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총서 53
문화대혁명의 혁명적 문화

책소개
▶ 문화대혁명을 다시 사유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1960~7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격변이 이어졌던 시기였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역시 그 중심에 있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문화대혁명은 대개 ‘혼란’과 ‘실패’라는 단순한 단어로만 평가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미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묻혀버린 가능성들이 남겨져 있다.
알레산드로 루소의 『문화대혁명의 혁명적 문화』는 이러한 기존의 시각을 다시 살핀다. 저자는 문화대혁명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공산주의 자체를 재검토하려는 거대한 정치적 실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책은 문화대혁명을 1960년대 전 지구적 정치 운동의 맥락 속에 위치시키며, 문화대혁명이 단지 중국 내부의 문제를 넘어 현대 평등주의 정치의 가능성을 둘러싼 세계사적 사건이었음을 강조한다.
문화대혁명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었지만, 혼란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사유와 실험, 그리고 아직 평가되지 않은 가능성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지워진 층위를 복원함과 동시에, 자본주의가 사실상 유일한 질서로 받아들여지는 오늘날에 문화대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이다

▶ 『해서파관』 논쟁과 문화대혁명의 기원
문화대혁명의 출발점과도 같은 역사극 『해서파관』 논쟁은 일반적으로 대약진운동의 실패를 둘러싼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갈등으로 여겨졌다. 1부는 이 『해서파관』을 둘러싼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분석한다. 먼저, 『해서파관』 논쟁을 일으켰던 야오원위안의 비판을 파고들며 『해서파관』과 논쟁이 문화대혁명을 추동시키게 된 논리적 경로를 자세하게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해서파관』 논쟁은 단순한 정치적 은유나 권력 암투의 반영이 아니라, 역사유물론이라는 이론적 틀 속에서 역사와 계급, 재현을 둘러싸고 벌어진 인식론적 충돌이었다. 『해서파관』 논쟁은 결코 중국공산당 최고위층의 권력 투쟁에 그치는 사건이 아니었으며, 사회주의와 그 역사적 동력의 문제를 둘러싼 문화-정치적 사건이었다.
2부에서는 문화대혁명에 대한 마오쩌둥의 본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다룬다. 문화대혁명은 생산력의 발전을 통해 계급과 권력이 소멸한다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유물론적 도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마오쩌둥은 당시 사회주의의 미래에 대해 점점 더 깊은 위기의식과 비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마오쩌둥은 사회주의 국가의 이데올로기적 틀과 국가 중심 문화기구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으며, 중앙 문화기구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혁명적 문화와 당의 정치적 정당성이라는 중대한 문제들을 대중 스스로 성찰하게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여겼다. 저자는 마오쩌둥의 비극적 전망이 문화대혁명을 발동시키게 된 내면적 동기가 되었다고 본다.
▶ 마오쩌둥의 대중 정치 실험과 그 한계
3부는 문화대혁명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대중운동 조직의 폭발과 그 분열을 다룬다. 마오쩌둥은 모든 권위에 대한 탈권을 지시했는데, 이러한 지시는 곧이어 홍위병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홍위병은 크게 혁명 혈통을 이어받은 ‘보황파’와 출신 성분이 좋지 못한 ‘조반파’로 분열되었으며 이후 대중 조직의 쟁점은 독립 조직 자체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권력을 쟁취한 상대 조직을 끊임없이 해체하는 것으로 변질된다. 이에 마오쩌둥은 탈권을 멈추고, 홍위병을 통해 터져 나온 혁명 역량을 체제 내부로 제한하는 결단을 내린다. 1968년 마오쩌둥은 홍위병 지도자들에게 탈권과 무장 투쟁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로써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정치 조직을 만들겠다는 마오쩌둥의 정치적 실험은 막을 내린다.
