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5호
_로컬의 방법
책 소개
▶ 『문학/사상』 5호 출간
로컬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방법(들)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환경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뒤흔든다. <문학/사상> 5호가 ‘로컬의 방법’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시선에서 로컬을 바라본다. 로컬은 서울과 지방이라는 지극히 익숙하고 단순한 이분법적 심상 지리에 의해 지방과 동일시되곤 한다. 그러나 로컬과 지방은 다르다. 로컬을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이고 자발적인 삶의 영역이라 인식한다면, 주변만이 아닌 중심부에 자리한 로컬과 로컬 속에서 생동하는 인간의 서사를 확인할 수 있다. 로컬은 멀리 있지 않다. 삶의 가장 가까운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문학/사상> 5호는 이러한 삶의 영역으로서의 로컬에 대해 이야기하고, 로컬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내며 로컬의 방법들을 다채롭게 드러내고 있다.
▶ 삶의 영역으로서 로컬을 바라보다
구모룡은 특집 Π비판-비평「소설이 로컬을 말하는 방법(들)」에서 로컬의 감각, 로컬의 위상학, 비판적 로컬주의, 트랜스 로컬 등의 방법을 조갑상, 이상섭, 김중미, 김연수, 이민정, 반수연, 이인휘, 박솔뫼 등의 소설을 통하여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김대성은 소설 속 인물이 남긴 동선을 상상하며 지역을 걸어보는 <탐정-문학-산책>의 프로그램 경험을 이야기한다. 박솔뫼, 김비, 이정임 등의 작가와 함께 “익숙한 길을 생소하게 걸어봄으로써 일상 속에 우연성을 열어두는 문학적 모험”을 일삼으며 초량을 탐색한다.
김서라는 1989년 일어난 전남방직여성노동자항쟁에 대해 이야기하며 <2021 여성노동항쟁사: 아직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 프로젝트 연구를 바탕으로 당시 여성노동자의 구술을 풀어낸다. 역사의 귀퉁이에 남아 있는 여성노동자의 사건을 톺아나가며 흔적을 좇는 과정은 해당 사건의 외연을 확대해 나간다.
윤인로는 Ⅹ현장-비평 「오늘의 아나키+폴리차이」에서 페스트와 역병에 의해 추동되고 있는 죽음의 공포 위에 자리한 실재적·실질적 집행권력에 주목한다. 그는 “폴리차이”라는 누적적 지배권력의 출현을 확인함으로써, 그 잠재성을 더욱더 집요하게 추적하는 권력의 원리들을 드러낸다.
최말순은 ∬동아시아 「대만작가들의 식민지 기억과 치유」를 통해 식민지배 속에서 제한된 정치적 담론의 한계를 돌파한 매개로서의 대만 문학을 조명한다. 그는 식민지배 속에서 대만 작가들의 행보와 작품 세계를 분석하며 식민지 경험이 가져온 상흔을 문학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정찬혁은 ∝이론에서 마샤 샐라즈키나, 엔리케 쿠티에레즈의 「아마추어 영화 역사들과 문화들에 대한 지구적 관점들: 들어가며」를 번역하며 영화학을 지배하는 전통적 역사관을 벗어나 아마추어 영화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지구적 관점을 제안한다. 국가의 억압이나 자본의 잠식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생산된 아마추어 영화들은 기존의 영화 이론이나 학제적 담론을 벗어나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 로컬에 드리워진 긴장을 정향하는 작품들
<문학/사상> 5호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문학 작품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Σ시에서는 성윤석 유희경, 이중기 시인의 시 6편을 수록하여 다종다양한 목소리들을 드러낸다. 새롭게 선보이는 문학 작품들은 <문학/사상>의 첫 챕터에 수록되어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공간을 도달하고, “까닭 없이 조용하고”, 조금은 “쓸쓸”하더라도 그 선로를 비틀지 않고 환해지는 곳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소설에서는 정미형 소설가의 「풀의 정원에서」를 수록하여 일상에 자리한 죽음에 대한 예감을 우영의 시선과 과거 사건을 통해 들여다본다.
