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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지겨운 연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연애의 온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4. 7.

지겨운 연애, 그리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연애의 온도>




     벚꽃이 떨어지는 토요일 하루를 하릴없이 보내고 난 저는, 누군가와의 통화가 끝나자 곧장 영화를 봐야겠다는 결심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어떤 영화를 보는 게 좋을까. 주중 내내 원고를 보고 타이핑 작업에 여념이 없었던 지라, 주말만큼은 책을 읽고 싶진 않았거든요.(그렇게 말은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또 까페에 틀어박혀 소설책 한 권을 읽기도 하였지요.) 어제 새벽부터 주르륵주르륵 내리는 봄비는 때마침 제가 영화관에 나설 때 즈음이었던 세 시를 기점으로 거짓말처럼 그쳤답니다. 영화관에 가서 문화충전 좀 하고 오라는 신의 계시였던가요. 글쎄요. 후후.


     최근 보았던 영화는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 정도입니다. 대중영화를 꺼려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제가 선택하는 영화들은 모조리 흥행에 실패하더군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유를 좀 덜어낼 수 있는 발랄하고 경쾌한 영화를 봐야겠어, 라는 결심을 갖고 <연애의 온도>를 예매하곤 발권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제 손엔 영화표 한 장이 달랑 떨어졌지요. 혼자서 영화 보러가는 데 민망하기도 하고 연인들 옆에 치이기도 싫어서 일부러 구석자리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네...하하.


     그러나 이 영화도 만만치 않더군요. ‘사유’를 없앨 수 있는 영화란 어떤 종류의 걸까요. 사실 상업영화라고 싸잡아 비판해 온 조폭영화에도 어쩌면 한국사회의 단면이 들어있는 셈이니, 이러한 연애영화야말로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 아침에 모바일용 이북으로 읽었던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라는 책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합니다. <연애의 온도>도 어쩌면 이 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거든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이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린 나’의 생명줄이었다면 사랑하는 상대는 ‘지금의 나’의 심리적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에게 실망스러운 점이 눈에 띄는 것도, 사랑이 시들해지는 것도 결국에 그가 나의 텅 빈 곳을 온전히 채워 줄 상대가 아닌 탓이다.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안다고 가정하는 그를 사랑한다.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다 잘 알고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이 가정하고 있는 상대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려야 한다. (…) 우리가 그에 대해 생각하고 가정하는 것을 줄이면 줄일수록 그의 본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이 책의 요는 이렇습니다. 사회화의 과정 속에 만나게 되는 혈육이 아닌 가장 가까운 ‘타인’인 존재가 바로 연인임을 상정하고 하는 말일 텐데요. 우리가 사랑을 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는 이유가 심리학적 용어와 함께 사례 중심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보게 된 영화 <연애의 온도>, 역시나 책과 비슷한 온도의 애잔한 느낌을 안겨 주더군요.

 

 

두렵고 무서운 롤러코스터지만, 그래도 타야겠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주인공은 롤러코스터를 타기로 합니다. 두 주인공이 스릴을 즐기는 걸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 데 말입니다. 의미는 간명했습니다. 두 주인공이 치고 박고 싸우고 서로를 환멸하며 헐뜯고 비난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 모두 치졸한 행위들에 불과할지언정, 남는 것은 ‘사랑’을 했다는 진실과 그 '사랑'의 진정성에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괴롭고 아프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롤러코스터와 같은 '사랑'을 겪어 보지 않았더라면 타면서 겪는 통쾌한 ‘스릴’마저도 겪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처럼, 대부분의 사랑은 두렵습니다. 내 행동으로 인해 그 사람의 감정에 생채기를 내면 어떠할까 전전긍긍해 하면서도, 이 영화처럼 그 배려하는 행동마저도 갈등으로 남는 거겠죠.


     벚꽃은 피었다지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봄날의 해사한 분홍빛 무드도 곧 사라지고 없어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일만은 아닙니다. 곧 여름이 올테니까요. 조금 쓸쓸해질지도, 많이 아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꽃은 매년 봄마다 핀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닥 감상에 젖어 있을 일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꽃이 져서 가슴이 매우 쓰라리지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정했던 사람과 소원해지게 된다는 점―인간사 모두가 그러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다만 필연적인 일이기 때문에 슬퍼할 일만은 아니라는 거겠죠? 여튼 저는 영화 <연애의 온도>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4월인데 비가 그치고 나니 봄도 끝나 버린 것 같아 마음이 뒤숭숭하네요.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또 사람을 만납니다. 사랑을 합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되세요 :-D


심리학, 아픈 사랑에 답하다 - 10점
이규환 지음/왕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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