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취향 성장기
나를 성장시킨 여자들의 이야기
책소개
📺 소녀 서사에서 로맨스를 거쳐 소수자의 이야기로
눈과 귀를 통해 들어와 나를 채운 그 세계에 관하여
주말 아침 TV에서 방영하던 만화영화, 학교에서 선생님 몰래 읽던 소설, 밤 열 시 가족과 함께 보던 드라마. 소녀들의 감수성을 만들고 취향을 형성해주었던 이야기들. 그러나 여성들이 향유하는 대중미디어 속 서사들은 ‘사랑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낭만적 판타지’ 또는 ‘유치한 취향’으로 간단히 폄하되기도 한다. 정말 소녀들의 취향은 개인을 사회와 단절시키는 핑크빛의 허황된 서사일 뿐일까.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주라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는 이런 시선에 맞서 “소녀 취향은 나를 문학적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내외 다양한 매체의 소설, 드라마, 영화 22편을 꼽아 여성의 시선으로 살폈다. 『소녀 취향 성장기』는 이른바 ‘소녀 취향’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서사를 분석하고 그 서사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을 섬세한 시선으로 짚어낸 대중문화 비평서이다. 작품들에서 소녀는 성장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여성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여성들은 마침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조우하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사유한다. 내면의 고민을 바깥으로 확장하기까지, 우리의 취향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를 세계와 만나도록 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나의 해피엔딩은 결혼이 아니야”
소녀는 사회와 부딪치며 성장한다
이 책은 소녀의 성장 과정에 따라 구성되었다. 1부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여성의 성장 서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모았다. 〈빨간 머리 앤〉은 넷플릭스 시리즈에 이르러 이전의 사랑스러움이 아닌, 자신의 우울과 불안을 드러내는 ‘앤’ 캐릭터를 통해 아동 학대 문제와 페미니즘을 내세웠고,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소녀 서사를 완성했다. 탐정 셜록 홈즈의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한 〈에놀라 홈즈〉는 기존 셜록 홈즈에서 등장하지 않은 빅토리아 시대 여성을 조명한다. 소녀의 모험과 성장 이야기에서 저자는 기존의 추리물 관습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여성의 존재를 드러내고, 세상사에 무관심한 셜록의 성격을 ‘세상에 안주하는 태도이자 남성의 특권’이라고 꼬집는다.
소녀들은 어린 시절 사랑과 진로의 고민에서 시작해서(〈작은 아씨들〉), 여성으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고 이를 서사로 발화(〈나의 눈부신 친구〉)한다. 그리고 결혼 후 가정의 주부로 축소되는 자신의 역할에서 벗어나 사회적 위치를 마련해나간다(〈와이 우먼 킬〉). 모든 개인의 성장이 그러하듯이 여성의 성장 또한 혼란스러운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고 사회의 억압에 맞서가는 과정이다.
💻 로맨스의 또 다른 이름, ‘주체적인 관계 맺기’
2부는 여성 취향 서사라 불리는 로맨스 작품에 대한 비평을 담았다. 저자는 로맨스물을 통해 현시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예민하게 포착하고(〈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시대물을 만들 때 고민해야 할 고증 문제(〈브리저튼〉)와 로맨스 클리셰의 재현 문제(〈부부의 세계〉)를 드러낸다.
웹소설과 웹툰에서 활발하게 생산되는 로맨스 패러디물은 로맨스의 클리셰를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억압으로 파악한다. 로맨스 패러디물은 기존 로맨스 문법을 비판함과 동시에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하는 부정적 측면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면서 로맨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근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사랑은 사랑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는 이야기가 아닌, 사랑을 통해 현실과 싸워나가는 이야기임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로맨스는 사랑이 단순한 치유와 힐링의 수단이 아니라고 말한다(「너무 한낮의 연애」).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힘든 삶을 위로받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기도 하지만, 대중문화 속 사랑은 그러한 치유와 힐링을 넘어 상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진심으로 그를 이해하는 방식의 중요성(〈그 해 우리는〉)을 보여주기도 한다.
📼 가난, 지역, 성소수자, 비인간…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여성 서사
3부는 여성의 시각이 사회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정체성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여성의 고민은 이제 관계들이 교차하는 사회와 만난다. 부와 가난이 대립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상식적이지 못한 것’으로 낙인찍히는 과정과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날아라 개천용〉), 그리고 사회 시스템에서 소외된 주변부의 존재에게 우리가 가하는 폭력의 문제(「탬버린」)를 드라마와 소설 속에서 읽어낸다.
