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광장(agora)이 그리스어 만나다(agorein)에서 파생된 것을 고려할 때 광장이란 시민들이 광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는 공공장소를 뜻합니다. 만나서 교환하려면 일단 만나야 하는데요. 만나러 가는 교통수단이 모두 다르다면 그건 광장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15분' 도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건 이들이 가진 오독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15분의 기준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15분 도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거리 안에 업무. 교육, 의료, 문화, 상업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도시'를 뜻하는 단순한 개념입니다. '걷거나 자전거'가 생략된 납작한 15분은 그 자체로 힘을 잃습니다.
저자는 사랑을 뜻하는 'philos'와 장소를 뜻하는 'topos'를 결합한 'topophilia'를 제안합니다. 애착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도시야말로 모두를 위한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 개발논리와 다르게 공동체를 위해 작동하는 도시를 꿈꾸시는 독자분들께서『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를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브리크 매거진
“중요한 건 15분이 아니다” 선거 공약 너머 진짜 도시를 묻다…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출간
지난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15분 도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5년이 흐른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이 개념은 ‘n분 도시’라는 이름으로 후보자들의 단골 공약에 다시 등장했다. 프랑스 파리와 미국 디트로이트 그리고 호주 멜버른을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가 이를 미래 비전으로 삼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 개념이 단순한 행정 홍보 수단이나 효율성 위주의 지표로 오용되기도 한다.

경향신문 허남설 기자는 건축학을 전공한 뒤 오랜 시간 도시행정과 사회 문제를 취재했다. 저자는 15분 도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신간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15분 도시가 진짜 말하는 것들’을 출간했다. 이 책은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가야 할 공간의 조건을 탐구한다.
15분 도시는 흔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거리 안에 생활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정의된다. 그러나 저자는 중요한 것이 15분이라는 수치나 속도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현대인들은 과밀한 대중교통에 몸을 욱여넣고 자동차 중심의 위험한 도로 환경 속에서 일상을 견뎌낸다. 저자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장소에 대한 애착 즉 ‘토포필리아topophilia’의 회복이라고 지적한다. 15분 도시의 본질은 미래의 추상적인 도시 모델을 설계하는 기술이 아니다. 내가 걷는 골목과 공원 그리고 동네 학교와 이웃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문제다.
책은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이곳은 공공의 무신경 속에서 시민 공간의 지위를 잃어갔다. 저자는 아끼는 마음만으로 소중한 장소를 지킬 수 없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이어 개발 논리를 깨고 우리 주변에서 공간을 직접 지키며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현장 기록을 담아냈다.
저자는 ‘도시팝’ 프로젝트에 주목한다. 이 프로젝트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점령했던 도로 한복판에 우리동네 리어카를 펼쳤다. 위험했던 도로는 소극장과 도서관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서울 송정동의 오래된 다가구주택인 코끼리빌라를 단돈 1유로에 내어준 ‘1유로 프로젝트’ 같은 상생 모델도 소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버려진 동네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남는 공간을 주민 공유 인프라로 전환한 경남 밀양 밀주초등학교 사례도 담겼다. 밀주초등학교는 텅 빈 운동장을 생태운동장으로 바꿨다. 또 교직원 전용 공간을 북카페로 개조해 주말마다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학교와 마을의 성공적인 결합 모델을 제시한 결과다.
이 책은 골목에 서가를 펼치고 낡은 건물을 시민의 아이디어로 채워 나가는 시도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도시는 행정가나 정치가 혼자 만드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한 걸음씩 내딛는 발자국 위에서 진화하는 유기체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추천사를 통해 성수동의 오늘은 공공의 일방적인 설계가 아닌 시민의 아이디어가 빚어낸 결실이라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행정이 주연이 되기보다 시민이 주인공으로 활약할 무대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했다.
도서명.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부제: 15분 도시가 진짜 말하는 것들)
지은이.
허남설
출판사.
산지니
출간일.
2026년 5월 22일
분량.
232쪽
정가.
2만 원
출처: 김태진 에디터, 2026년 6월 12일, <브리크 매거진>
“중요한 건 15분이 아니다” 선거 공약 너머 진짜 도시를 묻다…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출
허남설 기자의 신간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산지니) 출간. 2026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등장한 'n분 도시'의 오해를 풀고, 1유로 프로젝트와 생태학교 사례를 통해 '장소 애착(토포필리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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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 ‘n분 도시’의 시대 도시의 진짜 주인을 묻다15분 도시가 진짜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를 찾아서 2021년 4월 열린 재‧보궐선거에서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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