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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문학

너무 환한 세상은 잊어요, 엄마 『댄싱 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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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투명해지지 않는 생의 진리와 바투 한판 붙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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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이것만이 '조명숙스러운' 것이며, 내가 아는 한 조명숙은 이 만만치 않은 조명숙스러움의 수행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번 소설집 『댄싱 맘』역시 이 조명숙스러움 가운데 있으며, 늘 그래왔듯이 예의 별스러운 시도를 하고 있다. 소설로 그림을 독해하는 것이다.

-김경연(문학평론가) 
  




▶ 조명숙 소설집 『댄싱 맘』 출간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장편소설 『농담이 사는 집』, 『바보 이랑』을 비롯해 소설집 『헬로우 할로윈』과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등을 집필한 중견작가 조명숙의 신작 소설집. 변화를 시도함에 있어 늘 주저함이 없는 소설가 조명숙은 이 책에서도 ‘소설로 그림 읽기’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림을 보고 느낀 감흥을 소설로 표현한 것인데, 프리다 칼로의 <버스> 등 7점의 그림에 7편의 소설작품이 조우하는 형식이다.「어깨의 발견」, 「거꾸로 가는 버스」, 「댄싱 맘」, 「바람꽃」, 「나쁜 취미」, 「까마득」, 「비비」 등 총 7편을 수록했다.






▶ 소설로 그림 읽기

저자는 그림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만난 감동과 감흥을 마냥 버려두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 이끌려 ‘소설로 그림 읽기’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고 한다. 화가나 소설가나 근본적으로 창작자라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매순간 항하사처럼 많은 일이 일어나는 생활세계에서 마주친 딱 하나의 장면, 그 단면을 통해 삶의 전체적 풍경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그리기와 쓰기는 접점을 가진다고 믿고 시작한 일이었다. 소설에 참조한 그림은 모두 여성 화가의 작품으로, 파울라 모더존 베커(Paula M. Becker)의 <자작나무 숲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버스>, 김원숙의 <Dance On a Bridge>, 추지영의 <바람꽃>, 가브리엘레 뮌터(Gabriele Munter)의 <Black Mask with Rose>, 노은님의 <새>, 황주리의 <추억제> 등이다. 그림의 모티브와 이미지를 참조하기도 하고(「거꾸로 가는 버스」,「바람꽃」,「댄싱 맘」,「어깨의 발견」,「비비」), 소설적 장치가 끝난 다음에 맞춤한 그림을 물색해 주제와 대치시키면서 쓰기도 했다(「까마득」,「나쁜 취미」)고 한다.

 



▶ 어둠을 식별하는 동시대성의 감각

조명숙은 어둠을 식별하는 데 유독 민감한 작가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집과 직장과 국가, 가족과 동료로부터 떨어져 나온 ‘탈구된 인간들’의 벌거벗은 삶을 응시하며, 잊히고 찢겨나간 이들의 잔해 같은 서사를 복원하는 데 진력한다. 예를 들면, 표제작이기도 한 「댄싱 맘」에서는 기억을 잃어가는 한 노인의 실종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성장의 신화에 붙들린 문명독재의 현실을 응시하고, 「어깨의 발견」에서는 알바와 비정규직으로 겨우 생존하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스무 살 문턱의 인간들에게 주목한다. 그러나 스물여섯 두 여자의 죽음 결행기라 할 수 있는 「나쁜 취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듯이, 조명숙의 소설은 여릿한 가운데서도 언제나 희망의 기미를 품고 있으며, 절망이 때로 죽음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언제나 삶을 향한 열망을 내장한다.




 1. 어깨의 발견

 

파울라 모더존 베커(Paula M. Becker)의

<자작나무 숲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

 

여대생 케리의 부름을 받고 모여든 고등학교 동창들이 친구 영주를 기억한다. 대학을 포기하고 학교생활에 흥미가 없던 그들에게 보육원 출신의 겁 많고 소심한 영주는 바로 표적이 되었다. 장님 아버지에 정신지체 어머니를 둔 영주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앵벌이, 도둑질 등도 서슴지 않았는데, 그때 영주의 어깨는 참 잘도 빠지곤 했다. 탈구된 영주의 어깨는 세상으로부터 탈락한 비인간의 표지이다.






2. 거꾸로 가는 버스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버스>


스무 살 무렵 만났던 친구들은 십여 년이 지나 친구 에이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받고 재회한다. 친구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던 에이는 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되고, 두 번의 결혼을 거쳐 삶을 마감하게 된다. 삶에 지친 서른셋의 나이로 만난 친구들에게 에이의 부고는 망각했던/하고자 했던 에이에 관한, 혹은 일찌감치 탕진한 그들의 젊음에 관한 기억을 느닷없이 소환한다. 

