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턴 송정은입니다 : )

오늘은 『마살라』의 저자, 서성란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들고 왔습니다.

책을 읽고 이 작품은 여름의 향이 가득나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같이 눈부셨던 『마살라』와 서성란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함께 보실까요?

 

 


 

Q 서성란 작가님의 6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6『쓰엉』 이후 3년 만에 『마살라』로 돌아오셨는데요. 6번째 장편소설이라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살라』의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사로 보낼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저는 종교가 없지만,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신이란 글쓰기를 이끄는 안내자이고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마살라라는 말을 듣자마자 인도풍의 강한 향이 후각을 스쳤는데요. 작가의 말에서 인도 사람들로 꽉 찬 바라나시행 기차에서 눈을 감고 썼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도 여행에서 작가님께 영감을 준 장면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2013년 겨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해외작가파견사업에 선정되어 인도 뱅갈로르 레지던시에 참가하였습니다. 한 달 동안 외국 작가들과 생활하면서 낭독회와 작가 축제 등에 참여하고 혼자 남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레지던시가 끝난 뒤 콜카타와 바라나시, 델리 등의 도시를 여행했는데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다녔습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를 탔는데 돈을 아끼려고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3등 열차를 선택했습니다. 현지인으로 꽉 찬 열차에서 밤을 보냈는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열차는 안내 방송 없이 멈춰 섰다가 출발했고 저는 인도인 승객에게 물어 바라나시 정션 역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불편한 자리와 긴 여정, 낯선 도시를 향해 달리는 열차는 오랜 세월 희망 없이 소설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제 삶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Q,  독자로서 낯선 것으로부터 생기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브야사의 구술을 받아 적은 가네샤라든가 데바 신’, ‘시바처럼요. 어떻게 이런 신화를 끌고 오실 수 있었나요? 평소에도 신화에 관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A, 저는 신화를 즐겨 읽습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인도 신화와 대서사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브야사의 구술을 받아 적은 가네샤 이야기는 소설 창작을 하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Q, 아직 대중들에게 여행소설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께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실험적인 도전을 하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인도의 카페부터 작은 골목까지 묘사하셨어요. 인도를 여행하면서 이 책을 들고 가도 레 게스트하우스시바 카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여행소설을 쓰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소설을 쓰는 일은 기나긴 여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해도 그곳에 닿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권을 책을 완성하면 작가는 짐을 꾸려 다시 떠나야 합니다. 

Q,  사건이 고조되고 독자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절정에 달할 때마다 구걸하는 여인이 손을 내민다든지, ‘가 라훌과 시바의 밤을 보냅니다. 이 장면들로 하여금 환기를 시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역할이 있나요?

 

A, 『마살라』에서 바라나시는 신과 여인들의 도시로 그려집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의 중심 서사를 따라가면서 바라나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Q,  저는 글을 읽고나서 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인도에서의 일을 머릿속으로 재구상하여 소설로 쓰는 엔딩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질문지를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그 문장들이, 장면들이 여운이 되어 울리는데요. 작가님께서 가장 힘을 쏟거나 애정하는 장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은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M입니다. 작가가 자신이 창작한 작품 속 인물과 만나게 되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인 M과 조우한 후 더 이상 이설을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가 만나야 할 사람은 이설이 아니라 M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는 불완전하게 그려낸 작품 속 인물과 대면하자 더는 이설이라는 가공의 인물 뒤에 숨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독자에게 털어놓지 않았지만 사라진 소설가 이설은 화자 이고 는 미완성 소설을 완성하게 됩니다.

 

 

Q,  이번 작품 『마살라』에서는 소설을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지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설가 이설을 찾아 낯선 도시를 헤매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저는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왠지 소설을 쓰던 한 작가가 사회로부터 혹은 스스로 이방인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신춘문예를 통해 반짝 등장하고 이방인이 되기를 택하는 혹은 될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A, 저는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두려움에 빠집니다. 다시 첫 문장이 떠오르면 안심하면서 힘을 내 집필을 시작합니다. 저는 자주 두려워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겨우겨우 쓰고 있습니다. 소설가는 소설을 계속 쓰거나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드문드문 쓰거나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사라질 자유가 있습니다.

