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희서 배우님의 산문집 『기적일지도 몰라』가 출간되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브런치에 <박열> 제작기를 쓰다 책 제안을 받고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박열>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상영되었는데요.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되었다는 소식이 놀랍기만 합니다.
최희서 배우님의 산문집 『기적일지도 몰라』에 보면 이 비하인드가 나와 있다고 합니다.
영화 <박열>과 최희서 배우가 구축한 '가네코 후미코'라는 캐릭터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이 산문집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최희서 배우님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먼저 영화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영화 제목은 <박열>이지만 사실 저는 그 영화의 주인공은 거의 가네코 후미코였다고 생각해요ㅎㅎ
<박열>을 보고 나면 가네코 후미코라는 사람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녀가 감옥에서 쓴 글의 내용이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오늘은 영화 <박열>과 더불어 가네코 후미코가 옥중에서 쓴 수기 『나는 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관동대지진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저는 일본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지진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요.
관동대지진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에 얽힌 비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이쇼(大正) 12년(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돌연 수도 도쿄(東京)를 얹은 관동지방 대지 밑바닥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집들은 우지직 소리를 내며 뒤틀리고 넘어졌다. 사람들은 거기에 깔린 채 생매장을 당했다. 겨우 뛰쳐나온 사람도 미친개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이리하여 문명의 낙원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도쿄의 경비를 맡고 있는 자들의 명령에 따라 우리들이 경찰에 연행된 것은. _<머리말>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고 일본 정부는 이 어마무시한 재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분노와 울분을 조선인에게 돌리려 하였습니다.
혼란한 틈을 타 조선인이 강에 독을 탄다, 금품을 갈취하고 불을 지르고 다닌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일본인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에 분노한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꾸려 조선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해당 학살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고자 계획하였던 조선의 독립운동가에게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그게 바로 영화의 주인공 박열입니다.
그렇게 박열과 그의 동료인 '불령사'의 일원들은 구속되게 되는데요.
그 동료들 중에는 박열의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도 있었습니다.
말 안 듣는 두 명의 피고인, 예심판사인 다테마쓰는 재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네코 후미코에게 그녀의 일대기를 쓸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이에 가네코 후미코는 자신의 생을 담은 수기를 작성하는데요.
그것이 바로 원제 『何が私をこうさせたか(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나는 나』입니다.
이 수기가 재판할 때 어느 정도 참고가 되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재판도 끝난 지금, 이 수기는 판사에게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판사에게 수기를 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이 수기를 나의 동지들에게 보내려 한다. 그 이유는 동지들이 나를 더 깊이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며, 다른 이유는 행여 조금이나마 유용하다면 이것을 책으로 출판해주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나는 더 많은 세상의 부모들이 이 수기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부모들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읽어주었으면 한다. _<머리말>에서
영화 <박열>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재판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나는 나』는 가네코 후미코의 유년시절과 청년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무적자였던 가네코 후미코는 취학 연령이 되어도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사설 학교도 생활고 때문에 금방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후미코의 이모)과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어머니 또한 재혼을 거듭하면서 후미코는 충청북도 부강에 살던 고모의 양녀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조선에는 양녀가 아닌 식모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7년 동안 심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고 일본으로 돌아온 가네코 후미코.
배움의 뜻을 안고 도쿄로 상경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다시 고난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후미코는 여러 사람들에게 배반당하고 절망했음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모든 환경 속에서 학대받을 만큼 학대받은 나의 운명에 감사한다. 왜냐하면 만약 내가 나의 아버지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면, 아마 나는 내가 그토록 혐오하고 경멸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성격, 생활을 그대로 받아들여 결국에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벌써 열일곱 살이 되었다. 나는 이미 자립할 수 있는 연령에 달해 있다. 그렇다. 나는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_<도쿄로>에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결코 박열의 아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을 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며 단단한 심지를 지닌 가네코 후미코에게 매료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희서 배우님은 그해의 신인여우상을 휩쓸어버렸죠!
가네코 후미코는 자신의 욕망과 이상에 충실하게 살아갔고, 누구보다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기를 염원하였습니다.
이 수기는 가네코 후미코가 남긴 치열한 삶의 기록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개정판에는 가네코 후미코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대담하게 그려 넣었습니다.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가네코 후미코를 떠올리면서요.
어쩌면 모든 사람들에게 나 자신으로 기억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나는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라는 수식어 없이 오롯이 나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그려 나가겠다는 의지와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한편으로는 나 자체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 같기도 해서 새롭게 마음을 다지게 되네요.
독자 여러분들도 영화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라는 책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 생을 살아가고자 고군분투했던 가네코 후미코의 용기를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또 다른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책들로 돌아올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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