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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타당한가?> 심층토론회를 다녀와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19.

 

김창욱 음악평론가님

 

  지난 17일 오후 2시에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의 타당성에 대한 심층토론회가 부산YMCA 소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이 날 '부산오페라하우스,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신 김창욱 음악평론가의 의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막대한 건립비(3천37억원 예상)에 비해 부산시의 문화시설의 관리와 운영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 영화의전당 누수 사건, 스프링클러관이 터져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이 물바다가 된 사건,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발생한 하자로 부실시공 시비에 휘말린 사건 등이 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건립이 된다고 해도 이후에 소요될 막대한 운영비는 누가, 어떻게 감당할지 알 수 없다.

 

② 규모나 디자인 등 오페라하우스의 구조물 자체에 대한 논의는 활발했으나, 부산시는 정작 그 곳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가진 적 없이 일사천리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운영을 위한 콘텐츠 개발, 기능에 따른 공간활용,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전문 예술단과 스탭은 물론 행정요원과 같은 운영인력 확보에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③ 오페라하우스의 핵심 콘텐츠는 ‘오페라’이지만, 부산시에는 그에 대한 수요가 미미하다. 게다가 오페라는 음악, 연극, 춤이 포괄되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이를 무대화할 경우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 더구나 오페라 티켓값은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몇 십만원이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말이다. 불과 0.1% 내외의 극소수 관객을 위해서 3천억짜리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닌가?

 

④ 오늘날 부산에는 적지 않은 문화시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평균가동률은 20-40%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이들이 다시 찾고 싶어하는 공연콘텐츠나 프로그램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운영주체가 행정직 공무원으로 포진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하고, 공연기획 예산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⑤ 오늘날 부산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활기 잃은 부산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고, 그들의 왜소해진 문화적 자존감과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차제에 부산참여연대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백서'를 펴낼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 오페라하우스 건립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건립에 찬성 및 반대한 사람들의 명단을 싣자. 즉 누가, 언제, 어떤 매체를 통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후대의 평가 근거를 마련해 두자는 의미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예상도


  토론자 이승욱 위원은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예상 공연비로는 여타 오페라하우스에서 올리는 공연의 양과 질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경우 공연사업비를 42억원으로 잡고있는 데 반해 뮤지컬이나 오페라 중 한 편 당 100억원 정도의 공연비가 드는 것들도 많은데, 과연 동북아 최고의 그리고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오페라하우스로 운영할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승욱 위원은 오페라하우스 건립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부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야외극장 등과 같은 다른 대안들에 대해 폭넓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정희준, 김창욱, 이우환, 이승욱

 

  토론자 이우환 계장은 부산의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오페라하우스가 필요하며, 오페라하우스의 건립과 운영을 통해 도시개발, 문화 향상, 문화 향유 기회 확대,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시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결정한 것이므로 건립의 타당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으며,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므로 백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다만 건립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과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토론회장 분위기는 사뭇 냉담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건립비 문제도, 운영비 문제도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객석의 질문에서도 나왔던 말이지만, 부산 문화의 자긍심은 시설물을 잘 짓기보다는 콘텐츠를 개발해서 부산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전당처럼 매년 40억원의 적자를 내는, 겉만 화려한 건축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혈세로 건립되고 운영될 수도 있는 건축물 건립 계획을 시에서 막무가내로 강행하려 한다는 점이 불쾌했습니다. 물론 시에서도 충분히 검토한 후 정한 일일수도 있지만, 그 전에 그 타당성을 시민들에게 일일히 찾아가서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취지는 좋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런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시에서 처음부터 콘텐츠와 운영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와 (기부하는)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 공동체,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게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중의 발견 - 10점
김창욱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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