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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아시아총서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책 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0. 22.

아시아총서 41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 대항해시대 이베리아 세력의 그림자

그곳엔 일본인 노예가 있었다

15세기,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포문을 연 서구열강의 대항해시대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도달로 박차를 가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 남단을 통해 아시아로 가는 항로의 개척과 세계일주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에 큰 족적을 남긴 지리상의 사건들은 기존의 세계 질서를 새롭게 개편했다. 그러나 이 눈부신 모험 뒤에 제국주의와 같은 거대한 그림자가 있음을 오늘날의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는 그 그림자 속에서도 대중에게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아시아인 노예의 인신매매, 특히 일본인 노예의 존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아시아에서 일어난 국제적 인신매매는 과연 어떤 것이었나. 저자 루시오 데 소우사는 지금껏 이에 대한 실증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했음을 인식하고 역사적 사료에 근거해 그들의 족적을 좇는다. 노예가 되어 유럽인에 의해 세례를 받고 타지에서 살아간 사람들은 어떤 사연에 얽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 속 새로운 마이너리티를 인식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 16세기 말 세 명의 일본인 '노예'가 멕시코로 건너갔다

2010년, 마카오와 나가사키, 마닐라를 전전하며 살았던 유대인 페레스 일가의 이단 심문 재판기록 속에서 세 명의 일본인 노예가 멕시코로 건너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가 발견되었다. 이 사료는 전국시대 일본 내에서 노예가 된 사람이 포르투갈인에 의해 해외로 보내졌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16세기의 유대계 포르투갈인이 나가사키에 거주했던 이유는 무엇이며 일본인을 노예로 삼아 동행하게 된 서사는 무엇일까?

저자는 서장에서 종교 박해에 의한 페레스 일가의 도피 생활과 그에 동반한 일본인 노예 가스팔 헤르난데스 하폰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노예가 되어 중간 상인에 팔려 간 일본인이 주인을 따라 아시아 각지를 전전하고 끝내 멕시코의 이단심문소에서 자유를 외치기까지의 스토리를 통해 중세 아시아인 노예무역의 시대적 배경과 그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다.

 

▶ 아시아·아메리카 대륙·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흔적

노예의 이름은 잘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존재하는 기록 또한 적다. 이 책은 일본인 노예의 존재가 드러나는 귀중한 1차 사료들을 구석구석 소개한다. 아시아에서는 마카오, 필리핀, 인도의 고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멕시코, 페루, 아르헨티나, 유럽에서는 포르투갈, 스페인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발견되는 각 사례를 훑어보면 ‘노예’라는 단편적인 이미지가 아닌 구체적이고 다양한 삶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노예가 되었는가? 전쟁포로 혹은 납치에 의해 한순간 인생이 뒤바뀌기도 했고 가족에 의해 자식들이 팔려나가기도 했으며 어떠한 희망을 품은 스스로의 결정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떤 노예가 되었는가? 아시아 노예들은 흔히 가사노예에 적합하다고 여겨졌으며 그 외에도 하급 선원, 용병, 교회의 종복, 전문기술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종사했다. 또한 그들의 인생은 봉공하는 주인에 따라서도 굉장히 양상을 달리한다. 노예의 수는 필시 귀족들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우리는 실존했던 다양한 삶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그곳엔 조선인도 있었다

서장에서 소개한 페레스 일가의 도망사에는 사실 ‘조선인’ 노예 또한 등장한다. 일본인 노예가 세계를 전전하던 시기, 어쩌면 당연하게도 조선인 또한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나가사키에서 거래된 비일본인 노예 중 수적으로 가장 많았던 것도 조선인이라고 한다. 이 시기 조선인은 어떠한 경로로 노예가 되어 팔려나갔을까.

일본의 전국시대가 종언되고, 연이어 일어난 임진왜란으로 많은 조선인들이 생포되어 일본으로 끌려갔다. 전국시대 내전으로 넘쳐나던 포로의 자리가 조선인으로 대체된 것이다. 우리 역시 이들의 숨겨진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16세기 말 일본에 온 피렌체 상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는 일본 시장에서 본 조선인 노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연령대의 남성, 여성들이 수많은 노예로 몰려왔다. 그중에는 아름다운 여인들도 있었다. 누구나 아주 싼값에 팔렸고 나 자신도 다섯 명의 노예를 겨우 12에스쿠드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3장 유럽」 중에서

 

