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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인턴 마지막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8. 26.

거제동. 별로 올일도 없었고, 앞으로 오게 될 일도 없을 것 같은 곳. 첫 날 지하철 '거제'역에 딱 내렸는데, 막 빌딩들이 주루룩 주루룩 서 있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이 동네를 '법조 타운'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마저 너무 멋있는거다. 수많은 변호사 사무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산지니 출판사'.


근처에는 법원과 경찰청이 있어서 밥값도 비싸다. 사실 인턴비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데. 아무래도 인턴비보다 밥값과 차비를 합치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 너무 특이했던 것은 밥집들이 빌딩 4, 7층 이런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먹으러 갈때마다 너무 어색한 것이다. 건물 자체들의 집 값도 비싸고, 주위에 다 빌딩뿐이라서 밥집도 고층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곳에서 책을 내신 분들이 고등학교 선생님이셨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들이셔서 새삼 부산이 참 좁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지역 출판사라 여러모로 힘든 점도 많지만, 지역 출판사가 있기에 또 쉽게 출판을 하는 사람도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판사 인턴을 하기 전에는 종이와 연필이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는 말에 콧방귀를 꼈지만, 막상 이 곳에 앉아있어보니 인터넷과 전자북의 파워가 조금은 느껴진달까. 그렇지만 종이와 연필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은 종이책이 제 맛이고, 자판보다는 연필로 쓱삭쓱삭 쓰는 게 훨씬 편리한 점이 많으니까. 절대 한 쪽이 지지 않고 공생의 관계로 쭉~ 갔으면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턴은 취업을 위한 중요한 커리어라 일명 '金턴'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나는 내가 일해보고 싶었던 출판사에 그것도 좋은 환경에서 일을 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교정·교열 다 보고 고치기만 하라고 넘겨준 원고도 정확히 고치지 못했지만 늘 쿨하게 넘어가주신 김은경 편집장님, 그리고 밥 먹으러 갈 때 이런저런 얘기 들어주시고 지금도 조용하게 옆에서 디자인 편집 하시는 권문경 디자이너,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목소리가 너무 소녀같으신 권경옥 편집장님, 마지막으로 인자하신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으시는 강수걸 사장님께 너무 감사 드립니다. 고작 한 달 인턴생활을 하는 건데도, 진심으로 대해주신거! 너무 감사해요.


선물로 주신 <브라보 내인생>. 두고두고 볼 때마다  '산지니' 생각이 날 것 같네요. 나름 저의 첫 사회생활이었기에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인턴 끝나기 50분 남은 상황인데. 지금 밖에 비가 내리고 있네요. 저 마지막이라고 하늘이 슬퍼하나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산지니 출판사' 앞으로 더 흥하길.






이 사진은 백년어 서원 갔을 때, 놓여있던 소품들인데요. 달력 뒤에 이렇게 그림과 글을 써서
이쁘게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쁘지 않나요.



이것은 자신의 집에 온 편지들을 다 같은 크기로 오려서 책처럼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어떻게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보니 너무 괜찮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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