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TV에서 방영하던 만화영화, 학교에서 선생님 몰래 읽던 소설, 밤 열 시 가족과 함께 보던 드라마. 소녀들의 감수성을 만들고 취향을 형성해주었던 이야기들. 그러나 여성들이 향유하는 대중미디어 속 서사들은 ‘사랑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낭만적 판타지’ 또는 ‘유치한 취향’으로 간단히 폄하되기도 한다. 정말 소녀들의 취향은 개인을 사회와 단절시키는 핑크빛의 허황된 서사일 뿐일까.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이주라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는 이런 시선에 맞서 “소녀 취향은 나를 문학적으로 성장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내외 다양한 매체의 소설, 드라마, 영화 22편을 꼽아 여성의 시선으로 살폈다. 『소녀 취향 성장기』는 이른바 ‘소녀 취향’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서사를 분석하고 그 서사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을 섬세한 시선으로 짚어낸 대중문화 비평서이다. 작품들에서 소녀는 성장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여성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여성들은 마침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조우하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사유한다. 내면의 고민을 바깥으로 확장하기까지, 우리의 취향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를 세계와 만나도록 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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