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전집
제5권 낙도
제6권 기울어지는 강
제7권 삽미의 비
제11권 월례소전
🎬 민중의 삶에 주목한 소설가 하근찬, 전쟁의 주변을 세세히 살피다
2021년에 ‘하근찬 전집’ 발간의 첫 시작을 알리는 『수난이대』 외 4종이 발간된 후, 2022년 11월에 하근찬의 소설, 중단편집 제5권 『낙도』, 제6권 『기울어지는 강』, 제7권 『삽미의 비』과 장편 제11권 『월례소전』이 2차분으로 발간된다.
2차분으로 발간되는 작품 속에서 하근찬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주변인들의 모습 그리고 삶과 시대의 풍랑 속에서 고통받는 여성의 이야기, 전쟁의 주변, 바깥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증언하듯 그려내고 있다.
제5권 『낙도』에서는 1년 5개월 만에 어렵게 일자리를 얻었지만 병역 기피자 대상 예비역 훈련 소집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명구’, 특정 학생에게 특혜를 주고자 하는 학교의 처사에 저항하는 교사 ‘혜영’ 등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자본 권력이 만들어놓은 기형적 사회 구조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으며, 제6권 『기울어지는 강』에서는 시골을 등지고 무조건 도시로 향했다가 녹록지 않은 서울 생활로 인해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는 ‘병태’ 등의 인물들을 통해 전쟁을 다루지 않으면서 70년대의 소시민의 삶을 그린다.
또 제7권 『삽미의 비』에서는 시인 ‘남궁’ 씨가 경험한 소소한 일화를 통해 1970년대 산업화 사회의 그늘을 가시화하는 청년의 사연을 드러내기도 하며, 제11권 장편 『월례소전』에서는 ‘월례’라는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며 일제강점기 등 혼란했던 사회 속에서 고통받았던 여성들의 삶을 통찰한다.
🎬 잊혀지고 배제된 존재들을 기록하는 하근찬의 시선
하근찬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망각된 존재들의 복원된 목소리와 본인의 경험을 중첩시켜 더 큰 파동을 만들며, 그 파동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계속해서 공명할 것이다.
하근찬은 당대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국가가 어떻게 ‘잉여적인 존재’들의 삶을 배제해왔는지 그려내고 있으며, 역사에서 지워지는 주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식민지 말기를 다루면서 식민지배로 인해 고통받았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위원회가 “한 작가의 문학적 평가는 전집이 간행되었을 때 비로소 그 발판이 마련된다”고 언급한 것처럼, 향토성 짙은 하근찬의 작품을 그의 고향인 영천의 사투리를 살려 발간한 <하근찬 문학전집>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의의를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제5권 『낙도』는 최슬기 문학연구자가, 제6권 『기울어지는 강』은 신현아 문학연구자가, 제7권 『삽미의 비』는 전소영 문학평론가가, 제11권 『월례소전』은 서승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각 작품의 해설 작업에 참여하여 하근찬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제5권 『낙도』
역사의 주변에서 지워지는 이야기를 조망하다
1955~65년 사이 발간된 단편소설 13편이 수록된 『낙도』는 하근찬이 작가가 되고자 결심한 시점으로부터 전성기에 이르기까지 발표된 작품들이다. 이 시기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군부독재에 대한 우려의 복합적 감정이 민중에게 확산되는 혼란한 시기였다. 하근찬의 소설에는 상징질서에 대해 직접적인 저항은 하지 않더라도 변두리에 놓인 타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 근거를 확인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표제작 「낙도」는 섬마을의 계몽을 임무로 부여받은 인물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학예회 준비에 한창인 학교에 찾아와 구호 물품을 배급하며 아이들의 학예회 참석을 제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전도부인’과 이를 막기 위해 대립하는 ‘김 선생’의 모습을 통해 하근찬은 근대화로 급격히 유입된 자본 권력이 ‘하위주체’의 존재를 대리, 전유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 욕된 시절」, 「승부」, 「도적」은 일제강점기에는 지배 권력, 해방 후에는 자본 권력을 통해 계급 구조를 답습하는 기형적 사회 구조를 보여주며, 「산중 우화」와 「이지러진 입」은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예외 상태에 놓인 ‘하위주체’의 신체를 비인간화하여 나타내기도 한다.