 

 

Q,  전작 『쓰엉』을 출간하신 후 작가님께서 하신 인터뷰를 포스트를 통해 본적이 있습니다. 장편소설 『풍년식당 레시피』, 단편집 『파프리카』에서 느꼈지만 작가님께서는 사회로부터 약자로 인식되었던 이방인들을 주체적인 인물로 자각하게 하는 것에 힘쓰셨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내고 싶으신지, 문학의 역할이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저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거나 소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지는 않습니다. 장편소설 마살라는 소설 쓰기란 무엇인가, 작가는 왜 쓰는 것이며 쓸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으로 작가님께 마살라는 무엇인가요. 또 작가님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나요?"(『마살라』 191)

 

A, 저에게 마살라는 소설을 쓴다는 행위에 대한 성찰입니다.

활자로 빽빽한 삼중당 문고판 소설을 읽었던 어느 날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내가 건너온 길을 돌아보고 걸어갈 자리를 가늠했습니다.

 

 

 

 

 

 

 

 

마살라 - 10점
서성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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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개와 구름이 산의 정상을 가만히 품어주고 있는 풍경을 더듬어가다 나는 달을 정복한 인간의 비애를 생각했다. 달의 정복은 인간이 쟁취해낸 승리가 아니라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주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잃어버린 서글픈 상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달을 정복하고 나서 인간은 무한한 달나라의 동화와 기원을 잃었다. 달그림자의 포근한 위안과 갈구를 잃어버렸다. 달은 이제 그저 무미건조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책을 들어가기 앞서’: 프롤로그

최영철 시인의 산문집 시로부터시의 사부’, ‘시의 무늬’, ‘시인 산책으로 이뤄져 있다. ‘시의 사부에서는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것을 일깨우고 오로지 에 대해 말한다면, ‘시의 무늬에서는 시인으로서 시인을 정의하고 세상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시의 산책에서는 시인 최영철에게 영향을 준 동인과 여러 시인들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서평에는 일부 내용이 적혀있다. 책에 있어서 곳곳이 큰 울림이었지만 서평을 쓰는 날 필자의 눈에 들어온 불꽃이니 나의 서평이 전체가 아니기를 바란다.

 

 

 

 

표지

표지의 디자인은 최영철 시인의 시로부터 가지는 마음을 표현하듯 유려한 글귀들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진 글귀는 절망의 나락에 서있는 우리에게 팔을 뻗어 이끌고 올라가기 보다는 그 자리에서 생의 작은 순간까지도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일으킨다. 나는 일어섰다. 나란히.

 

본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었으나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시로부터 머리글

 

첫 문구부터 가슴을 찔렀다. 나만을 위한 책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숨기고 있던 나의 생각을 만천하에 알리듯 부끄러웠다.

 

나의 시는 결여의 상태에서 촉발한다. () 떠나버린 차가 이제 막 진입해 들어오는 기차보다 아름다우며 만개한 꽃보다 떨어져 휘날리는 꽃이 더 아름답다.”

  -p.26

 

최영철 시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인잘알’(시인을 잘 알고 있다)이라고 할 수 있다. 산문집시로부터에서는 86년 그의 한국일보등단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와 시인, 그리고 시로부터의 삶을 꾸밈없이 써내려갔다. 마음속에 시를 한 번이라도 품었던 사람이라면 밑줄을 안 그을 수 없을 터. 나의 시를 쓰듯, 그는 나에게 시를 들려주었다.

 

무수히 떠오르고 진 해와 달과 별은 오늘 최초로 내 앞에 등장한 것이고 무수히 피었다 진 꽃과 매일 아침 골목에서 마주치는 이웃 역시 오늘 비로소 마주치게 된 것들이다.”

-p.29

 

그에게 시는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새로운 발견을 해야 했다. 천부적인 건망증은 시의 힘이었고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라는 착각을 일으켰다고 했다. 매사에 익숙해지지 않으며 노련해지지 않고 뻔뻔스러워지지 않는 것이 시의 밑천이었다.