마지막 4부에서는 문화대혁명 말기를 다룬다. 마오쩌둥은 사망 직전인 1975년 대중 이론 학습을 전개함으로써 문화대혁명을 대중과 함께 평가하려 했다. 이러한 의도에서 마오쩌둥은 사회 곳곳, 특히 공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대토론회를 조직한다. 저자는 마오쩌둥이 전개시킨 대중 이론 학습 운동의 의미를 분석한다. 마오쩌둥은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문화대혁명의 이론적, 실천적 문제를 덩샤오핑이 계승해주기를 바랐으나, 덩샤오핑은 이를 거절했다. 이로써 문화대혁명은 스스로를 평가할 기회를 잃게 된다. 저자는 덩샤오핑이 어떠한 이유로 문화대혁명에 대한 재검토를 거절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문화대혁명의 종결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 미완의 정치 실험이 남긴 질문
문화대혁명을 사유함에 있어 그것의 불가능성에만 매몰되는 것은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정치 실험이 가진 잠재적 역량을 완전히 사장할 뿐이며, 오늘날의 모순에 대항할 중요한 실천적, 사상적 자원을 폐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저자는 문화대혁명을 충분히 사유되지 못한 채 중단된 ‘미완의 정치 실험’이라고 말한다. 책에서 그는 문화대혁명을 다시금 살피며 사회주의 체제와 권력이 과연 함께할 수 있는지, 좌파적 권력은 어떤 식으로 발휘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은 신자유주의의 장기화와 함께 오늘날의 시대를 고민할 수 있는 인식론적 토대를 마련해준다.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장악한 오늘날의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그것과 대척점에 서 있었던 과거의 경험을 새롭게 불러내는 일일지 모른다. 문화대혁명과 같은 극좌적 시대의 흔적은 극우의 시대를 고민할 수 있는 이론적 발판을 마련하고 새로운 권력의 발명을 상상하는 데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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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84-85 역사적 유물론은 생산력 발전의 법칙에 토대를 둔 역사 철학이다. 그것은 ‘새로운 생산력’을 대표하는 ‘선진 계급’이 생산력 발전 자체에 대한 장애물인 ‘낡은’ 것을 대표하는 ‘반동 계급’을 타도할 것을 요구한다. 『해서파관』 논쟁이 역사적 유물론에 있어 개념적 공백을 드러냈던 것이 바로 이 맥락이다. 이 공백은 오랜 시간 동안 중국 사회주의 내에 잠재해 있었고, 루산 회의에서 더욱 첨예한 갈등으로 표면화되었다. 역사적 유물론은 중국 역사 속 농민 반란의 정치적 의미—즉, 그것에 부여되어야 할 가치 판단—를 다루는 데 그랬던 것처럼, 사회주의 체제하의 농민의 정치적 역할이라는 딜레마를 다루는 데에도 무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p179 1956년 소련과의 최초 논쟁 이후 20년이 지난 1976년 무렵, 마오쩌둥은 수정주의 개념을 분석적 예측이자 대중 정치 동원의 목표로 간주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줄다리기에서, 사회주의는 결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사실상 자본주의가 ‘가능성이 더 큰 승자’로 보였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비판적으로 재평가하고 대중 동원을 통한 새로운 정치적 창조를 배치하는 것만이 이러한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었다.
p284 실제로 1966년 하반기에 등장한 독립 조직들은 극단적으로 파편화되어 있었지만, 그들 존재의 목적은 탈권이 아니었다. 다른 한편으로 첫 번째 독립 조직의 파편화는 그 이후 나타난 분파적 대립의 구조적 모델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첫 번째의 경우 다원화는 무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두 번째 경우 모든 것은 가차 없이 동일한 패턴에 연계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첫 번째 독립적인 조직들은 무제한적으로 다원화되었던 반면, 1967년 이후의 파벌 혹은 파벌들 사이의 연합은 모든 곳에서 오직 두 파벌뿐이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핵심적인 목표는 오직 적의 섬멸을 통해 ‘유일자’가 되는 것이었다.