하근찬은 역사에서 지워지는 주변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증언과도 같은 소설을 썼으며, 『낙도』에서 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제6권 『기울어지는 강』
유신정권 속 통제의 대상이었던 ‘농민, 장발족, 여학생’을 그려내다
5편의 중편 소설이 수록된 『기울어지는 강』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1970~80년대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식민지 시대의 기억들이 유신정권하에서 어떻게 돌아오게 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하근찬은 전쟁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당시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유신정권하에서 배제되어왔던 농민, 장발족, 여학생/소녀와 같은 존재들을 소설 속에 불러낸다. 여기서 다루는 작품 중 1972년 발표된 「기울어지는 강」만이 식민지 시기 중 ‘전쟁 중의 후방’의 기억을 다루고 있고, 「십오야」, 「보랏빛 연가」, 「여제자」, 「안개와 연꽃」은 전쟁을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표제작 「기울어지는 강」은 중일전쟁과 아시아태평양전쟁이 발발했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1940년대 당시 일본 제국의 미디어 및 옷과 머리카락 등 신체의 통제와 이 작품이 발표된 1970년대의 장발족이나 미니스커트 단속을 함께 고발하고 있다.
전집 6권 『기울어지는 강』에서는 유신체제와 그 이후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국가가 어떻게 ‘잉여적인 존재’들의 삶을 폭력적으로 배제해왔는지를 그린다. 전쟁이 끝난 이후, ‘후방’이 된 한국에서 여전히 농민, 장발족, 여학생과 같은 존재들은 ‘통제’와 ‘단속’의 대상이었고, 이는 하근찬에게 있어 중요한 문학적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제7권 『삽미의 비』
일상에 파고든 사회구조와 이데올로기의 ‘바깥’
전집 7권 『삽미의 비』에 수록된 10편의 단편은 일제 말엽을 소환하는 작품, 1960~70년대 한국 사회에 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나뉜다. 하근찬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틈입한 현실의 정세를 통해 꾸준히 당대를 그려내고 있다.
1970년대 초에 주인공 훈구가 일제 우산을 선물 받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표제작 「삽미의 비」는 한 사회의 인력에 붙들려 살아가는 인간이 그로부터 벗어나기란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그 사회의 구조와 이데올로기의 ‘바깥’을 사유할 필요성을 말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처럼 하근찬이 반복적으로 써낸, 『삽미의 비』에 수록된 일제 말기 관련 작품들은 학교라는 장소를 통해 지배이데올로기가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하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폭력적 이데올로기가 비판 없이 삶에 내재화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까지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즉, 전집 7권의 의의는 과거를 의미 있게 불러들이는 작품들과 현대 사회를 예리하게 진단하는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하근찬을 ‘투철한 현실감각을 지닌 작가’로 재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11권 『월례소전』
사할린으로 끌려간 수많은 월례들은 어디로 갔을까?
전집 11권, 장편소설 『월례소전』은 ‘식민지 말기에 강제로 끌려간 여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소설적 응답이라 볼 수 있다. ‘정신대’로 통칭된 이 여성들은 ‘일본군위안부’와 동일시되었으나 사실상 ‘알 수 없는’ 존재였으며, 정확한 피해상황이나 삶의 족적에 대해 알려진 바가 지극히 적다.
하근찬은 ‘월례’라는 인물을 통해 다양한 인물들을 만들고, 아시아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이 빚어낸 다양한 사건들을 소설 속에 교차하여 한 마을이 겪는 수난사를 직조했다. 또한 소설 후반부에는 월례가 집을 떠나고 사할린으로 끌려가는 서사로 넘어가며 사할린 한인 귀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월례소전』은 식민지 말기를 재조명하고자 했던 작가의 원래 의도는 물론, 남한 사회가 식민 유산 및 피해자를 대상으로 구축해온 해석 체계에 비추어 역사성과 문학적 가치가 재검토되어야 하는 문학적 의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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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하근찬(河瑾燦, 1931~2007)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11월 25일 타계, 충청북도 음성군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책 속으로
제5권 『낙도』
p.153
“세상에 참 고마운 이도 있제.”
