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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야기

명지 들판에 홀로, 국회부산도서관 탐방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4. 19.

국회부산도서관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얼른 가봤다.

내비게이션에서 검색하니 출발지점인 온천장에서 50분 걸린다고 나온다. 꽤 먼 거리다. 낙동강을 건너 명지 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내비가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고 하는데 멀리 삐죽삐죽 솟은 신도시 고층 아파트들만 보이고 주위는 빈 들판이다. 예전에 명지는 대파밭으로 유명했다는데 여기도 대파들이 자라던 곳이었을까. 내비도 실수할 때가 있지 않나. 이런저런 생각하며 조금 긴장했는데 갑자기 짠~ 건물이 나타났다.

부산의 많은 도서관들이 언덕 위에 있는데 여기는 주차장이 넓기도 하지만 평지라 주차하기 편했다. 건물 마당에 버스 정류장도 있다. 처음 보는 번호인 1005번 좌석버스와 강서14 마을버스가 선다. 자가용이 없다면 도시철도 하단역에 내려서 마을버스 타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 데스크 앞에 긴 줄이 보인다. 회원증 발급받는 줄이다. 온라인에서 회원가입을 먼저 하고 신분증을 내면 회원카드를 바로 만들어준다. 부산의 다른 공공도서관들과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여기서 빌린 책은 꼭 여기서 반납해야 한다. 

우리처럼 '함 가볼까' 하며 탐색하러 온 구경꾼들로 북적거렸다. 사흘 전에 개관했다고 하니 오픈 효과도 있겠고 아직은 관광명소에 온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 수가 전국에서 하위권이라 그런지 도서관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목마름이 느껴졌다. 예상보다 사람이 많았다. 혼잡한 가운데 서가 사이사이에 있는 독서 테이블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다.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는 출판 통계 숫자가 믿기지 않는다. 

2층 인문사회실은 창도 많고 군데군데 책 읽는 자리도 많다. 넓고 밝고 모두 새책이다. 도시락 싸와서 하루 종일 놀아도 좋겠다 싶다. 아직 카페가 오픈 전이다. 도서 검색대에서 '산지니'로 검색해보니 목록들이 좌르르~ 꽤 많다. 신간도 많이 들어와 있어 만족스럽다. 

애기들과 함께 온 젊은 부모들도 많았는데 도서관을 휘젓고 다니던 한 꼬맹이의 감탄사가 들렸다.
와~ 넓다
와~ 좋다
와~이쁘다

이쁜 건 뭐였을까. 시원하게 뚫린 유리창 너머로 명지 들판이 훤히 보이고 더 멀리 구불구불 산 능선 사이로 낙동강 윤슬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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