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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김해 돗대산과 시인의 농막

by 산지니북 2012. 11. 20.

지난 토요일 출판사 식구들과 김해 나들이를 했습니다.

대동면에 있는 신진 선생님 농막에 초대를 받았거든요.

신진 선생님은 시인이시며 최근 산지니에서 첫 연구서『한국시의 이론』을 내기도 하셨지요.

출간 전에 교정지 검토하러 출판사를 방문하셨는데, 모두 책상에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모니터랑 원고만 보며 일하는 저희 모습이 안스러워보이셨다나요.

"책만 파지 말고 산길도 좀 걷고 나무냄새도 맡고 우리 농막에서 감도 따묵고 하믄 좋을 끼다." 하며 초대해주셨습니다.

 

 

 

부산도시철도 3호선 덕천역을 지나니 갑자기 밖이 훤해지면서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풍경이 좋으니 전철도 탈만하네요.

 

 

경전철 안에서 바라본 철길과 김해시 풍경

 

대저역에서 경전철로 갈아 탔습니다. 부산 사상에서 김해 삼계동을 잇는 경전철은 2011년 9월 개통했는데 예상보다 이용자가 적어 운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역사에 입점했던 편의점이 모두 철수하는 소동도 벌어지구요. 저도 이날 처음 타봤는데 2량의 열차는 생각보다 아담하고 안은 꽤 한산했습니다.

 

약속장소인 김해 불암역에 내리니 선생님이 마중나와 계셨습니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도로를 10여분쯤 걸으니 오른편으로 곧 산길이 나타났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프로의 포스가 확 느껴지는 신진 선생님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산지니 식구들을 특별 배려하여 짜여진 오늘 산행은 돗대산 정상(해발 380미터)을 오르는 2시간 거리의 가벼운(?) 산책 코스.

 

 

등산 전 준비운동은 필수!

헛둘 헛둘! 대장님의 구령에 맞춰 모두 준비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뭔가 어설퍼 보이는 중에 선생님의 포즈는 단연 압권. 사실 등산 전 준비운동은 부상을 막기 위해 필수죠. 귀찮아서 늘 건너뛰지만요.

 

 

언덕 하나 올랐을 뿐인데 벌써 김해시가 발 아래로 내려다 보입니다.

벌써 정상에 온 기분.

 

 

아침엔 쌀쌀했는데 산을 오르니 어느새 땀이 흐릅니다.

아직 걸을만합니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풍경은 좋기만한데 고도가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말이 없습니다.

 

 

고개 숙이고 묵묵히 걷기만 하는 사람들

도시의 아스팔트, 보도블록만 걷다가 폭신폭신 낙엽과 보드라운 흙을 밟으니 오늘은 발이 호강이네요.

 

우리 앞길을 가로막은 암벽들

가벼운 산책로라고 하셨는데...

 

 

돛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모두 무사히 정상에 올랐습니다.

 

 

기념촬영과 야호 한판.

 

 

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특별 간식 오골계 알

통에 가득하던 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껍질만 남았네요.

오골계 알과 에이스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이제 하산할 일만 남았네요. 야호~

 

 

빨치산이 된 산지니 식구들

하산 중에 길을 잃어 잡목을 헤쳐가며 없는 길을 만들며 내려왔습니다.

돗대산이란 이름답게 산이 어찌나 가파르던지요.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 떼굴떼굴 구르는 소리, 엉덩방아 찧는 소리가 산중에 울려퍼졌습니다. 가벼운 산책이 고난도 유격훈련으로 바뀌었습니다. 다행히 모두들 무사히 하산하였습니다.

 

 

 

농막 가는 길은 정겨운 돌담길

 

 

2시간이 배로 늘어난 4시간 산행 끝에 시인의 농막에 도착했습니다.

 

뒷마당 텃밭에는 배추, 무우, 파 등 온갖 푸성귀가 가득했습니다.
곧 김장철인데 잘 자란 배추들을 보니 부럽네요.

올 겨울 배추값이 작년의 2배라니 걱정입니다.

 

 

풀어 기르는 닭들

어떤 녀석이 오골계인지 모르겠네요.

산 정상에서 까먹은 닭알 참 맛있었는데요.

 

 

우리를 반겨준 까불이 '야차'

덩치가 산만합니다.

 

 

생후 3개월된 삽살개 '달구'

아직 어려서 그런지 겁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머리만 빼꼼 내밀고 우리를 살피더군요.

 

 

선생님이 손수 기른 감나무의 감

감이 달고 맛있었습니다. 껍질을 깎다 선생님께 혼났습니다.^^

싱싱하고 약을 전혀 안친거라 껍질채 먹어도 된다네요.

 

 

농막 옆 너른 마당

평상에서 다리쉼을 하고 감도 따먹고 달구랑 야차랑 즐겁게 놀았습니다. 

 

 

농막 아래 마을에 있는 돼지국밥집에서 따끈한 국물과 쫄깃한 흑돼지 수육으로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다들 잊지 못할 하루였습니다.

 

 

귀가길. 주중마을 정류소 앞에서 웅성웅성

 

선생님은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해주시며 또 놀러오라셨습니다.

다들 웃음으로 대답을 얼버무렸습니다.

오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까지는 돗대산에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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