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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비평지 문학사상

이중기 시인과 영천을 만나다. :: <문학/사상> 라이브 북토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4. 4.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지난 목요일인 331, 산지니X공간에서 진행되었던 시집 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의 저자인 이중기 시인과 함께 한 <문학/사상> 북토크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고자 합니다.

 

시집 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는 산지니시인선 18번으로 출간된 작품이며, 이중기 시인께서 거주하고 계신 농촌의 현실과, 과거 경북 영천에서 일어났던 10월 항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시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인의 이야기로 구성된 1부와, 영천성당 신부였던 루이 델랑드의 일기를 발췌첨삭재구성하여 지은 3부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토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과 이중기 시인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시인에 대해 짧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중기 시인의 이전 작품 활동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이중기

195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1992년 시집 『식민지 농민』을 펴내고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시집으로 『숨어서 피는 꽃』, 『밥상 위의 안부』, 『다시 격문을 쓴다』, 『오래된 책』, 『시월』, 『영천아리랑』,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가 있으며, 연구서 『방랑자 백신애 추적보고서』와 『원본 백신애 전집』(편저)이 있다.

 

이제 이중기 시인과 함께 한 <문학/사상> 북토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배본일이 북토크 당일이었기에 북토크에 참여하신 이중기 시인, 구모룡 편집인, 사회를 맡으신 김만석 편집위원님 모두 실물도서를 처음 접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북토크에서는 시집 내용에 대한 독서토론이 아닌 시인과 함께 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만석 편집위원님: 저는 이 시집 제목을 보고 나서, 이 제목이 암시하는 바가 다층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이 제목이 시 자체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시인께서 어쩌면 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짓듯이작업을 하고 계신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혹시 제목에 대해서 작가께서 해 주실 이야기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이중기 시인: 3부에 있는 이야기들은 프랑스 출신의 선교사 일기를 읽고, 제가 영천과 관련된 부분을 발췌첨삭각색해서 운문 형태로 만든 건데... 거기에 보면 194610월 항쟁이 터졌을 때, 죽은 경찰의 아내가 옷을 가지고 와서 밤에 그 정녀들이 죽은 사람들이 입고 가는 수의를 짓는 걸 (묘사한) 시인데요. 이것을 제목으로 정하기 전에 고민을 좀 해봤습니다. 이 수녀들이 죽은 경찰의 옷을 만들었다는 그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다고 보고요. (중략) 대구에서 경찰들이 몰려와서 토벌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되고... 그 전에 당시 조선공산당과 농민조합 사람들이 경찰들을 보복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들이 그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영천 성당 수녀들이 경찰 수의를 지었다는 부분이 (그러한 내용을) 함축하는 의미 때문에 그렇게 제목을 지은 것 같습니다.

 

시인께서 시집 제목의 의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셔서, 그것을 바탕으로 시를 읽으니 당시 10월 항쟁이 일어났던 영천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스레 10월 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그 진실,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찾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구모룡 편집인께서는 44페이지 「서정시에 대한 경고」에 대해 언급해주셨고, 김만석 편집위원님께서 시를 낭독해주셨습니다.

서정시에 대한 경고

파락호들 음풍농월인가 아편 태우는 냄새가 난다

세찬 물살 거슬러 갈 지느러미 아예 없다

보리밭 차고 올라 하늘에 닿던 노고지리 근성 어디 갔나

큰 나라 경영했던 고구려 이후

울분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문장 왜 없었겠냐만

「절정」과 「마쓰이 오장 송가」가 한 시대 문장이었던 때가 있었다

변방에서 소월 백석 동주 홀로 쓸쓸했으나 드높아 휘영청 했거늘

미문의 예교주의자들 문어체로 쓴 호화양장 한국문학사 백년

저기, 불 꺼진 저항시발전소가 거미줄에 감겨 있다

이후, 나는 불화살 과녁이 되어도 좋다


- 『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 中 「서정시에 대한 경고」 (P.44) -

 

구모룡 편집인께서는 해당 시가 미문의 예교주의자’, ‘문어체에 대한 거부를 넘어 지배 계급에 대한 거부, 그리고 오늘날 잘난 체하는 서정시인에 대해 비판하는 메시지를 잘 담아내었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북토크를 본 대중과 차후 이 시집을 읽을 독자분들이 시를 더욱 잘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상 이중기 시인과 함께 한 <문학/사상> 북토크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드렸습니다!

북토크의 일부분을 전달해드렸지만, 산지니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있는 풀버전을 보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시면서 이중기 시인의 이야기와 영천의 역사, 10월 항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시길 바랍니다.

 

풀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ZtOewp1-b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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