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매킨토시 편집을 마친 마지막 교정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내일이면 출력실에 데이터를 넘겨야 한다. 그런데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 안으로 다 봐주세요." 편집자의 독촉이다.


다시 교정지로 눈을 돌린다. 마지막 교정지라 더욱 집중력이 필요하다. 오타라도 나지 않았는지, 잘못된 글귀는 없는지, 책이 나오는 순간까지 마음을 졸이게 된다. 지난번에는 바코드를 빼먹고 인쇄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스티커를 제작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오늘 안에 모두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더 아프다. 혈압 때문인가?

"140에 100. 운동 안 하니까 안 내려가지."

아침마다 혈압을 재주는 아내가 오늘 아침에 핀잔하듯 던진 말이다. 몇 달 전 고혈압 진단을 받은 후 아내는 바로 헬스 이용권을 끊어주었다. 그마저도 두 달여를 다니다가 흐지부지되었다. 아내의 잔소리는 이어진다. 모든 일에 정성을 들여야지 왜 그러냐고.

맞다. 책을 만드는 일에도, 건강을 챙기는 일에도 제일 중요한 건 정성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 강수걸

*2008. 5. 22 부산일보에 발표된 글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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