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세기 사행록의 지식 생산과 사상 전환
정훈식 지음
사신들의 발걸음이 만든 지식의 길🚶♂️
『17~19세기 사행록의 지식 생산과 사상 전환』은 조선 후기 사신들의 중국과 일본 방문을 기록한 사행록에서 지식이 생산되는 경로에 주목한다. 그간 사행록은 대체로 기행 문학 텍스트로 간주되었으나, 저자는 사행록을 정보와 지식이 생산되고 축적되는 장으로 보고자 한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사행록에서 중국과 일본의 문물제도를 이해하고 두 나라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을 고찰한다. 또 이렇게 형성된 지식이 새로운 사상의 모색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핀다.
사행록에서 탄생한 새로운 지식
이 책은 사행록이 조선 후기 사회의 지적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음에 주목한다. 조선 후기에는 해외와의 접촉이 엄격하게 통제되었으며 사행을 통해 제한적으로 진행되었다. 유가 전통에서 세계관이 형성된 조선 문사는 사행에 참여하여 오랑캐가 지배하는 중국과 일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곳에서 보고 느낀 실체와 본질, 변화상을 자세히 기록했다. 이들이 사행록에 담은 지식은 경험적 앎이자 직관적 지식으로 유가 텍스트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정보와 지식을 정리하고 축적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었다. 저자는 사행록을 ‘지식의 기록’으로 볼 때, 연행록과 대일사행록이 하나의 맥락을 형성하여 통합적으로 살필 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사행을 통해 얻은 정보와 경험을 어떻게 정리하고 체계화했는지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조선 시대에 새로운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재구성되는지를 살펴보면 현대의 지식 생산 방식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행록에 담긴 감정과 사상
『17~19세기 사행록의 지식 생산과 사상 전환』에서 흥미로운 점은 사행 과정에서 형성된 감정, 감각 등이 어떻게 지식의 생성에 간여하는지 살핀 대목이다. 책의 3부에서는 사행록에 기록된 감정 표출에 주목한다. 예컨대 홍대용은 『을병연행록』에서 빈번하게 ‘부끄럽다’는 감정을 드러내는데, 저자는 이 ‘부끄러움’이 조선의 낙후된 현실을 자각하고 북학의 논리를 모색하는 바탕이 되었다고 보았다. 『열하일기』에서 ‘보기’에 관한 언술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박지원이 중국을 보는 방법과 중국을 새롭게 이해하는 길을 모색하였음을 살핀다. 저자는 이렇게 감각과 감정 또한 조선후기의 지식형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것이 조선후기의 사상 전환에 바탕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사행록을 통해 본 외교 갈등과 현대적 시사점
『17~19세기 사행록의 지식 생산과 사상 전환』은 오늘날의 글로벌 교류와 문화적 소통의 맥락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저자는 예물수증 갈등, 독도와 대마도의 영토 분쟁 등의 과거 외교 갈등을 통해 당시 외교의 한계와 실질적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 당시 동아시아의 역사적 관계와 문화 교류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현대의 외교적 소통 방식과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지식과 사상의 변화를 이끌었던 사행록을 오늘날 다시 살펴보는 것은 문화 간 소통과 융합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연관 키워드
#사행록 #연행록 #대일사행록 #조선시대 #중국 #일본 #동아시아사 #외교 #역사 #석당학술원
책 속으로
p9 연행과 통신사행은 하나의 세계관에서 수립된 두 정책에 따라 수행되는 조선의 외교방식이다. 알다시피 조선은 성리학을 정치이념으로 삼아 나라를 세우고 화이관에 기초하여 대외정책을 수립하였다. 중국을 섬겨야 할 큰 나라로, 그 밖의 나라를 오랑캐라 간주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화한 정책이 바로 사대교린 정책이다. 곧 연행은 사대, 통신사행은 교린을 위한 외교 행차로, 이는 당시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에 부합코자 한 것이다.
p102 원중거의 『화국지』는 견문록 중에서 가장 방대한 텍스트로, 가히 견문록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 『화국지』의 특징은 독립된 텍스트로 이루어진 견문록이라는 점이다. 통신사행록에서 견문록이 독립된 텍스트로 이루어진 경우는 『화국지』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견문록이 단순히 통신사행록의 한 부분으로 머물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일본에 대한 지식의 총체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원중거의 『화국지』는 조선후기 통신사행을 통해 저술된 견문록의 역사적 전개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둔 텍스트라 할 수 있다.