삶과 존재의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스캄〉이 보여주는 십대의 방황과 성정체성의 갈등, 소수자의 인권 등은 배제와 차별을 넘어 공존의 생활 방식이 우리의 일상에 실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F소설은 로봇과 외계인 등 비인간의 존재를 내세우며 휴머니즘 이면의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존재인지 드러내고(「종의 기원」), 이분법적 젠더 이외의 다양한 존재를 상상하게 만든다(『어둠의 왼손』).
소녀 취향은 한 개인을 사적 영역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공적 영역으로, 사회적 투쟁의 장으로 초대한다. 사회의 주변부와 약자, 비주류에 대한 공감과 상상은 소녀 취향, 여성 취향의 서사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이다.
책 속으로
p26 지금까지의 앤은 긍정적이고 똑똑해서 호감 가는 소녀였고, 독자들은 자신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면서 앤에 대한 선망을 키웠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앤은 말한다. 이 사회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부딪치고 싸워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_「빨간 머리 소녀의 성장」
p72 여성 해방을 위한 여성들의 연대는 동일한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결집했을 때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론으로 다양한 방식의 실천을 하며 각계각층의 경험들이 모일 때, 그러한 다양한 입장들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통해서 각자의 주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연대와 진정한 해방은 가능해질 것이다.
_「저항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p126 연애라는 것이 이미 타인을 믿기로 마음먹는 결단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고립보다는 연결을 추구해야 한다. 내 내부의 동요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혼란스러움에 대해 상대와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며,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타인을 타인으로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일 때, 연애는 가능해진다.
_「연애의 내부와 외부」
p173 우리는 상식적으로 매끈하게 그리고 논리정연하게 표현되지 않는 언어를 무시한다. 하지만 진실은 상식이 아니다. 진실은 상식 이면에 조각난 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_「가난의 화법」
p210 SF를 통해 우리가 우주를 상상하는 것은,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하거나 우주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SF를 통한 우주적 상상력은 지구인인 나 또한 어느 세계에서는 성도착자이자 비정상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외계인이라 부르는 그 낯선 존재들 또한 지극히 가능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_「젠더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
저자소개
이주라
문화평론가.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조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1910~1920년대 대중문학론의 전개와 대중소설의 형성」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화비평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식민지 근대의 시작과 대중문학의 전개』,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1-로맨스』, 『만화웹툰작가평론선-박희정』, 공저로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시리즈 1~5권, 『순결과 음란』 등을 출간하였다.
차례
들어가며
1부│여자는 저항하며 성장한다
빨간 머리 소녀의 성장 〈빨간 머리 앤〉
소녀 문학의 해피엔딩은 결혼? 〈작은 아씨들〉
여동생이 바라본 명탐정 홈즈의 이면 〈에놀라 홈즈〉
여성의 자기 서사는 어떻게 시작하는가 〈나의 눈부신 친구〉
살인자의 해피엔딩 〈와이 우먼 킬〉
저항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미스비헤이비어〉
2부│판타지 없는 로맨스 읽기
로맨스와 페미니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로맨스 패러디 시대와 자기 효능감 〈어쩌다 발견한 하루〉
로맨스와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 〈브리저튼〉
완벽한 여자가 잃은 것 〈부부의 세계〉
연애의 내부와 외부 〈유미의 세포들〉
열정과 치유를 넘어선 공존, 사랑 「너무 한낮의 연애」
소소한 다큐멘터리를 닮은 사랑 〈그 해 우리는〉
이별은 사랑의 해피엔딩 〈노멀 피플〉
3부│함께하는 세계
나의 이해할 수 없는, 친구 「탬버린」
가난의 화법 〈날아라 개천용〉
서울의 생존, 지역의 공존 〈갯마을 차차차〉
행복은 충분한 슬픔 뒤에 온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욕망의 구조를 바꾸는 노력 「리틀 베이비 블루 필」
젠더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 『어둠의 왼손』
휴머니즘의 잔혹함 「종의 기원」
우리가 사랑을 하는 모든 방식들 〈스캄 프랑스〉
소녀 취향 성장기
나를 성장시킨 여자들의 이야기
지은이 : 이주라
쪽 수 : 232쪽
판 형 : 140*210
ISBN : 979-11-6861-239-6 03300
가 격 : 18,800원
발행일 : 2024년 2월 28일
분 류 : 사회과학 > 언론/미디어 > 언론학/미디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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