∞쟁점-서평에서는 4개의 작품을 통해 로컬에 드리워진 긴장을 정향해 나갈 수 있는 다종다양한 출구를 궁구한다.
정광모 소설가는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 『뿌리』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으며 새로운 순환으로 나아간 인물들을 이야기한다. 세 인물은 각자의 삶 속에서 부유하고 뻗어나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직조하고, 새로운 인식과 지평으로 나아간다.
김만석은 임성용의 시집 『흐린 저녁의 말들』을 통해 “변화한, 그리고 변하지 못하는 노동의 살풍경과 동시대 삶의 진창 그리고 유년의 죽음들”에 주목한다. 또한 시집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한 빈 공백을 “노동자의 숨결”이라 정의하며 작품을 분석해 나간다.
홍순연은 티모시 비틀리의 『블루 어바니즘』을 이야기하며 도시와 바다를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도시를 소개한다. 그리고 매력적인 바다 도시가 지닌 고유성에 대한 이야기와 공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태도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이우창은 홍정완의『한국 사회과학의 기원』이 “미국의 근대화 이론이 본격적으로 수용되기 이전의 사회과학 문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담론을 살피고 그것들이 한국전쟁 이후 변화하는 궤적”을 구체화하는 연구 과정을 살펴보며 해당 도서의 성과와 이후의 연구가 나아갈 길을 되짚는다.
첫 문장
예감에 시달리는 계절이다.
책 속으로
단일한 하나의 로컬리티는 없다. 신체와 가족 그리고 사회적 경험이 다른 개인이 통합된 로컬리티를 견지한다는 가정은 틀리기 쉽다. 그러함에도 소속감이나 특정 장소에 대한 애착은 로컬의 구성원에게 정체성으로 작동한다. 외부와 내부를 구획하는 경계가 실행하며 심한 경우 외부에 배타적인 경향을 띠기도 한다. _구모룡, 「소설이 로컬을 말하는 방법(들)」
소설의 한 대목을 지도 삼아 낯선 이들과 반나절을 함께 걸었던 <탐정-문학-산책>이라는 걷기 프로그램은 익숙한 길을 생소하게 걸어봄으로써 일상 속에 우연성을 열어두는 문학적 모험의 일환이자 지역을 다른 방식으로 탐험해보는 것이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행동의 결과나 눈에 보이는 것, 인식되는 것과 같이 제도로 결박된 것을 기록하는 것을 아카이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걸으면서 조우한 것과 소통하고, 새로 생성되거나 확장된 기억과 사유 또한 중요한 아카이브 대상이다. _김대성, 「탈락한 아카이브」
5·18의 여파가 민주노동조합에 대한 요구에까지 퍼졌던 것은 저항의 역사로서 기릴 만한 일이지만, 지금에 이르러 5월은 민주화운동으로서 국가적으로 기념되고 제도화되기에 이르렀다. 민주주의의 자리와 용어를 배치하는 지배적 담론이 단단한 지형을 형성한 지금, 지형 바깥과 구석으로 밀려난 말들을 다시 비추어내는 작업들이 요구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노동운동의 역사에 채 기입되지 못한 여성노동자들의 말들을 꺼내보는 작업들일 것이다. 전방여성노동자항쟁은 7월 노동자 대투쟁의 여파가 광주에까지 밀어닥쳤을 때, 민주노조 설립이라는 지배적 담론의 흐름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_김서라 「바깥과 구석의 항쟁들: 1989 전남방직여성노동자항쟁」
편집위원 소개
구모룡 편집인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폐허의 푸른빛』 등의 저서가 있다.