▶ 여전히 배제되는 현대판 노예

노예의 역사는 언제나 비주류였다. 지금에서야 그들의 피상적인 모습만이 아닌 깊숙한 내면에 빛을 비추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동시에 이 시대의 노예들도 다시 비주류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우리는 또 현재의 노예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소위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지역의 노동자들과 외화벌이를 위해 선진국에 나왔지만 보호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만 있는 것에 가깝다. 이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되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노예제와 노예무역에 관한 본질을 여러 방향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할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책속으로

P. 35 필자는 수년 전 큰 규모의 국제학술회의에서 포르투갈인에 의한 일본인의 인신매매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대항해시대의 아시아 해역사를 전문으로 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연구자로부터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날조가 아닌가”라는 발언을 들었다. 이러한 무지는 이 문제를 동시대 사료에 기초한 실증적이면서 동시에 체계적인 연구가 결여돼 왔던 데에서 기인한다.

P. 100 다수는 범죄자나 채무, 빈곤 등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자들이었다. 해외 도항을 원했던 일본인에게 마카오가 천금과 같은 기회를 주는 곳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노예 구매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P. 161 당시 가톨릭 교회는 일종의 원칙에 따라서 노예의 사용을 합법으로 간주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정의로운 전쟁(justi belli/guerra justa)과 정의롭지 못한 전쟁(guerra injusta)의 구별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규정은 권력자에 의해서 그 입맛에 맞게 해석되었는데 전제가 ‘정전(正戰)’에서 포로가 된 자는 프란치스코의 계약서에 기재된 것처럼 노예의 신분으로 취급되는 것이 허락되었다.

P. 209 원칙적으로 유기계약의 노예들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자유민이 될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많은 일본인이 유기계약 증서를 가지고 있었지만, 소유자의 상인들은 그 법적 유효성을 무시하고 종신 노예로 그들을 다른 사람에게 되팔고는 했다.

P. 239 그런데도 그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사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의 역사 연구에서 거의 살펴볼 기회가 없었던 존재인 그들의 일상의 기쁨이나 슬픔이 조금이라도 후세 사람들에게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가깝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역자 소개

루시오 데 소우사 ルシオ·デ·ソウザ

1978년 포르투갈에서 출생했다. 포르투대학 인문학부 대학원 박사과정(아시아학)을 수료했다. 도쿄외국어대학 특임 준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 The Portuguese Slave Trade in Early Modern Japan: Merchants, Jesuits and Japanese, Chinese, and Korean Slaves (Brill, 2019) 등이 있다.

 

오카 미호코 岡 美穗子

1974년 일본 고베시에서 출생했다. 교토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인간환경학)을 수료했다. 도쿄대학 사료편찬소 준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은 중근세 이행기 대외관계사, 그리스도교사이다. 저서로 The Namban Trade: Merchants and Missionaries in 16th and 17th Century Japan (Brill, 2021) 등이 있다.

 

신주현 옮김

1980년 수원 출생이다. 연세대학교 사학과 학·석사, 美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근세사(명청) 전공이며,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연세글로벌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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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술에 앞서

 

서장 교차하는 디아스포라-일본인 노예와 개종한 유대인 상인의 이야기

 

제1장 아시아

-마카오

-필리핀

-고아

제2장 스페인령 중남미 지역

-멕시코

-페루

-아르헨티나

제3장 유럽

-포르투갈

-스페인

 

보론 예수회와 노예무역

-나가사키의 노예 시장

-임진왜란

-나가사키의 아프리카인 노예

 

맺음말

증보판 에필로그

후기

증보판 후기

역자 후기

 

참고문헌

 

 

 

 

 

 

루시오 데 소우사, 오카 미호코 지음ㅣ신주현 번역ㅣ280쪽ㅣ
150*220ㅣ9788965457466 03900ㅣ20,000원ㅣ2021년 10월 15일

급변하는 현대의 세계정세 흐름을 현실주의와 지정학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외교관이자 지정학자인 저자 아이만 라쉬단 웡은 세상의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 ‘권력, 지리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변수에 기초한 세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국가 간의 갈등과 협력의 원인을 사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말레이시아 국적의 지정학 연구자라는 사실에는 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지정학과 국제 관계는 대개 서구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제3세계의 시각으로 세계정세를 분석한다. 이는 독자에게 기존의 논의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기회를 선사한다.




 

 

 

 

구매처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전국시대의 일본 국내에 노예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했고 이들을 포르투갈인이 해외로 끌고 나갔던 사실이 알려졌다. 3명의 일본인 노예가 멕시코로 건너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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