 

쓸모없음이라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익숙함으로부터, ‘고마움감정을 무디게 한 뒤 판단되는 상태이며 착각이다. 새롭지 않으며 감흥을 일으키지도 않는 그것은 나에게 있어 소중했던 기억과 마음마저도 가려버린다. 그동안 쓸모없음을 쓸모있음으로 바꾸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왔던가. 시인의 한 마디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의 감정을 다시금 일렁이게 하였다. 어떠한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쓸모 있기를 바라며.

 

생이 나에게 부여한 이 고역을 비켜가지 않고, 흥얼흥얼 콧노래라도 부르며 동행하고 있다면, 그대는 이미 좋은 시인이다. 좋은 시를 살아내고 있는 시인이다.”

-p.69

 

최영철 시인은 시인에 대하여 느닷없이 찾아온, 또한 오랫동안 동행해온 '고통'의 등을 토닥이며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달아주는 것이 시인의 과업이라고 했다. 금방 떠나버릴 고통이라는 것을 잘 붙잡아 옆에 앉혀 두어야 하고 가끔은 울리기도 하며 감정의 폭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는 엄청난 비극을 사소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시인은 고통의 일상이야말로 시인답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말을 이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시인에게 부여된 천부적인 기질이고 책무라면 독자인 우리는 고통의 끝에 살아있음과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위로와 아픔을 느껴야한다. 서로의 아픔이 위로가 되는 학대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시인이 말하는 쓰는 일과 비슷하지만 스스로의 고통을 인지해야하고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며 뭉그러진 마음을 일으키고 깨워야한다. 삭막한 삶에서 고통이라는 감정으로 삭막했던 감정을 울리기를.

 

 

 

 

 좋은 시는 성실하게 쓰고 고치는 공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막막한 기다림 끝에 주어지는 뜻하지 않는 선물에 가깝다.”

-p.122

 

그저 느리게, 더 느리게 읽어야만 했다. 시는 삶의 한 순간을 만나는 것이기에 섣불리 지나칠 수 없었다. 나열의 끝에 눈물을 붙잡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을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감정이라는 것도 예외는 아니다. 진득하기를 바라기보다는 빠르게 바뀌어 가는 것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 어제는 사랑했던 것을 오늘은 사랑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시와 관련한 산문집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있어 큰 기쁨이다. 오늘은 이 문장이 나를 울리더니 내일은 저 문장이 나를 웃게 하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 얼굴을 찡그릴 게 없고 선택의 갈래에서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복잡하지 않다. 그저 내가 잊고 있던 걸 떠올리게 할 뿐. 우리는 그제서야 말한다. 나의 삶은 시였으니, 더 나아가 시를 읽으며 살기를.

 

에필로그

그의 문장에는 막힘이 없다. 힘 있고 강하다. 여기서 힘이란 억압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그의 소신을 그가 걸어온 시로부터 들려준다. 그의 삶은 곧 시이기에 약할 리 없다. 서로가 서로에 기대고 안긴다. 그는, 시는 강하다.

 

 

 

저자소개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하며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책소개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인은 쓸모 있음과 유용함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쓸모없음을 설파하며 무용을 거머쥔 시, 그 시의 자리를 묻는다. 그리고 지금껏 밥벌이와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시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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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인턴 송정은입니다. 지난 78일이었죠. 출판사 산지니의 '저자와의 만남'이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아침에 비소식이 있던 터라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도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구름이 갠 듯 우리는 제법 산뜻한 바람을 이끌고 산지니X공간에서 시로부터의 저자 최영철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행사의 진행은 최영철 작가님의 금정산을 보냈다어중씨 이야기, 시로부터를 편집한 윤은미 편집자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저서를 3권이나 편집하신만큼 누구보다 작가님과 산문집 시로부터를 잘 알고 계셨는데요. 애정이 담긴 질문과 재미난 일화를 오가며 행사까지 편집해 분위기를 밝혀주셨습니다.

 

 

작가님께서 11권에 이르는 시집을 내셔서 산문집이라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1993년을 시작으로 벌써 5권에 이르는 산문집이라고 하니 시로부터를 읽은 저로서는 앞에 나온 산문집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 시로부터를 읽고 저자와의 만남을 가진 뒤, 앞 작품들에 대해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만나고 오셨다면 저자와의 만남을 소개해드려야겠죠? 최영철 시인께서 산문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감사를 표한 후 질의응답이 오갔는데요. 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산문, 우리가 나눠보면 좋을 그날의 이야기를 몇 가지 가져와봤습니다.

