어일문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일본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오사카대학 대학원(大阪大学文学研究科)에서 일본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일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표방하는 ‘민족’을 젠더를 매개로 하는 탈구축주의적 관점에서 해체하고자 시도한 박사논문 이후, 일본의 ‘전후’를 중심으로 하는 기억/표상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에 관해 연구 중이다. 오사카대학, 일본 학술진흥재단의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로 있다.


목차                                                                                                       서문

제1장 전후 일본의 ‘조선인 위안부’ 표상, 그 변용과 굴절

「춘부전(春婦伝)」의 출판/영화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표상/젠더

제2장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와 남성주체의 욕망

다무라 다이지로(田村泰次郎)의 「육체의 문(肉体の門)」과 「춘부전(春婦伝)」을 중심으로

제3장 리샹란(李香蘭)과 이민족 간 국제연애, 식민주의적 욕망

여배우의 페르소나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표상

제4장 타자화된 여성들, 일본 영화 속 ‘조선인 위안부’ 표상

오하루(お春)와 쓰유코(つゆ子)의 사이에서

제5장 ‘조선인 위안부’의 연애=사랑을 둘러싼 정치

식민주의적/민족적 욕망의 미디어로서의 ‘위안부’

제6장 전후 일본 미술계의 ‘위안부’ 표상

전중세대의 ‘번민’에 주목하여

제7장 노래를 둘러싼 공감의 정치: ‘조선인 위안부’의 현재에 대한 일고찰 

영화 《일본춘가고(日本春歌考)》와 《박치기(バッチギ!)》를 중심으로

제8장 ‘위안부’=‘소녀’상과 젠더

‘평화의 비’를 중심으로

제9장 ‘위안부’=소녀이야기와 국민적 기억

영화 《귀향》에 주목하여


참고문헌

찾아보기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 표상, 젠더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최은수 지음|288쪽| 148*225|25,000원|2020년 10월 31일 

978-89-6545-676-6 94300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부정/왜곡하는 일본사회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방식으로 인식/표상되어 왔는지 그 계보를 추적한 연구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학과 일본문화를 전공한 저자는 패전 이후 일본사회에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식으로 표상되어 왔으며 그 속에 내재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묻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근래에 일본에서 보이는 ‘위안부’=자발적 성매매여성설의 역사적 계보를 추적한다.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 10점
최은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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