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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가네코 후미코, 나는 나 - 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26.

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나는 나』를 읽고

 

  안녕하세요? 저는 산지니 출판사 인턴 4일 차에 접어든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지윤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영광스러운 인턴일기의 첫 시작을 제가 읽은 책 소개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그 책은 바로 (두구두구두구)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입니다. (빠밤!) 이 책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번 주 월요일인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 사망 86주기를 맞아 출간된 그녀의 옥중수기로 조정민 선생님께서 옮겨주셨습니다. 아주 따끈따끈한 신간이죠? 저는 이 책을 손에 받아든 순간 방금 구워져 나온 빵에서 나오는 온기를 느꼈고, 책의 표지를 넘기는 순간 부지런히 돌아가는 인쇄기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으흥 여러분이 믿어주시는 걸로!)

 

  책 『나는 나』를 다 읽고서 표지를 보고 있으니 ‘나는 나에요 상관말아요요요요.’라는 DJ DOC의 '디오씨와 춤을’이라는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깜짝 놀랐지 뭐에요. 그녀가 옥중일기를 통해 하는 말이 바로 그 말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누구의 사유물이 아니다. 나는 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했거든요.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여러분은 가네코 후미코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2006년, 광복절을 맞아 그녀를 다룬 드라마가 2부작으로 방송된 적이 있었더군요. 한국의 독립운동가 박열의 부인으로만 알려졌던 그녀를 재조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네코 후미코는 1903년 1월 25일 요코하마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사정으로 출생신고를 못 하는 바람에 무적자인 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어릴 적 총명한 아이였던 후미코는 어떻게든 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무적자이기 때문에 졸업식에서 혼자만 졸업장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책 『나는 나』는 1926년 7월 27일, 23살의 나이로 사형선고를 받고 수용되었던 그녀가 죽기 전 남긴 옥중수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자살했다고 알려졌지만, 정말로 그녀가 목을 매 목숨을 끊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속에는 절반이 넘게 그녀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7년간 충청북도 부강에 있는 그녀의 친 할머니 댁에서 지낸 부분이 말입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고모의 양녀로 갔지만, 식모로 전락해버린 고된 생활을 읽어 내려가던 눈이 별안간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어린 후미코가 겪어내기엔 너무도 차갑고 매서운 생활이었거든요. 그 이후에도 쭉 자신의 의견은 무시된 채 집안의 어른들에 의해 조선에서 일본으로 전전한 끝에 후미코는 그 어떤 곳에서도 편히 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큰 슬픔을 느꼈지만, 그녀는 이제 어린 후미코가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책을 열망하던 그녀는 오직 자신의 의지로 도쿄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녀의 힘찬 발걸음에 드디어 한 줌의 햇빛이 들어오는 걸까요.

 

  나는 이미 자립할 수 있는 연령에 달해있다. 그렇다. 나는 내 삶은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도쿄야말로 나의 삶을 굳건히 세울 수 있는 미개간의 광야인 것이다.

  도쿄로! 도쿄로!

『나는 나』, 30쪽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라고 해서 그녀가 감옥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안네의 일기가 살며시 떠오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옥중수기는 머리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판사의 명령을 받고 차가운 감방에서 그녀의 성장 과정에 대해 쓴 수기입니다. 상처투성이였던 고된 어린 시절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가네코 후미코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고서도 그녀가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가질 순 없었을까요. 그녀가 머리말에 남겨둔 글을 끝으로 이 글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나는 더 많은 세상의 부모들이 이 수기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부모들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읽어주었으면 한다.

『나는 나』, 13쪽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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