 

 

 

 

Q 시 쓰기에 대한 간절함과 등단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게 담겨져 있었다.

 

A 그때는 웬만한 문예지들이 강제 폐간 당했다. 그래서 굉장히 힘든 시절을 보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신춘문예는 하늘이다.10년 정도 투고를 했는데 계속 떨어졌었다. 최종심에 거론된 것이 3번 정도 있었는데 86년에 신춘문예 꿈을 거의 접고 있었다. 이길은 아닌가 싶어 무크지 지평으로 작품 발표를 시작했고 그래서 소위 말하는 시인이 되었다. 이 일을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하고 우연히 신문을 봤는데 신춘문예 내일 마감’ 이라고 적힌  빨간색 글씨를 발견했다. 25일이 마감이었는데, 전날 밤에, 써놨던 것을 조합하고 퇴고한 뒤 투고했다. 신춘문예 당선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신춘문예는 시도 잘 써야하지만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몇 개의 시를 조합해서 한 편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연장론』이다.

 

Q 시 쓰기에서 고통과 절망이 없으면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시인으로서 고통, 절망, 불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어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시가 나오는 것인데, 우리 시인들은 오늘도 배불리 먹었다. 배불리 먹으면서도 그 집 서비스가 안 좋다고 불평하고 맛이 없다고 불평했다. 예전에는 누가 밥 먹으러 가면 슬슬 따라가며 연명했는서 그 시절에 그런 시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에 비해 지금의 우리는 풍족한 삶 앞에서 불안이 아닌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니. 그래서 시인들이 다시 좀 가난해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Q 지금까지 시인으로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과 절망스러웠던 순간은?

 

A 그래도 팔자인지, 시 쓰고 사는 게 좋다. 옆에 같이 사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나는 다 괜찮았는데 같이 사는 사람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시를 쓸 수 있어서 행복한데 나 때문에 아내나 이이들이 힘든 걸 보는 게, 그게 제일 고통스러웠다.

이제는 다 늙었으니까 그런 세월도 다 잘 지나간 것 같다. 잘 살아온 것 같다.

 

 

 

작가님은 산문집 시로부터에서 시와 시인, 시로부터의 마음이 담긴 자신의 왼팔, 산문에 대해 아낌없이 들려주셨는데요. 시를 읽을 때의 마음으로 산문집을 만나고, 산문집을 읽을 때의 마음으로 작가님의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의 가까이에 있는 조그마한 것들과 고통, 절망, 분노에 시선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삶의 모든 것이 라고 말해주시는 것 같아 위로를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후반부에 흘러 최영철 작가님과 함께 자리해주신 여러 시인 선생님들 사이의 애틋함도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예전처럼 시를 쓰고 있는 후배들이 나를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서 시뿐만 아니라 시인 한 명 한 명을 아껴주고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하시는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이어져 '오늘날의 시인'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보았는데요.

지금의 등단제도는 문단 질서 아래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양식이 되어버렸다.”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문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막아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더불어 등단하지 않고 시집이나 소설을 내는 시인들에 대하여 등단이라는 제도로부터 자유로워진 후배들에 대해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하시며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는데요. 온전히 시로부터 시인의 삶을 살아온 최영철 시인께 한 발 다가선 것 같아 영광이었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남이었던 만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저녁이었습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작가님도 알고 계셨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에게 시집 한 권을 선물해주셨는데요. 머나먼 길이었지만 한 자 한 자 소중히 읽다보니 어느새 시의 끝에 도달해 있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최영철 시인께서 준비한 시를 들려 드리며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곧 서평에서 만나요. (해당 시는 시로부터머리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었으나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으나 무슨 대단한 비의를 품은 듯

천기를 누설하는 착각에 빠지게도 했던 것.

 

애써 쓰려고 하지 않았으나 내 안의 다른 무엇이

써버리고 말았던 것.

 

써놓은 것이라도 얼른 감추고 폐기처분해야 했으나

그만 깜빡 잊고 발설해버린 것.

 

종이를 낭비하고 지면을 어지럽히고 독자의 시간과 감정을

빼앗은 것.