서울바닥에 온 후로 처음 보는 인심 후한 집이었다. 덕님은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다가, 무엇인지 자꾸 못 놓여 또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저런 집에 한 번 살아봤으만…….”
_「기아선상에서」 중에서
제6권 『기울어지는 강』
p.157-158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남편을 잃어버리고 난 혜림은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그날 밤 일을 생각하면 전신에 오스스 소름이 돋곤 했다.
좍— 좍— 퍼붓던 빗소리. 쏴— 쏴— 거세게 불어 닥치던 바람소리. 덜커덩거리던 창문 소리. 그리고 꺼졌다 켜졌다 하던 전깃불.
마치 이 세상이 끝나는 듯한 밤이더니, 결국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일이었다.
_「보라빛 연가」 중에서
제7권 『삽미의 비』
p.173
“가만, 맥주 두 병 주쇼.”
남궁 씨는 맥주를 두 병 샀다. 청년은 고맙다는 듯이 웃고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 왔습니다, 왔습니다— 맥주가 왔습니다. 사이다에 쥬스, 콜라가 왔습니다— 자— 식사대용에 맛 좋고 배부른 빵도 왔습니다— 카스텔라도 왔습니다—”
말하자면 청년은 ‘책임 완수를 다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 외치는 소리는 다섯 식구의 가장으로서의 기쁨의 소리에 틀림없었다.
_「후일담」 중에서
제11권 『월례소전』
p.50
월례는 책갈피 속에 네잎클로버를 이미 세 개 간직하고 있는 것이었다.
“좋겠다. 네 개나 되는데 이건 나 도고.”
“싫어. 행운의 구로발 누가 남 준다 카더노. 핫핫하…….”
“욕심쟁이 앙이가. 지 혼자만 행운의 구로발 모아 가지고 나중에 좋은 데 시집가겠다 그 말이제?”
“시집은, 별안간…….”
차례
제5권 『낙도』
발간사
낙뢰
이지러진 입
절규
온혈적(溫血的)
산중 우화
벽지로 가는 길
기아선상에서
두 아낙네
승부
도적
바람과 노교사
그 욕된 시절
낙도(落島)
해설 | 망각된 존재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하근찬의 문학-최슬기
제6권 『기울어지는 강』
발간사
기울어지는 강
보랏빛 연가
십오야(十五夜)
여제자
안개와 연꽃
해설 | ‘유신’을 살아내는 민중들의 삶_신현아
제7권 『삽미의 비』
발간사
봄타령
특근비와 팁
핏빛 황혼
소야곡
삽미(澁味)의 비
수양일기
후일담
장사(葬事)
성묘행
두 죽음
해설 | 이데올로기와 길항하는 보통의 삶이 지닌 가능성-전소영
제11권 『월례소전』
발간사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해설 | 강제로 끌려간 여성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서승희
발간 예정 목차
<중단편전집>
1 수난이대 단편집
2 흰 종이수염 단편집
3 일본도 단편집
4 화가 남궁 씨의 수염 단편집 (근간)
5 낙도 단편집
6 기울어지는 강 중편집
7 삽미의 비 단편집
8 산의 동화 단편집 (근간)
<장편전집>
9 야호 장편
10 달섬 이야기 장편 (근간)
11 월례소전 장편
12 산에 들에 장편 (근간)
13 작은 용 장편 (근간)
14 징깽맨이 장편 (근간)
15 검은 자화상 장편 (근간)
16 남한산성 장편 (근간)
17 제국의 칼 장편 (근간)
18 싯다르타 장편 (근간)
19 사랑은 풍선처럼 장편 (근간)
20 제복의 상처 장편 (근간)
21 은장도 이야기/직녀기 미완성 장편 (근간)
22 산중 눈보라 미완성 장편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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