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불안한 삶을 견디게 하는 ‘작은 위로’

소설가 서정아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을 낸 소설가 서정아는 “저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를 전달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경현 기자 view@

 

단단한 문장과 섬세한 감성

‘허약한 우리들 삶’ 문제 제기

상처와 균열의 통찰로 이끌어

소설가 서정아(42)의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산지니)은 단단한 문장과 섬세한 감성으로 허약한 우리 삶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그 문제제기의 깊은 뜻을 “삶을 견디게 하는 작은 위로”라고 말한다.

소설집의 주된 정서는 ‘불안’이다. 그것은 삶의 기초인 가족관계에서 비롯하는 상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위치, 생활 속의 누적된 균열과 뜻하지 않은 사소한 일에서 연유한다. 상처 불안 균열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를 흔드는데 그의 소설은, 아마도, 우리 시대의 삶이 그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통찰로 이끄는 거 같다. 삶의 흔들리는 안쪽을 마저 보여주는 것을 통해 위로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는 실존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쓸쓸하고 불안하다.’ 그것을 일깨우는 그의 소설은 요컨대 독자로 하여금 쓸쓸해지고 불안해지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깊이 통찰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작은 위로’의 역설일 것이다.

‘양의 울음’은 ‘혈연은 숭고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았다’(161쪽)라는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면서 만난 ‘휴고’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프랑스에 입양된 ‘버려진 아이’였다. 그가 친어머니를 찾겠다고 한국에 온 것이다. 그러나 ‘윤’은 부모의 이혼과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통해 혈연이 근원적 갈망의 대상만은 아니라는 걸 체험적으로 안다. 휴고는 3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친모의 행방을 찾았으나 그 친모는 휴고를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 쓸쓸히 한국을 떠나는 휴고를 보면서 윤은 자신에게도 일종의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쓰는 동안 자주 아팠다. 마음에서 비롯된 문제는 쉽게 몸으로 옮겨갔다. 온갖 약들에 의존하며 겨우 버텨냈던 불면의 밤을, 나는 글쓰기를 통해 위로받았다.” 그 위로가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겠다.

 

 

‘한 겹의 세계’에서의 등장인물 네 명은 성당 동기로 변변치 못한 젊은이들이다. 각각 고깃집 서빙, 택배 일, 방수업체 현장 일을 하는데 서빙을 하다가 손님에게 모욕을 당하거나 좌충우돌하는 젊음과 성 소수자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그중 괜찮은 하나는 학교 행정실 공무원이다. 그 공무원은, 자식에게 버림받고 돈 없고 몸이 아파 삶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자살한 어머니의 빚에 시달리는 신세다. 그들은 신에게 구원받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의 삶을 구원하는 것이 더 급하다. 우리는 그렇게 막막하게, 스스로 헤쳐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씁쓸한 현실, 가족 관계의 아이러니,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을 잘 표현한 단편이 표제작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이다. 4명의 재결합 가족이 대만 가오슝에 여름휴가 여행을 가서 겪는 사건이다. 서걱거리는 재결합 가족의 관계 속에서 오후 늦게 어렵게 찾아간 외진 동물원에서 카메라 렌즈를 깨먹고, 아이는 떼를 쓰고, 하마 우리에는 하마가 없고, 부모 없이 같이 자란 언니는 한국서 돈을 빌려 달라고 자꾸 전화질을 해대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야생 원숭이들까지 무섭게 다가오면서 여자는 소스라치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불현듯 크게 소리 내어 울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오후 네 시, 그 나른하고 어찌할 수 없는 황망한 정서가 표현돼 있다.

‘어딘지도 모르고’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아침은 느리게 온다’라고 돼 있는 단편 제목들 자체가 이미 작품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40대 초반의 소설가는 그가 쓴 이야기들의 정서를 살아왔다고 했다. 그런 삶을 글쓰기로 위로 받았고, 그래서 글을 계속 쓸 것이라고 한다. 그가 글쓰기를 통해 길어올린 위로가 작게나마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작은 무엇’일 뿐인 소설의 이름으로 말이다.

그는 2004년 25세 때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2014년 첫 소설집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를 냈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출처: 부산일보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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