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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에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서평이 게재되었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5. 26.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서재] 꾸밈없이 수수하게 풀어낸 시인의 일상

전희식/농부. 마음치유농장 대표

 

30년 작가 생활 중 첫 수상록
당도한 삶의 이정표 드러내며
신성 향한 시인의 시선 돋보여

생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박두규. 산지니. 2017. 3. 1만3000원)

오늘, 비 온 뒤에 햇빛을 받은 풀잎이 싱그럽다. 밤사이에 새하얗게 꽃망울이 터진 찔레꽃. 봉곳봉곳하게 부풀어 오른 개망초 꽃망울들. 꾸밈없이 꾸며진 5월의 산천은 온통 한 편의 시다. 시심이 절로 난다.

대자연처럼 꾸밈없이 사는 시인들의 시가 떠오른다. 시를 읽고 감동했으면 절대 그 시인을 만나지는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시인들은 예외다. 시처럼 감동을 주며 살아가는 시인들이라 그렇다.

<생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의 부제는 ‘외로운 당신에게 건네는 생명의 메시지’다. 한
편 한 편 그의 글은 외로움을 떨치고 생명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시인 박두규가 그의 30년 작가 생활에서 처음으로 내는 수상록이다. 시어로 담지 않았던 일상을 풀어쓴 이 책에는 그의 주변 인물들이 개성 있게 등장한다. 빛바랜 흑백사진 같은 60년대 풍경도 있다. 시의 자양분인 자연과 사회관계가 실핏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 자전거는 손수건으로 싼 도시락이 매달려 달그락대고, 술도가 배달꾼 춘풍 어른 짐바리 자전거에서는 술 냄새가 풍겼다. 조합장 아들 빨간 세발자전거는 또래 친구들을 꼼짝 못 하게 했다(89쪽 요약). 자전거 한 대, 리어커 한 대가 시골에서는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 이야기다.

나도 잘 아는 고 박영근 시인과의 일화는 박영근 시인의 풍모를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소환한다. 가난, 풍류, 대 자유, 노동자 문학으로 상징되는 박영근의 죽음은 ‘한 시대의 퇴장’이라고 불렸다. 박두규는 그와의 일화를 ‘시인의 전화’에 담았다. “…지금도 갈 곳이 없다는 시인의 말은… 슬픔의 그림자까지 따라온다.”전교조 활동가였던 박두규는 여순사건시민연대와 한국작가회의 이사,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등 문학의 사회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제도나 시스템의 개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시집의 마지막 장인 제3장 ‘내 안의 신성, 오직 그대뿐’은 시인이 당도한 삶의 이정표를 잘 드러내고 있다.

30년, 40년을 감옥에서 산 한국의 장기수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시인의 소회를 보자. 시인은 그 흔한 독재정권, 인간승리, 양심 등을 거론하지 않는다.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모습에서 관대함과 겸손함과 고마움과 부드러움이 돋보였다고 기록한다. 그것이 혹독한 수감생활과 전향 공작 고문을 이겨 낸 힘이 아닐까 싶다(143-146쪽). 인도의 ‘부단 운동’ 선구자 비노바 바베에 대한 회상도 같은 맥락이다.

책에는 나랑 같이 한 달을 남미 여러 나라를 다녔던 명상여행 이야기도 있어 더 반가웠다. ‘남미에서의 바바남케발람’이 그것이다. 현지 음식 한 끼, 술 한 방울 안 먹고 수행자가 되어 한 외국 여행은 아마도 외국 여행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시인의 시선이 확실하게 신성을 향해 있다는 흔적들로 보인다.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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