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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구글이 산지니에게 보낸 화해 신청서

by 산지니북 2009. 9. 23.

지난 4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에서 출판사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Google의 도서 및 기타 문헌의 스캐닝에 대한 법적 알림사항> 이라는 제목의 저작권 화해 통지문이었다. 구글이 산지니에게 화해 신청을 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귀하가 본 통지문을 받으시게 된 것은 저희 기록에 귀하가 도서 발행자로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가지는 귀하의 권리 및 귀하가 발행하는 도서의 저자들의 권리는 Google이 도서 및 기타 문헌들을 스캐닝하는 것과 관련하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상의 화해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google이 보낸 통지문 중에서>


구글이 미국 도서관에서 스캔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책들에 대하여 한국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저작권 화해를 신청하는 내용이었다. 뉴스를 통해 구글이 미국 도서관 책을 스캔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것이 우리 출판사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출판사의 책 중 어느 책이 전산화되었는지 통지문에는 나와있지 않았고, 각자 알아서 찾아보라고 했다.

미국에 있는 도서관들에 산지니 책이 과연 몇 권이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구글도서(http://books.google.com) 검색창에 '산지니'라고 입력하니, 헉! 총 66권의 책이 검색되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80여 권 중에 비매품이나 교재용 도서 몇 권을 제외하면 90% 이상의 책들이 미국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는 말이다. 대체 어떤 경로로 미국의 도서관들에 이 많은 책들이 들어가게 된 걸까.

산지니에 대해 검색한 114개 도서 중 61 - 70개

http://books.google.com/books?q=%EC%82%B0%EC%A7%80%EB%8B%88&lr=&hl=ko&sa=N&start=80

개별 항목을 열어보니
제목, 표지사진, 저자, 발행일, ISBN, 쪽수 등 도서정보와 간략한 책소개(혹은 목차 전부를 소개해 놓기도 함)가 나와 있었다. 이정도 내용은 국내 포털 네이버나 다음의 '책 서비스'에도 다 나오는 내용이라서 그리 놀라진 않았다. '저작권 화해 신청'이라기에 책 내용중 일부를 통째로 스캔 받아서 보여주고 있는건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구글도서에 소개된 반송사람들

http://books.google.com/books?id=wKKnGQAACAAJ&dq=%EC%82%B0%EC%A7%80%EB%8B%88&lr=&hl=ko

책을 소개하는 화면 왼쪽에 '도서관에서 찾기' 라는 링크를 누르면, 책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도서관 목록이 촥 열린다. 2006년 출간된 <반송사람들> (관련글 링크) 을 검색해봤더니 워싱턴대학, 미시건대학, 하버드 대학 도서관에 책이 비치돼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계속 찾아봤다. 산지니 첫 책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을 검색해 보니 미국 내 4개 대학 도서관과 미국 의회 도서관에 책이 있다고 나왔다. 연구자들이 책을 신청했는지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구매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서관의 도서 구입 예산이 한국의 도서관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반송사람들'이 하버드 대학도서관에도 있다니...

http://www.worldcat.org/oclc/71228102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04년부터 시작한 구글의 '도서관 프로젝트' 때문이다. 구글은 미국 도서관들과 협약하여 도서관 소장 도서 700여만 권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방대한 양의 도서정보가 구글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였고,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작가협회와 펭귄 등 대형출판사들이 구글에 저작권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권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때문이다.

'구글은 전산화한 데이터를 확보한 데 따른 보상으로 오는 2010년 1월 5일까지 구글 도서권리등록소에 등록을 할 경우 단행본 한 권당 60달러를 보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구글이 치뤄야하는 비용은 4천5백만달러. 

미국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국내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을 수 있다.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구글은 국내외 저작권자들에게 통지문을 보냈고, 화해를 하지 않으려면 관련 있는 책들을 직접 검색해서 개별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라는 식이다. 산지니는 구글의 저작권화해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책표지와 간단한 도서 정보만 제공되는 것이므로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것 같다. 책 소개에도 도움이 될테고. 다른 출판사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다. 지금은 제한된 범위에서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하고 있지만, 이런 엄청난 양의 데이타베이스를 변형, 활용해서 만약 다른 곳에 써먹는다면... 그때는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데... 가능한 일일까?

미국 사법당국은 '구글의 도서 검색과 관련된 반독점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 중'이며 반독점법 위반여부는 오는 10월 뉴욕지방법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저작권자(작가와 출판사)들은, 이미 거대한 구글이 '도서관 프로젝트'로 인해 더 거대한 공룡이 될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 같다. 도서 정보 제공 서비스로 인해 구글이 국내 출판사들에게 착한 공룡이 될지 나쁜 공룡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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