 

쓸모없는 짓거리였으나 그럴수록 더욱 쓸모있는 것이라

자위하며 의미를 달아준 것.

 

나 자신이라도 구제해볼 요양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점 온 세계를 구제하려는 과대망상에 빠졌던 것.

 

잘해야 허무맹랑한 허무를 덮는 위안거리나 되었을 것.

 

눈앞에 널린 수백의 유용을 자진반납하고 단 하나의

무용을 거머쥔 것.

 

더 잃을 것도 없는 적빈의 열매.

 

혼자 공그르다 허공에 훅 날려버려도 좋을,

아무 쓸모없음의 모든 쓸모있음.

 

-「시를 위한 변명」, 최영철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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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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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서점 탐방①] <다시서점> 서점에 가자, 다시 시를 읽자 


"겨울에는 옷을 껴입자 책은 마음의 옷 단단히 껴입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혼자 다짐한 몇 가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다짐이 가까운 이들에게 종종 안부 하기, 물 자주 마시기, 거울 자주 들여다보기 등 소소한 것들입니다. 거창한 목록을 만들어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경쾌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그러니 새해의 시작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서점 탐방입니다. 다소 생뚱맞은 계획이기는 하나 재밌게 일하고 일에서 얻은 에너지를 제 삶에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서점을 찾아가 책과 사람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서점탐방은 2014년에 문을 연 <다시서점>입니다. 시집과 시인들이 쓴 책을 주로 판매하는 곳입니다. 독특한 것은 한 공간에서 낮에는 서점으로, 밤에는 술집으로 운영되는 점입니다. '지킬 앤드 하이드' 같은 곳이지요. 서점과 운영하시는 분은 다르지만 오묘한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시서점>은 이태원 제일기획 건물 뒤편에 있습니다.

금방 찾으실 수 있어요.

들어와~들어와 하고 손짓하네요.




문을 열자 새로 들어온 책 소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계단을 총총 내려가면 서점 주인의 반가운 인사 소리가 먼저 들립니다.

아! 서점 주인이신 김경현 대표는 시 쓰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실물은 직접 가서 만나는 걸로 추천할게요^^





계단을 내려오니 이런 독특한 공간이 나오네요. 

여기서 비밀독서단을 결성해야 할 것 같아요.




산지니 시인 선생님들과 독자분들이 도란도란 모여

함께 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집과 시인들이 쓴 책을 주로 판매하지만 서점이나 편집을 다룬 책, 

개성 강한 독립출판물, 문구류 등 다른 책들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겨울에는 옷을 껴입자 책은 마음의 옷 단단히 껴입자"

오른쪽 칠판에 적혀 있는 구절이 눈길이 끄네요.



저는 이 속에서 보물을 찾으려고

으~ 대학 때 헌책방 좀 다녀본 솜씨로 골랐습니다.


제가 발견한 건 

한 가지 책으로 세 가지 표지 디자인을 한 <아티초크> 출판사의 시집 컬렉션

독자에게 고르는 재미를 선사했다고 할까요

독특하고 신선하게 와 닿았습니다.




저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인터뷰집 『시를 쓴다는 것』과

 『임화-해협의 로맨티시즘』 이 두 권을 구매했어요.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을 좋아해 팬으로서 외면할 수 없었어요.

임화 시집은 이때 처음 읽었는데, 시 구절이 제 마음속에 들어왔어요.



겨울날 찬 눈보라가 유리창에 우는 아픈 그 시절

기계 소리에 말려 흩어지는 우리들이 참새 너희들의

콧노래와

언 눈길을 걷는 발자국 소리와 더불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청년과 너의 따듯한 귓속 다정한 웃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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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할 데 없는 괴로움 가운데서도

얼마나 큰 즐거움이 우리의 머리 위에 빛났더냐? "


「네 거리의 순이」




마음속에 불이 짠! 하고 켜집니다. 


시 덕분이겠죠.


아직은 책을 팔아서 책을 사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책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많이 찾았으면 좋겠네요.


차츰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따뜻한 공간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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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 응원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새로운 책방에서 만나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42길 34, 지하 1층 / 12시-6시  운영




Posted by 동글동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