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26 인턴 마지막날 (10)
  2. 2009.10.29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2)

인턴 마지막날

인턴일기 2010. 8. 26. 17:24

거제동. 별로 올일도 없었고, 앞으로 오게 될 일도 없을 것 같은 곳. 첫 날 지하철 '거제'역에 딱 내렸는데, 막 빌딩들이 주루룩 주루룩 서 있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이 동네를 '법조 타운'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마저 너무 멋있는거다. 수많은 변호사 사무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산지니 출판사'.


근처에는 법원과 경찰청이 있어서 밥값도 비싸다. 사실 인턴비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데. 아무래도 인턴비보다 밥값과 차비를 합치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 너무 특이했던 것은 밥집들이 빌딩 4, 7층 이런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먹으러 갈때마다 너무 어색한 것이다. 건물 자체들의 집 값도 비싸고, 주위에 다 빌딩뿐이라서 밥집도 고층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곳에서 책을 내신 분들이 고등학교 선생님이셨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들이셔서 새삼 부산이 참 좁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지역 출판사라 여러모로 힘든 점도 많지만, 지역 출판사가 있기에 또 쉽게 출판을 하는 사람도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판사 인턴을 하기 전에는 종이와 연필이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는 말에 콧방귀를 꼈지만, 막상 이 곳에 앉아있어보니 인터넷과 전자북의 파워가 조금은 느껴진달까. 그렇지만 종이와 연필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은 종이책이 제 맛이고, 자판보다는 연필로 쓱삭쓱삭 쓰는 게 훨씬 편리한 점이 많으니까. 절대 한 쪽이 지지 않고 공생의 관계로 쭉~ 갔으면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턴은 취업을 위한 중요한 커리어라 일명 '金턴'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나는 내가 일해보고 싶었던 출판사에 그것도 좋은 환경에서 일을 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교정·교열 다 보고 고치기만 하라고 넘겨준 원고도 정확히 고치지 못했지만 늘 쿨하게 넘어가주신 김은경 편집장님, 그리고 밥 먹으러 갈 때 이런저런 얘기 들어주시고 지금도 조용하게 옆에서 디자인 편집 하시는 권문경 디자이너,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목소리가 너무 소녀같으신 권경옥 편집장님, 마지막으로 인자하신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으시는 강수걸 사장님께 너무 감사 드립니다. 고작 한 달 인턴생활을 하는 건데도, 진심으로 대해주신거! 너무 감사해요.


선물로 주신 <브라보 내인생>. 두고두고 볼 때마다  '산지니' 생각이 날 것 같네요. 나름 저의 첫 사회생활이었기에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인턴 끝나기 50분 남은 상황인데. 지금 밖에 비가 내리고 있네요. 저 마지막이라고 하늘이 슬퍼하나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산지니 출판사' 앞으로 더 흥하길.






이 사진은 백년어 서원 갔을 때, 놓여있던 소품들인데요. 달력 뒤에 이렇게 그림과 글을 써서
이쁘게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쁘지 않나요.



이것은 자신의 집에 온 편지들을 다 같은 크기로 오려서 책처럼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어떻게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보니 너무 괜찮더라구요.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성심원 2010.08.26 2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역시 출판사라는 곳에서 일도 해보고 싶은 사람 중 한명입니다.
    님의 인턴후기 덕분에 잠시 과거모드로 접어들었네요 ㅎㅎㅎ.
    님의 소중한 경험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고 싶네요 미리 감사~

    • BlogIcon 산지니북 2010.08.27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해요. 성심원님. 요즘 학생들의 인턴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출판일에 관심 있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녹록지 않은데 말이죠^^

  2. BlogIcon 아니카 2010.08.27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소녀같다고 표현해줘서 감사 ^^
    그동안 수고 많았고요,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3. BlogIcon 낭만인생 2010.09.02 1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판사 인턴이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출판사 구경도 가고 싶네요..

  4. 인턴힘내 2010.09.12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일기를 쓴 인턴의 행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뭇 궁금해집니다. 인턴은 비정규직보다 훨씬 더 열악한 지위가 아니던가요? 그런 이들이 쓰는 일기가 왜 이리도 낭만적인 것인지...산지니북님의 말씀처럼 결코 녹록치 않은 노동량과 그에 한없이 미달하는 임금을 받을 것이 분명한데, 책을 만드는 보람이 그 힘듬을 죄다 상쇄시킬만큼 큰 것일까요? 지금은 따뜻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일기지만 인턴 이후의 행보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인턴의 일기'라는 꼭지가 꽤나 잔인하게 느껴지기도합니다. 산지니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인턴을 썼으며 그중 얼마나 채용했는지요. 새삼 궁금하군요.

    • BlogIcon 산지니북 2010.09.13 19: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간 저희 출판사를 거쳐간 학생들은 인턴이라기보다는 근로장학생이 더 맞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기업에서 채용공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인턴과정은 아니구요, 국가에서 대학과 연계하여 재학생들에게 근로장학금을 주기 위한 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 대학에서 제안이 들어왔을때 좀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형편에 따라 근무시간과 기간이 다 다르고, 학기중에는 또 근무시간이 너무 짧고, 여러 다양한 학과에서 오기 때문에 학생들 간 편차도 크구요. 그러나 꼭 출판사 입사를 원하지 않더라도 재학중에 한번쯤 출판업무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봅니다. 저희도 학생들에게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는 뿌듯함으로 이런저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답니다.
      위 일기를 쓴 학생은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취업준비로 열심히 보내고 있겠지요.