윤인로 편집주간
『신정-정치』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을 지었고, 『이단론 단편: 주술제의적 정통성 비판』 『국가와 종교』 『파스칼의 인간 연구』 『선(善)의 연구』 『일본 이데올로기론』 『일본헌법 9조와 비폭력』 『정전(正戰)과 내전』 『유동론(遊動論)』 『세계사의 실험』(공역) 『윤리 21』(공역) 『사상적 지진』 등을 옮겼다.
김만석 편집위원
역사적 ‘바다’와 ‘해안선’, ‘군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혁명, 항쟁, 봉기들을 가시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서라 편집위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철학)을 수료했다. 광주·전남 일간지 <광남일보>에서 2021년 미술평론에 당선되었다. 광주의 예술가, 연구자들이 모인 '광주모더니즘' 연구공동체 일원이자, 광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여성연구자. 공간정치와 지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광주모더니즘 안에서 멤버들에 기대어가며 겨우 지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배워가고 있다.
목차
≡ 『문학/사상』 5호를 내며
Σ 시
「겨울 경제」, 「기후 행동」_성윤석 시인
「이야기-“반복이 아닌 반복 이전에 반복 없이 존재하는 반복의 기원 같은 것”」, 「이야기-한밤의 택시」_유희경 시인
「고속도로 농민대회」, 「여론 뒤집기 한판 승부」_이중기 시인
Π 비판-비평
소설이 로컬을 말하는 방법(들)_구모룡 문학평론가
탈락한 아카이브_김대성 문학평론가
바깥과 구석의 항쟁들 : 1989 전남방직여성노동자항쟁
번외 : <2021 여성노동항쟁사 : 아직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_김서라 광주 모더니즘, 미술평론가
∮ 소설
풀의 정원에서_정미형 소설가
Ⅹ 현장-비평
오늘의 아나키+폴리차이_윤인로 『신정-정치』 저자
∬ 동아시아
대만작가들의 식민지 기억과 치유_최말순 대만 국립정치대학 대만문학연구소 교수
∝ 이론
아마추어 영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구적 관점들_마샤 샐라즈키나(Masha Salazkina), 엔리케 피블라 구티에레즈(Enrique Fibla-Gutiérrez) 지음, 정찬혁 옮김
해제: 아마추어 영화문화의 생명력_정찬혁 철학영화연구자
∞ 쟁점-서평
선진국 시민의 뿌리 찾기-『뿌리』_정광모 소설가
노동의 자리-『흐린 저녁의 말들』_김만석 독립연구자
도시민의 삶의 태도에 대한 생각들-『블루 어바니즘: 바다와 공존하는 도시 디자인』_홍순연 건축학박사, 주) 로컬바이로컬 대표
길을 낸다는 것-『한국 사회과학의 기원: 이데올로기와 근대화의 이론 체계』_이우창 『지성사란 무엇인가』 역자, 서울대 영문과 박사 수료
지은이: 『문학/사상』 편집위원회 쪽 수: 256쪽 판 형: 148*225 ISSN: 2765-7167 가 격: 15,000원 발행일: 2022년 5월 16일 분 류: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비평/창작/이론 > 평론 일반 잡지 > 교양/문예/인문> 인문/사회 |
알라딘: 문학/사상 5 : 로컬의 방법 (aladin.co.kr)
'산지니 책 > 비평지 문학사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사상』6호_지정학과 문학 :: 책소개 (1) | 2022.11.04 |
---|---|
우리의 특별한 삶, ‘로컬’에 대해 알아가다. ::『문학/사상』 5호 출간기념 북토크 (0) | 2022.05.31 |
<문학/사상 5 : 로컬의 방법> 출간 기념 행사에 놀러오세요! (0) | 2022.05.17 |
이중기 시인과 영천을 만나다. :: <문학/사상> 라이브 북토크 (0) | 2022.04.04 |
이중기 시인의 신작 시집 출간 기념 <문학/사상> 라이브 북토크 :) (0) | 2022.03.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