p206 소위 동도를 지키는 일은 수신과 의례를 중시여기고 욕망을 억제하며 성인의 도를 따르며 유교적 이상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지난한 길이다. 조선왕조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핵심적 국가과제였지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더구나 동도와 부국강병이라는 개념은 양립하기 어렵다.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주요 기반 산업에서 등에서 생산력을 비상히 끌어올리고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펼쳐 상대국과 교역에서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하여 경쟁하여야 한다. 그 이익으로 무기를 구매 또는 제조하고, 군사를 길러 강병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 길은 동도에 어긋나는 것임은 물론 동도의 훼손이 불가피한 과정이다. 동도서기론은 실상 이렇게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p329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지원이 감상지학의 기본원칙이나 전제를 뒤집는 파격적인 내용을 남긴 점이다. 사적 전개상에서 감상지학은 ‘완물상지(玩物喪志)’에 얽매인 기존 유가들의 관점과 오랜 시간 논쟁을 벌이며 독자적인 논리를 만들어갔다. 특히 앞에서도 살펴보았듯 감상과 수장에 관한 논리를 다듬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박지원은 이를 수용하거나 논의를 심화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아예 이마저도 넘어서고자 했다. 무엇보다 감상지학 그 자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 주력하였는데, 이는 감상지학에 대한 일종의 메타 비평적 성격을 지닌다.
p451 「의산문답」은 삼라만상과 무한의 세계를 담고 있다. 나아가 그 논리 또한 파천황에 가깝다. 그에 비해 텍스트의 전개를 위한 여러 요소의 설정은 극히 단순하다. 의무려산이라는 장소, 허자와 실옹이라는 가공의 인물, 그리고 두 인물이 주고받는 문답이 거의 전부다. 그간 텍스트를 보는 관점이 대체로 이러하였다. 이를 내용과 형식의 부조화로만 볼 것인가. 오히려 거대한 세계를 담기 위해 그릇의 크기와 장치 또한 이에 맞추어 설정하려는 의도의 산물이 아닐까.
저자 소개
저자 정훈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울산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주로 조선후기 여행기록을 살피고 있다. 『홍대용 연행록의 글쓰기와 중국 인식』(2007), 『주해 을병연행록 1, 2』(2020) 등을 펴낸 바 있다.
목차
1부 통합적 시각으로 본 연행록과 통신사행록
홍대용과 원중거를 통해 본 18세기 사행록의 향방
조선후기 사행록과 동아시아의 시각문화
2부 대일사행록의 지식과 사상
조선후기 통신사행록 소재 견문록
조선후기 통신사행록에서의 일본지식
사행록의 역사적 전개와 『일동기유』
수신사행록에서의 일본지식의 재구성
수신사·조사시찰단 기록을 통해 본 고종의 동도서기
3부 연행록의 감정 기록과 학지(學知)
『을병연행록』의 ‘부끄러움’에 대하여
『열하일기』와 ‘보기’
조선후기 연행록에 기록된 청대 풍속 인식
박지원의 고동서화(古董書畵) 인식과 감상지학(鑑賞之學)
4부 사행록을 통해 본 동아시아 갈등과 그 해법
조선후기 통신사행록에 나타난 예물수증 갈등
조선후기 일본론에서 대마도와 안용복
조선시대 대일사행록에서의 울릉도·독도
「의산문답」, 연행에서 모색한 화이막변(華夷莫辯)의 세계관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은이: 정훈식 쪽 수: 480쪽 판 형: 152*225 ISBN: 979-11-6861-406-2 (93810) 가 격: 35,000원 발행일: 2024년 12월 30일 분 류: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고전문학론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고전문학 > 한국 고전문학 국내도서 > 인문 > 한국문학론 > 한국고전문학 > 고전산문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 조선사 국내도서 >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외교/상호교류사 |
'산지니 책 >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철학가의 내밀한 삶을 그려내다_『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 개정판 소개 (0) | 2025.01.08 |
---|---|
동물보호를 위해 전 세계를 넘나들다_『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 :: 신간 소개 (3) | 2024.12.24 |
우리 바다에 대한 최초의 종합 보고서 :: 『한국수산지』 4권 -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 편 (전2권) (3) | 2024.12.19 |
115년 전, 빼앗긴 조선의 바다를 담은 근대 수산 보고서 :: 『한국수산지』 3권 - 전라도, 제주도, 충청도 편 (전2권) (0) | 2024.12.19 |
지리를 뛰어넘어 젠더와 정동을 매개하는뉴미디어의 장, 젠더스피어(gender-sphere)_『젠더스피어의 정동지리』 :: 책 소개 (4) | 2024.12.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