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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부서진 자리, 정우련이 건네는 원숙하고 단순한 위로_『정말 외로운 그 말』이 <국제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by _Sun__ 2026. 3. 4.

정우련 작가의 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가 <국제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저 거기에 있었다는 이유로, 혹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이유로요. 그런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말을 잃거나 말을 아낍니다. 정우련 소설가는 그런 말을 아끼지 않은 순간을 그렸습니다. 

등단 30주년을 맞은 그의 신작 소설집에는 간결한 문장과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쓴 여섯 편의 소설이 들어 있습니다. 

 


 

삶이 부서진 자리, 정우련이 건네는 원숙하고 단순한 위로

단편 신간 ‘정말 외로운 그 말’…등단 30년 내공, 간결함 경지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망가진 삶 보듬고 악인도 고발
- 주저 없는 작가의 단호함 빛나

소설가 정우련은 최근 펴낸 새 단편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산지니)에서 ‘단순함’의 높은 경지를 보여준다.
 
 
 
최근 새 단편소설 ‘정말 외로운 그 말’을 펴낸 소설가 정우련. 산지니 제공

 

형식 면에서 군더더기 없는 극도의 간결함, 내용 면에서는 1958년생으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중진 작가인 그가 머뭇머뭇하지 않고 자기 판단을 내리는 원숙함을 보여준다. 생각은 깊은데, 좌고우면하거나 주저한 흔적은 없다. 원숙한 단순함이 있다.

“고무 원단을 깔다가 기계에 손이 딸려 들어간 열네댓 살짜리 어린 공원의 단말마가 꿈속까지 찾아와 소스라쳐 깨어나곤 했던 나날, … 일기를 쓰다 충동적으로 짧은 글을 하나 써서 지역신문 독자투고란에 보냈다. 그때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어디로 데려갈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수록 작품 ‘재심’ 한 대목이다. ‘독자투고’가 계기가 돼 주인공은 간첩 혐의로 도합 15년 징역을 살게 된다. 삶이 부서진다.

‘은어가 사는 강물’은 악덕 재벌이 일으킨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다룬다. 서늘한 냉기가 올라올 만큼, 서술과 문장이 간결하다. “도대체 어떤 기업일까.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정도로 치명적인 독소가 든 폐수를 흘려보낸 곳이. … 빨리 출근해서 보고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그(명수)는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은어가 사는 강물’ 주요 인물인 정수장 직원 명수는 우연히 목격한 폐수 불법 방류 현장을 상사에게 제대로 보고도 못 한 채, 페놀 사태라는 격랑에 휩쓸려 직장에서 잘리고 경찰에 구속된다. 삶이 부서졌다.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기 힘들고, 삶은 부서지기 쉽기로는 ‘클레멘타인’ 속 1980년대 참치잡이 원양어선 영광 87호 선장 민주호도 같다. 영광 87호는 먼바다에서 마주친 베트남 보트피플(피란민) 96명을 구조해 따뜻이 보살피며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당시 관계 기관은 부담스럽고 성가신 난민을 구원해 부산까지 데려온 민 선장을 구타하고 조사한다. 민 선장은 해고된다. 삶이 부서진 것이다. 애초 나름대로 사회공동체의 안녕과 정의를 추구했지만, 이내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혹독하게 체험하고 크게 다치는 주인공들을 작가는 좌고우면 없이 끌어안는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영화 ‘굿 윌 헌팅’의 유명한 대사를 빌리면 ‘It’s not your fault.”

간첩 혐의로 삶이 부서졌으나 아들을 위해 더 살아내야 하는 ‘재심’의 주인공은 “이 분단된 조국에 태어난 게 죄라면 죄일까”라고 독백하고, 작가는 그런 그를 끌어안는다. ‘은어가 사는 강물’에서 명수의 삶은 부서졌지만, 페놀 충격으로 유산한 아내가 ‘환경 투사’로 성장한다. 작가는 시민을 단호히 옹호하고 죄지은 재벌을 비판한다. ‘클레멘타인’에서 한 방송사는 80년대 민주호 선장과 선원들의 선행을 ‘의인 특집’ 방송으로 기린다.

표제작 ‘정말 외로운 그 말’은 미술계와 대학 세계를 잘 모르면 쓰지 못할 소설이며 기세가 강렬한 작품이다. 미술계 토호인 인물을 미술학과 초빙교수로 위촉하려는 교수들의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 학과 교수이며 천종만의 흑역사를 잘 아는 주인공은 반대하지만 홀로 고립된다. 일은 어떻게 펼쳐질까. 이 작품에서도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고 동요 없이 적시하는 리얼리즘 작가의 면모가 보인다.

무기 설계자로 활동한 옛 소련 사람 게오르기 슈파긴은 이런 말을 남겼다. “복잡한 건 쉽다. 단순한 게 어렵다.” 단순함이 하나의 경지임은 분명하다.

 

조봉권 기자, <국제신문> 2026년 2월 26일

 

삶이 부서진 자리, 정우련이 건네는 원숙하고 단순한 위로

- 망가진 삶 보듬고 악인도 고발 - 주저 없는 작가의 단호함 빛나 소설가 정우련은 최근 펴낸 새 단편소설집 ‘정말 외로운 그 말’(산지니)에서 ‘단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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