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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전자책과 종이책

by 산지니북 2009. 10. 13.

 

 서울에서 열린 전자출판 세미나에 다녀왔다. 출판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 대부분이 경기도 파주의 출판단지나 서울에서 열린다. KTX의 탄생으로 서울 부산 이동시간이 짧아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왔다갔다 하루길이다. 3시간 강의 들으러 9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 사장님이 출판사 창업할 때 10이면 10사람 모두 부산에서 출판사 차리는 걸 말렸다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몇년전 e-book(전자책)이란 물건이 출판업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 출판사들은 긴장했다. e-book 이란 종이가 아닌 전용리더기나 컴퓨터 모니터 등을 통해 읽는 디지털 서적을 뜻한다. 전자책은 우선 보관하기 쉽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종이책이 만원이면 똑같은 내용의 전자책은 5~6천원 밖에 안하니, 가뜩이나 힘든 출판시장에서 종이책이 더 안 팔리는 건 아닐까? 혹은 가격이 비록 싸다고 해도 2~30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을 모니터로 읽으려는 독자가 과연 있을까? 온갖 영상매체들의 범람으로 현대인의 눈은 갈수록 피로해지는데 말이다.


그런데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시장에 나오면서 출판업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란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기기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출시한 '킨들'이다. E-ink방식을 채택한 킨들은 기존 컴퓨터모니터와는 달리 오래 봐도 눈이 덜 피로하고(마치 종이책을 읽는것처럼) 가볍고 크기도 작아 그냥 자그마한 문고판 책 한권 들고 다니는 수고로 그 안에는 수천권에서 수만천권까지 책을 보관할 수 있고, 휴대폰이 터지는 곳이면 어디서건 필요한 책을 무선인터넷으로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아직 흑백으로만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킨들

 

킨들로 책을 보는 남자

 
'킨들'이 해외에서 히트하며 성장가능성을 보이자 올초부터 삼성전자와 아이리버 같은 국내 기업들도 전자책단말기를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아직 아마존 킨들에 비해 기능은 좀 떨어지지만 IT강국 한국의 기업들은 곧 킨들을 따라잡아 한층 성능 좋은 기기들을 계속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 전자책 단말기가 계속 팔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휴대폰이 진화하는 것을 보면, 전자책 단말기도 하드웨어 면에서는 진화할 것임이 분명하지만 관건은 내용이다. 아직 전자책 단말기로 볼 수 있는 전자책의 종수가 그리 많지 않다. 출간된 종이책 중 일부만이 전자책으로 나와있는 상태다. 만화나 아동그림책, 문학, 장르 소설 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4~50만원의 거금을 들여 전자책 단말기를 장만하더라도 정작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이 전자책으로 나와 있지 않으면 그 비싼 기기는 무용지물이다.  비싼 기계로 만화나 소설책만 볼 순 없지 않나. 아마존이 보유한 35만권 이상의 전자책 컨텐츠가 없었다면 킨들이 히트칠 수 있었을까.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단말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읽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휴대폰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책에 중독되어 책을 안읽고는 하루도 못 살겠다는 사람은 많이 못본것 같다. 아무리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전자책단말기가 나오더라도 단말기를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흰 바탕에 껌정 글씨가 점점이 박혀 있는 책일 뿐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책에는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전자책 혹은 종이책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어떤 물건일 뿐이다.

 

지금까지 출간한 80여권의 산지니 책 중 약 40여권이 올 9월부터 전자책으로 서비스되고 있다.(산지니 e-book 보러가기) 나온지 3년이 넘은 책부터 6개월이 채 안된 신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아직 개인 구매보다는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의 수요가 많고 종이책에 비해 매출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전자책이 출판사의 효자가 될는지 알수없다. 게임과 영상에 폭 빠져있는 사람들을 더 유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거리 여행에 지참해야할 필수 품목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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