 



3. 댄싱 맘
 

김원숙의 <Dance On a Bridge>


표제작이기도 한 「댄싱 맘」은 기억을 잃어가는 한 노인(엄마)의 실종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할머니 세대이며, 네 명의 자식을 둔 엄마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탓에 자식들과도 소원해져 외롭게 늙어간다. 어느 날 그녀의 네 번째 자식이 엄마의 전화를 받고 집을 찾아가지만, 집에 있어야 할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석 달 후 그 집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4. 바람꽃

추지영의 <바람꽃>


군인에서 고등학교 교련선생으로 다시 실업자로 전전해가며 남루한 퇴역군인의 생을 살았던 아버지의 호루라기 소리는 나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금기 영역이다. 그러나 몸도 정신도 온전치 못한 아버지를 구해주고 아버지와 함께 호루라기를 불어준 상희는 나에게 이 오래된 호루라기 소리의 의미를 바꿔놓는다. 갑자기 나타난 상희는 내가 준수해온 삶의 원칙들을 깨뜨리며, 경험으로 축적해온 삶의 의미들을 재정의하도록 종용한다.

 


5. 나쁜 취미

 가브리엘레 뮌터(Gabriele Munter)의 <Black Mask with Rose>

 

스물여섯 두 여자의 죽음 결행기.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제대로 된 몸을 가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어머니에 이끌려 성형외과에 들락거리던 나의 몸은 한없이 망가져간다. 한 번도 자가용을 타보지 못하고 퉁퉁 부은 다리로 편의점에 서 있거나 우유를 배달해야만 했던 제이는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가 게임중독에 빠져 자신을 내팽개치자 함께 죽을 사람을 찾아 사이버공간을 떠돈다.





6.까마득
 

노은님의 <새>


외국인 결혼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한 소설. 삼촌 집에 얹혀사는 소녀 유리는 스물둘 꽃다운 나이에 마흔두 살 곰배팔 삼촌한테 시집온 베트남 신부 흐엉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 아이를 가진 흐엉은 이를 무기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잠도 같이 잔 대가를 당당하게 삼촌한테 요구한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돈을 악의적으로 접근한 동네 사람한테 모두 떼이고 만다. 



7.비비
 

황주리의 <추억제>


직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고작 3년에 불과한 생존 정글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는 나. 어느 날, 나의 생존을 담보로 야성을 길들여온 회사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비비탄을 난사하는 4인조 콰르텟이 등장하고, 이 검은 정장들의 출몰은 내 삶을 전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이동시킨다.

 




  글쓴이 : 조명숙 


1958년 김해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문학과경계사, 2003),『나의 얄미운 발렌타인』(문학사상사, 2005)과 장편소설 『바보 이랑』(화남, 2008), 『농담이 사는 집』(문학과지성사, 2010) 등을 썼다. 2006년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14회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으며, 그림동화책 『샘바리 악바리』(가교, 2011)를 냈다. 외에 산문집 『우리 동네 좀머씨』(당그래, 2005), 『영철이하고 농사짓기』(도요, 2010, 공저)가 있고, 아내들을 위한 연시집 『하늘 연인』(열음사, 2006)을 엮었다.  



" 가끔씩 나는 
조명숙이 이 벌거벗은 생명들의 삶에 그토록 강하게 붙들리지 않았다면, 그의 말마따나 그저 대충 소설가 흉내나 내며 살았더라면, 지금보단 훨씬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달리 말해 
그것은 이들의 어둠을 함께 사는 것, 이들의 절망을 감당하고, 이들의 불행에 동참하는 일일 텐데, 행복과 멀찌감치 거리를 둔 이 작가는 기어코 그 어둠, 절망, 불행의 자리에 매번 자신의 마지막 돌을 놓는 악수를 두고야 만다."

 
                                                                   -김경연(문학평론가)  






▶ 차례 
 

어깨의 발견

거꾸로 가는 버스

댄싱 맘

바람꽃

나쁜 취미

까마득

비비
 

해설: 보이지 않는 지도를 읽어가는 유목민의 글쓰기_김경연

작가의 말

 



『댄싱 맘』


지은이 : 조명숙

쪽수 : 260쪽

판형 : 신국판

ISBN : 978-89-6545-173-0 03810

값 : 12,000원

발행일 : 2012년 3월 26일

십진분류 : 813.7-KDC5

895.735-DDC21






댄싱 맘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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