  5. 인턴힘내 2010.09.13 2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산지니 인턴에는 근로장학의 의미가 있는 게로군요. 다소 까칠할 수도 있는 댓글에 응답해주어 감사합니다.

  6. 박현정 2010.10.18 0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 이 마지막 인턴 일기를 쓴 학생입니다^.^


    인턴끝나구 자주 들르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들리는 거네용ㅠㅠ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ㅋㅋㅋㅋㅋㅋ
    전 지금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랍니다. 그래서인지 딴 짓이 하고싶어서ㅋㅋㅋㅋㅋㅋ

오전 11시.
회의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는데 아침부터 노래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근처에서 또 식당 개업이라도 하나 봅니다.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들과 걸그룹들의 유행가, 개업 도우미들의 기계음 같은 안내 멘트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네요. 근데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은 비트가 아주 강하고 단순한 한두 소절의 멜로디가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되는군요. 계속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세뇌당하는 것 같습니다. 원고를 읽어야 하는데 머릿속엔 노래가사뿐이 안들어 오고… 헉, 어느새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네요.
 

출판사가 자리한 곳은 부산시 거제동입니다. 부산고등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소위 법조타운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고층빌딩, 오피스텔들이 늘어서 있고 그 속엔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래 군부대가 있던 자린데 재개발되어 새로 조성된 지 10년이 채 안됐습니다. 근처엔 동해남부선 철길이 지나는 남문구역이 있고 철길과 가까워 쪽방이나 판자촌 등 오래된 집들이 많았는데 법원, 검찰청 청사 이전지로 개발구역이 되면서 원주민들은 몇푼 안되는 보상비를 받고 다들 떠났고 개발구역을 가까스로 비켜난 집들이 법조타운 빌딩숲 둘레로 옥닥옥닥 모여 있습니다.

평일 1시 법원 앞 도로. 번잡스럽다.

거제동 법조타운.

법조타운 옆 동해남부선 남문구역과 개발을 피해 남아있는 집들.


 
법조타운이 밖에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는지 식당 개업들을 많이 하는데, 1년을 못버티고 문을 닫는 곳이 많습니다. 냉면집이 칼국수집으로 바뀌어 있고, 삼겹살집은 또 냉면집으로 바뀌고 5일 장사만으로는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비싼 법조타운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지요. 평일 낯시간에는 거리에 사람이 북적대지만 주5일 근무의 영향으로 주말엔 그야말로 썰렁합니다. 토요일 오후부터는 법원앞 6차선 대로의 신호등도 꺼집니다.

 

법원 앞 6차선 대로. 주말엔 신호등이 노란 점등 신호로 바뀐다.

법원 앞 보도. 참 넓다. 일반 보도의 3~4배쯤 돼 보인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 oo날드도 버티다 결국은 문을 닫았고 그 후로 oo리아가 들어왔는데 아직은 버티고 있습니다. 근데 주말엔 햄버거를 안 팝니다. 문을 열면 최소 매장직원 2명은 필요한데 주말장사로는 2명의 인건비도 안나온단 말이겠죠. 근처에서 친구가 분식집을 하는데, 장사가 제법 되는데도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합니다. 뼈빠지게 일해서 빌딩주인만 좋은 일 시킨다고. 마치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처럼. 벌어서 갖다 바치고
가게를 내놨는데 나가지도 않고

 

저희 출판사도 임대료 부담때문에 딴 동네로 이사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쌓여 있는 책들 때문에 엄두를 못냅니다. 빌딩주인은 얼마 전에 벽보를 붙였더군요. 운영비가 올라 임대료를 올려야 하지만 세든 사람들을 생각해서 올리지는 않겠다. 그대신 그동안 제공하던 화장실의 두루말이 화장지와 손 닦는 수건을 이제 끊겠다구요.

 

오후 5 50.

하루종일 귀를 때리던 노랫소리가 드디어 멈췄습니다. 어디서 개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다 보면 간판이 바뀌어 있는 식당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요즘처럼 힘들고 다들 몸 사리는 때에 개업이라면 모든 걸 걸고 시작하는 것일텐데 아무쪼록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스프레소 북 머신  (0) 2009.12.01
변혁을 꿈꾸는 도시에 초대합니다  (2) 2009.11.17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2) 2009.10.29
테하차피의 달  (0) 2009.10.22
이 가을 책의 매력에 빠져 보시죠.^^  (0) 2009.10.16
전자책과 종이책  (4) 2009.10.13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클레오파트라 2009.10.30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법원 갈 일이 있어서 갔더니 정말 기계적인 건물이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어요. 왜 그렇게 미적 감각들은 없는지. 돈이 아름다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많나 봅니다.
    잘 읽고 갑니다.

    • BlogIcon 산지니북 2009.11.02 2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돈이 문제죠. 건물의 미적감각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햇볕과 바람이나 좀 들어오게 건물 간격을 좀 띄워 세우면 좋겠는데. 건물들이 어찌나 다닥다닥 붙어 있는지... 팔 뻗으면 옆 건물 사람과 악수도 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