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4.28 교정지와 함께 집으로 (2)
  2. 2013.01.14 종지 속에 담긴 물의 용도는? (2)
  3. 2009.04.01 [일기] 마지막 교정지

 

 

 

편집장님과 함께 퇴근하는

교정지 뭉치들

5월 출간 예정인

이규정 현장취재 장편소설

<사할린> 원고

신국판 1000쪽 분량

가방 한가득이다

오늘은 불금인데

내일은 주말인데

 

 

 

 

'권디자이너의 그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근당근  (0) 2017.06.16
투표소 가는 길  (2) 2017.05.11
교정지와 함께 집으로  (2) 2017.04.28
기차 타고 하동 여행  (0) 2017.04.04
촛불에 희망을 담아  (2) 2016.12.23
국악원 마당에 단풍나무  (5) 2016.11.24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단디SJ 2017.05.02 10: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불금이고, 내일은 주말인데" 이 부분에 밑줄을~

    • 권디자이너 2017.05.02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가끔 일감을 집에 가져가곤 하는데 유혹이 너무 많아 쉽지 않더라구요.^^

 

뭘까요?

마시는 물이라고요?

아닙니다.

난데없이 일곱 살 막내녀석이 종지에 물을 담아 달라고 합니다.

"물은 뭐하게?"

"마실 건 아니야. 그냥 담아줘."

"그럼 뭐 할 건데?"

"내가 여우누이를 읽었는데 말이야, 거기 있잖아. 첫째하고 둘째는 밤에 지키다가 그냥 자버리잖아. 그런데 셋째는 잠이 오는데 물을 찍어가지고 그래서 잠이 안 와. 나도 그렇게 해볼라고."

아. 일요일 저녁, 막내녀석은 독서실에 간 누나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누나가 <삐노끼오의 모험>을 읽어주고 있는데 고등학생 누나가 공부하느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누나 얼굴 보기도 힘들 지경이니까요. 틈만 나면 누나한테 달려가 <삐노끼오의 모험>을 읽어 달라고 합니다. 귀뚜라미가 죽는 대목까지 읽고 오늘도 저녁에 돌아오면 읽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나 봅니다. 며칠 째 누나 돌아오길 기다리다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기필고 누나 올 때까지 안 자고 기다리리라 결심을 했나 봅니다. 여우누이 책에서 읽은 방법까지 동원을 하는군요. 눈꺼풀이 내려앉으면 얼른 달려가 종지의 물을 손으로 찍어 눈에 바릅니다.

"엄마, 어제는 이 시간에 잠이 왔는데 오늘은 잠이 하나도 안 와."

그렇다고 엄마가 책을 안 읽어주는 건 아닙니다. 누나가 읽어주는 책과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 따로 있습니다.

엄마는 바로 <동물 탐험>이라는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하루 세 꼭지씩 읽어주는데, 오늘은 개구리, 개미, 개미핥기를 읽을 차례입니다.

 

 

바로 이 대목을 읽는데 이 녀석이 하는 말,

"그런데 엄마, 왜 애기개미핥기야?"

위에서 세째 줄 보이시나요? 작은개미핥기의 꼬리가 되어야 하는데 애기개미핥기로 되어 있습니다. 애기개미핥기의 설명은 위에 따로 되어 있고 여긴 작은개미핥기를 설명하는 대목이거든요. 편집자가 놓친 거죠.

제가 한참 <정신분석학> 마지막 교정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러게. 책 만드는 사람이 잘못했네. 지금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원고 읽으면서 일하는 것도 이런 실수 안 하고 책 잘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엄마도 더 잘 읽어봐야 해"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이해한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럼 엄마 열심히 일해. 근데 해수 엄마는 책 만드는 일 하면 안 되겠다. 아기들이 많잖아."

해수는 어린이집 동생인데, 형제가 4명이나 됩니다. 그것도 어린아이들만요. 아기들을 돌봐야 하니 그 엄마는 이런 일은 할 수 없을 것 같은가 봅니다. 저는 이제 다 컸다는 소리겠지요.

결국 녀석은 오늘도 누나를 기다리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물탐험>과 옛이야기 한 편 겨우 듣고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였습니다.

 

 

Posted by 아니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전복라면 2013.01.14 0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책 만드는 엄마의 아기 키우키' 연재 재개에 풍악부터 울리고~ 에헤라디야~ 눈에 물을 찍어바르면서 누나를 기다리는 막내의 모습이 너무 귀엽네요!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1.14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귀여워요. 아이들은 동심을 깨우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편집자의 실수에 뜨끔!

디자이너가 매킨토시 편집을 마친 마지막 교정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내일이면 출력실에 데이터를 넘겨야 한다. 그런데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 안으로 다 봐주세요." 편집자의 독촉이다.


다시 교정지로 눈을 돌린다. 마지막 교정지라 더욱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타라도 나지 않았는지, 잘못된 글귀는 없는지, 책이 나오는 순간까지 마음을 졸이게 된다. 지난번에는 바코드를 빼먹고 인쇄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스티커를 제작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오늘 안에 모두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더 아프다. 혈압 때문인가?

"140에 100. 운동 안 하니까 안 내려가지."

아침마다 혈압을 재주는 아내가 오늘 아침에 핀잔하듯 던진 말이다. 몇 달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후 아내는 바로 헬스 이용권을 끊어주었다. 그마저도 두 달여를 다니다가 흐지부지되었다. 아내의 잔소리는 이어진다. 모든 일에 정성을 들여야지 왜 그러냐고.

맞다. 책을 만드는 일에도, 건강을 챙기는 일에도 제일 중요한 건 정성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 강수걸

*2008. 5. 22 부산일보에 발표된 글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