p395 회의를 통해 당시 상황이 자기-파괴적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바, 당시까지 홍위병 조직들은 그 어떠한 정치적 내용도 결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홍위병들은 1966년 8월 「16개조」에 의해 “우리 당과 대중을 밀접하게 연계하는 훌륭한 교량”으로 환영받았다. 이 문건에 따르면 그들은 “일시적이 아니라 영원한 조직이 되어야 하며” “오랜 시간 운영해야 하고” 비단 대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장, 광산, 이웃, 마을, 시골”에서도 환영받아야 했다. 1968년 7월 칭화대학에 노동자가 파견되고 본 회의가 개최되면서 마오쩌둥과 중앙위원회는 그러한 제멋대로인 조직은 종결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1966년 시작된 정치적 실험에 관해서 “대중은 스스로 해방되어야 하며, 그 누구도 어떤 방식으로도 그들을 대신해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1966년 8월 마오주의자들의 또 다른 유명한 선언에서 표현된 것과 같은 독립 조직들은 종말을 맡게 된 것이다.
p451 10년 동안의 혁명에 대한 정치적 재고찰 그리고 좀 더 일반적인 차원에서 전체 공산주의 경험을 다시 사유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인식되었던 1975년의 이론 공부 운동은 실상 덩샤오핑의 프로그램을 형성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 되었다. 비록 마오쩌둥의 의도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지만, 덩샤오핑은 이 운동을 지렛대로 삼으려 했다. 마오쩌둥에게 있어서는 문화대혁명의 정치적 평가를 지원하고 그것의 착오를 인정하고 수정하면서, 새로운 이론적 통찰과 그것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이슈였다. 하지만 덩샤오핑에게 있어서는 비록 그가 이전 질서의 불연속성과 관련된 핵심 이슈들을 포함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대혁명을 어떻게 부정할 것인지가 이슈였다.
저자소개
지은이
알렉산드로 루소(Alessandro Russo)
이탈리아의 사회학자로, 볼로냐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쳤으며 워싱턴대학교(시애틀)와 중국 칭화대학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현대 중국 정치, 교육·문화의 정치적 근대화, 혁명적 정치문화와 주체성 형성 등을 주된 연구영역으로 삼는다. 저서로는 Le rovine del mandato(1985), La sociologia di Freud(2013)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정치적 1960년대’ 연구와 중국 이주노동자 조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옮긴이
피경훈
고려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중국언어와문화학과 교수로 있다. ‘문화대혁명과 사회주의적 주체성의 문제’, ‘중국의 제국 담론’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문화대혁명’: 그 질서와 메시지에 관하여」, 「‘반현대적 현대성’을 다시 생각한다」, 「방법으로서의 중국과 ‘비판’의 문제에 관하여」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중국 지식의 시공간과 탈경계』(공저), 옮긴 책으로 『계몽의 자아와해』, 『마르크스로 돌아가다』(이상 공역), 『비판철학의 비판』, 『마오쩌둥을 다시 생각한다』, 『국치를 잊지 말라』가 있다.

차례
감사의 글
서문
1부 연극적 프롤로그
1 ‘정직한 관리’의 내세
2 정치적 딜레마와 역사적 딜레마
3 해결되지 않은 논쟁
2부 마오쩌둥의 불안과 결단
4 가능한 패배와 수정주의
5 문화적 초자아의 축소
3부 계급 정치에 대한 정치적 시험
6 조직을 시험하기
7 노동 계급과 그 세계관의 파열
8 자기-패배를 마주하며
4부 시대적 전환의 가장자리에서
9 정치적 평가를 위한 지적 조건들
10 덩샤오핑 전략의 토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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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의 혁명적 문화지은이 : 알렉산드로 루소옮긴이 : 피경훈 쪽수 : 528쪽 판형 : 150*225 ISBN : 979-11-6861-660-8 93910 가격 : 48,000원 발행일 : 2026년 4월 20일 분류 : 국내도서 > 역사/문화 > 동양사 > 중국사 > 중국근현대사 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근현대사(아편전쟁 이후) 국내도서 > 역사 > 동양사 /동양문화 > 중국역사/문화 > 중국사.중국문화 일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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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의 혁명적 문화 | 문화대혁명을 다시 사유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1960~7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격변이 이어졌던 시기였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역시 그 중심에 있었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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